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T)이 가속화되면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뿐만 아니라 비 ICT 분야 기업들도 소프트웨어(SW) 개발자(이하 개발자)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업이 DT를 추진하는데 우수 개발자는 필수 인력이기 때문이다. 이에 <블로터>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SW 개발자의 일자리 환경: 개발자의 직업 가치와 일자리 만족도' 보고서를 기반으로 개발자들이 원하는 직업 가치에 대해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익명 기반의 직장인 커뮤니티 플랫폼 '블라인드'를 통해 1000명의 개발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분석 결과를 보고서에 담았다. 조사는 올해 6월14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진행됐으며 분석에 활용된 총 표본 수는 723명이다. <편집자주>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른바 '네카라쿠배'로 불리는 주요 인터넷 플랫폼 기업으로 우수 개발자 쏠림 현상이 우려되는 가운데 비 플랫폼 기업의 인력 유치 해법으로 연차별로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방안이 꼽힌다. 네카라쿠배는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앱)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력 3년 미만과 3년 이상~10년 미만, 10년 이상의 개발자들은 주로 추구하는 직업적 가치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설문조사의 직업 가치 설문문항은 △외재적 △내재적 △관계적 △여가적 등의 가치로 구분됐다. 외재적 가치는 지위·명예·급여·커리어 등과 관련된 것이며 내재적 가치는 즐거움·새로운 배움 등을 뜻한다. 관계적 가치는 동료나 내·외부 인적 네트워크와 관련된 것이며 여가적 가치는 업무량의 적정성, 자율성, 워라밸(워크와 라이프 밸런스의 준말, 일과 삶의 균형) 등을 의미한다.

3년 미만은 자신의 발전과 승진 기회, 높은 지위와 명예 등이 포함된 외재적 가치에서 4.56점(이하 5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가 나왔다. 반면 업무 외 삶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직업, 업무량이 적정한 직업 등이 포함된 여가적 가치에 대한 점수는 3년 미만은 4.2점이었지만 3년 이상~10년 미만(4.31점), 10년 이상(4.38점) 등 연차가 올라갈수록 높게 나타났다.  
 

▲ 개발자의 경력 기간별 만족도·이직의도와 추구하는 직업가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 개발자의 경력 기간별 만족도·이직의도와 추구하는 직업가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3년 미만은 승진 기회·높은 지위와 명예 등에 대한 욕구가 강한만큼 이직 의도도 4.10점으로 고연차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자기발전의 욕구가 가장 강한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기술과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해법으로 꼽힌다. SW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에는 저연차부터 고연차까지 다양한 개발자가 투입된다"며 "저연차 개발자에게도 신기술을 활용해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며 자기발전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연차 개발자에게는 기술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와 관련된 업무나 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필요한 역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개발을 하기보다 분석·설계나 기획을 하는 역할이다. 고연차 개발자에게는 저연차와는 다른  전문화된 역할을 맡기며 자기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 고연차에게는 여가적 가치가 중요한 직업 가치로 꼽힌다. 설문조사에 응한 10년차 이상 개발자들은 내재적 가치(4.39점) 다음으로 여가적 가치(4.38점)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로 꼽았다. 10년차 이상의 개발자들은 가정을 꾸린 경우도 상대적으로 많다보니 저연차에 비해 워라밸에 더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업무적으로는 이미 전문성을 갖추고 조직 기여도가 높은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여가적 가치를 더 부여함으로써 우수 인재를 붙잡아두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보고서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개발자 친화적 기업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프로젝트의 진행 시기에 따라 업무량이 차이가 나는만큼 근무 시간을 각자가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유연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업무 외의 삶에도 적정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직자뿐만 아니라 개발자를 꿈꾸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조기에 알 수 있는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대학생들에게 인턴십이나 일자리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 개발자뿐 아니라 인재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도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교육 분야는 정부도 나선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발표한 '민·관 협력 인재양성 대책'에 따르면 대학이 기업이 원하는 기초소프트웨어 교육을 정규교과로 편성해 우수 이수자를 채용 연계하는 네트워크형 캠퍼스 소프트웨어아카데미를 신설, 정부가 교육비 등을 지원한다. 또 K-디지털트레이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등 성과가 인정된 기존 사업을 기업주도형으로 확대·개편하고 폴리텍·특성화고 학과개편도 추진한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