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LG에너지솔루션 생산공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 생산공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이 앞으로 ESG 분야에 10조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3년 동안만 5조원 이상을 쓸 계획이죠. 투자금의 대부분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 증설과 배터리 소재를 육성하는데 사용할 계획입니다.

LG화학의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까지 180조원을 수주해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수주 잔고가 가장 많습니다. 배터리 소재까지 수직계열화를 확대해 원가 혁신 활동과 배터리 성능 개선에 나서고 있죠. 이를 위한 자본적지출(CAPEX)이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LG화학은 지난 29일 오후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연결 기준 2분기 매출은 11조4561억원, 영업이익 2조230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6조9351억원)와 비교해 65.2%(4조5209억원), 영업이익은 290.2%(1조6591억원) 증가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순이익은 1조6322억원으로 같은 기간 289.5%(1조2131억원) 늘었고요. LG화학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LG화학 2분기 실적.(사진=LG화학)
▲ LG화학 2분기 실적.(사진=LG화학)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5조1310억원, 영업이익은 815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15.9%에 달했습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81.0%(2조3080억원), 영업이익은 422.4%(6590억원) 증가했습니다. 전기와 비교해 매출은 20.6%(8770억원), 영업이익은 139.0%(4740억원) 늘었죠.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건 이번 분기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5000억원의 합의금이 지급된 영향이 컸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해 LG에너지솔루션에 2조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현금 1조원을 올해와 내년에 걸쳐 두 차례 나눠 지급하고, 나머지 1조원은 로열티로 지급할 계획입니다.

▲ LG에너지솔루션 실적.(자료=LG화학)
▲ LG에너지솔루션 실적.(자료=LG화학)

이번 분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주한 물량이 매출로 실현됐고,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합의금이 지급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이와 별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 확대에 따라 수주 물량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했고, 신규 수주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까지 180조원의 수주 잔고를 쌓았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주 물량에 대응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신규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캐파는 자동차향 전지만 올해 150GWh(기가와트시) 규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캐파는 430GWh(기가와트시)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죠. 2025년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공장(합작사 포함) 캐파는 145GWh, 유럽은 155GWh 규모로 확대합니다. 나머지 130GWh를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배정할 계획입니다.

▲ LG에너지솔루션 지역별 배터리 캐파(자료=LG에너지솔루션 등) 
▲ LG에너지솔루션 지역별 배터리 캐파(자료=LG에너지솔루션 등)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과 중국, 유럽에 생산거점이 있습니다. 한국 공장과 중국 공장, 유럽 공장 캐파는 각각 10GWh, 20GWh, 70GWh입니다. GM 합작사인 얼티엄셀즈 1·2공장까지 합할 경우 캐파는 165GWh 규모로 확대된다. 얼티엄셀즈 1공장과 2공장 캐파는 각각 30GWh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5년내 미국 공장의 캐파를 120GWh 확대하고, 유럽공장의 캐파는 85GWh 확대할 계획입니다. 5년 내 미국 공장 증설에 10조8000억원의 투자금이, 유럽 공장에 7조6500억원이 필요합니다. 통상 배터리셀 공장 1GWh를 증설하는데 900억원 가량이 필요해 이를 산술적으로 추산한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100GWh를 추가로 증설해야 합니다. 이날 현대차와 함께 인도네시아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만큼 90GWh 가량을 아시아 지역에 배정해야 하죠. 약 8조1000억원 가량이 추가로 들어갈 전망입니다.

2025년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캐파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자본적 지출이 불가피합니다. 약 25조2000억원의 투자금이 2025년까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LG화학 자본적 지출 현황.(자료=LG화학)
▲ LG화학 자본적 지출 현황.(자료=LG화학)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분기 자본적지출(CAPEX)로 7310억원을 지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본적지출은 기계, 설비 같은 고정자산의 가치를 증가시키거나 가용연수를 증가시키는데 쓴 비용을 의미합니다. 1분기에는 5220억원을 지출했고, 전년에는 2조7450억원을 썼다. 2019년에는 3조5800억원을 지출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LG에너지솔루션의 CAPEX 지출은 커지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양극재와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의 내재화율을 확대하고 있어 CAPEX 지출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이날 LG전자의 BS(비즈니스 솔루션 산하) 화학·전자재료(CEM) 사업을 52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배터리의 4대 핵심 재료 중 하나인 분리막 사업을 직접 생산해 품질을 높이겠다는 거죠.

분리막은 배터리 원료의 20%를 차지하는 소재입니다. 현재 중국 상해은첩에서 코팅하지 않은 베어(Bare) 필름을 수입해 LG전자가 세라믹 코팅 기술을 입혀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열폭주가 발생할 경우 단락이 생겨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화재를 막는 소재입니다. 분리막을 직접 생산하고 연구개발을 통해 품질을 높이겠다는 게 LG화학의 소재 전략입니다. 이와 함께 배터리 원가의 30%에 달하는 양극재 내재화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양극재를 직접 생산할 경우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배터리 배합과 관련한 영업비밀이 새어나가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직계열화'에는 비용이 따릅니다. 양극재와 분리막, 탄소나노튜브를 직접 생산하면서 대규모 CAPEX가 불가피하죠.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는 "3년 동안 ESG를 기반으로 한 3대 성장동력에 10조원을 투자할 것이며, 양극재와 분리막 등 종합전지회사로 재탄생하는데 5년간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LG에너지솔루션에 3조원을 투자하는 것이며, 향후 2~3년 간 올해 투자수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LG화학 재무현황.(자료=LG화학)
▲ LG화학 재무현황.(자료=LG화학)

올해 2분기 기준 LG화학의 연결 기준 부채총액은 25조1530억원,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은 각각 3조400억원, 8조9880억원입니다. 부채비율은 116.7%입니다.

LG화학은 '글로벌 톱1' 배터리 회사의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LG화학은 "계획한 수주 물량은 코스트 이노베이션(Cost Innovation) 활동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차세대 제품으로 개발 중인 제품은 R&D와 혁신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LG화학의 투자가 결실을 이뤄낼 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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