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가 출시를 준비 중인 코란도 전기차 모델.(사진=쌍용차)
▲ 쌍용차가 출시를 준비 중인 코란도 전기차 모델.(사진=쌍용차)

건설업과 해운업으로 알려진 SM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쌍용차는 부채비율이 1770%에 달하고, 전기차로 전환할 채비를 못해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SM그룹은 쌍용차를 인수해 전기차 전문 메이커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세웠다. 한진중공업 인수에 고배를 마셨던 SM그룹이 쌍용차 인수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은 30일 쌍용차 매각 주관사인 EY한영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이날은 쌍용차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 접수 마지막 날이다.

SM그룹 외에도 카디널 원 모터스, 에디슨모터스,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이날 인수의향서를 냈다.

SM그룹은 건설기업인 삼라를 모태로 해운업으로 확장했다. SM상선과 대한해운, 삼선로직스 등을 해운 부문 자회사로 두고 있다.

우오현 회장은 인수합병(M&A) 시장의 달인으로 불린다. 건전지 제조업체 벡셀과 화학기업 조양, 건자재 업체 경남모직 등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몸질을 불렸다. 현재 재계 순위 38위까지 올라섰다.

SM그룹은 전기차 생산을 위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 완성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고 있어 전기차 시장을 겨냥했다. SM그룹은 남선알미늄과 화진 등 차 부품사를 계열회사로 두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해운사의 기업가치가 극대화됐다. SM그룹은 SM 상선 기업공개를 추진 중인데, IPO로 마련한 자금으로 쌍용차 인수 대금을 마련할 수 있다. IB업계는 SM상선의 기업가치가 3조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오현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수 자금을 무리하게 외부에서 차입하기보다는 자체 보유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해 쌍용차의 정상화 시기를 앞당길 해법을 고심하겠다"고 말했다.

다수의 기업들이 쌍용차 인수에 욕심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쌍용차의 정상화 가능성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업계는 누가 인수할지보다 쌍용화가 '새 주인'을 맞은 후 정상화할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쌍용차는 60년 넘게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쌍용차의 모태인 하동환자동차공업은 버스를 생산했는데, 1986년 쌍용그룹에 인수되면서 쌍용자동차로 사명을 바꿔달았다. 

1998년 대우그룹에 인수됐고, 이후 대우가 와해되면서 2004년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됐다. 201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됐지만, 쌍용차 지원 방안을 두고 정부와 대주주 간 이견이 생겨 또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쌍용차는 1990년부터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중장기 전략을 세우지 못했고 시장에서 도태됐다는 평이다. 지난해 쌍용차는 매출 2조9501억원, 영업손실 4493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5043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8.5%(6737억원) 줄었고, 영업손실은 59.4%(1674억원) 증가했다. 

▲ 쌍용차 재무 현황.(자료=금융감독원)
▲ 쌍용차 재무 현황.(자료=금융감독원)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781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078억원 줄었다. 단기차입금은 3149억원, 장기차입금은 400억원이다. 연간 이자비용은 46억원으로 차입 규모와 비교해 크게 낮다. 차입으로 인한 평택공장을 담보로 제공했으며, 장부금액은 7591억원이다.

부채 규모보다 큰 문제는 신차를 개발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불허할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도 전체 생산량 중 50% 이상을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쌍용차도 평택공장을 매각해 전기차 전문 완성차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신차 개발에 적잖은 비용이 필요한데, 쌍용차는 유동성이 부족해 신차를 개발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하반기 코란도 전기차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흥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인수자금보다 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자금력이 풍부한 회사가 인수해 티볼리에 버금가는 수준의 신모델을 내놓아야 한다.

IB업계는 자금력으로 SM그룹이 가장 앞설 것으로 평가했다. SM그룹은 현금창출력이 높은 해운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SM상선의 기업공개도 앞두고 있는 만큼 유동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카디널 원 모터스와 에디슨모터스, SM그룹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를 살리는 데 적잖은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해고자 복직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회사는 경영 정상화에 전념할 수 없었다"며 "상하이자동차와 마힌드라 모두 쌍용차 정상화에 관심이 없었고 결국 또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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