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욱 올리브영 채용팀 팀장(사진=올리브영)
▲ △박종욱 올리브영 채용팀 팀장(사진=올리브영)

“의아할지도 몰라요. 올리브영이 개발까지 하느냐고요. 하지만 개발자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을 기회라고 자신합니다.”

올리브영이 ‘개발자’를 뽑는다. 정보기술(IT)직군 두 자릿수 채용은 1999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사전 서류전형 없이, 오로지 코딩테스트만으로 지원자를 검증할 계획이다. 개발 역량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지난달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만난 박종욱 올리브영 채용팀 팀장은 “딱딱한 대기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올리브영의 지향점은 스타트업”이라며 “새로운 도전에 동참해 성장의 과실을 나눌 열정적인 개발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나홀로 흑자 낸 올리브영, 온·오프라인 잇는 이유
작년 올리브영은 매출 1조8739억원, 영업이익 1001억원으로 국내 헬스앤뷰티(H&B) 3사 가운데 유일한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코로나 쇼크’로 매장 방문객이 급감한 탓이다. 직격탄을 맞은 경쟁사들은 적자 폭이 커지자 점포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올리브영은 오히려 전년대비 매장 수를 13개 늘렸다. 단순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게 아니라, 온·오프라인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을 짜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3시간 내 배송을 앞세운 ‘오늘드림’ 서비스다.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반경 5km 안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이 포장·배송을 담당한다. 평균 배송시간은 약 45분. 전국 매장을 물류센터화(化)한 덕분에 시간단축이 가능했다. 올해 5월부턴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을 원하는 매장에서 픽업·반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택배사를 거치지 않아 시간·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사용자 편의도 높일 수 있다. 박 팀장은 “웹·앱에서의 경험이 오프라인 매장과 서로 연결되도록 해 동일한 만족도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O2O(Offline to Online)와 O4O(Online for Offline)가 서로 연결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다른 곳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오늘드림의 지난해 주문건수는 전년대비 12배나 뛰었다. 작년에는 모바일 ‘선물하기’ 서비스를 출시했고 뷰티 전문 라이브 커머스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올리브영 전체 누적거래액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웃도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옴니채널 전략의 효과를 체감한 올리브영은 개발을 내재화하기로 결정했다. 테크(Tech)직군 채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된 배경이다.

▲ △올리브영은 4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 형식의 채용 설명회 ‘올리브영 테크(TECH) 채용 콘서트’를 개최한다.고(사진=올리브영)
▲ △올리브영은 4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 형식의 채용 설명회 ‘올리브영 테크(TECH) 채용 콘서트’를 개최한다.고(사진=올리브영)
“스타트업형 개발자 찾아요”
강점은 풍부한 자원이다. 올리브영은 이미 △사용자 수 △트래픽 △브랜드 인지도·충성도 △상품 수△매장 등을 갖추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포함한 고객들의 각종 데이터도 확보돼 있다. 앱 다운로드 수는 834만건. 화장품 리뷰 수는 누적 1000만건 돌파가 코앞이다. 물류망 역할을 하는 전국 오프라인 매장은 1200여개에 달한다. 몸집 큰 대기업의 온·오프라인 커머스 전반을 다룰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자 소구점이다.

“올리브영에선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구체화해볼 수 있어요. 여타 온라인 중심의 커머스 기업에선 해볼 수 없는 경험이죠. 미국 월마트와 ‘닮은꼴’ 전략이지만, 국내엔 올리브영처럼 옴니채널을 구현하는 기업이 드물어요.”

단점은 새롭게 출범하는 조직이라는 데 있다. 제품·서비스 설계부터 개발문화 조성까지 주도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올리브영이 스타트업의 역동성을 원하는 개발자를 찾는 이유다. 개발조직은 애자일(Agile·민첩한)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제품별로 스쿼드(Squad·소단위 집단)를 꾸려 다양한 옴니채널 실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팀장은 “벤치마킹할 롤모델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해야 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기존 유통기업과는 다른 도전정신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올리브영은 전문가 매칭 스타트업 ‘숨고’에서 김환 개발담당을, 뷰티샵 예약 스타트업 ‘헤이뷰티’에서 임수진 사업부장 등을 영입했다. 디지털사업본부장에는 ‘라인플러스’ 출신 이진희 상무를 선임한 바 있다. 회사에 없던 이른바 ‘스타트업 DNA’를 뿌리 내리기 위해서다.

복지로는 유연근무제·재택근무 등 자율적인 근무환경을 포함해 CJ그룹의 각종 복리후생이 제공된다. 오는 2022년 기업공개(IPO)가 목표인 만큼 다양한 임직원 보상 제도도 준비 중이다. 올리브영은 프리 IPO를 통해 13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바 있다. 박종욱 팀장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리브영은 온·오프라인 모두 성장궤도에 올라탔다”면서 “대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커리어를 쌓을 수 있고, 보상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개발자들에게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커요. 의지도 확실하고요. 올리브영도 ‘로켓’이 될 수 있어요. 함께 올라탈 인재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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