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 금융사 '탄소제로' 경영 제대로 알기…탈탄소 아니다①

발행일 2021-08-04 17:18:51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KB금융그룹은 '2020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량이 대폭 증가할 경우 21조1000억원의 여신이 위험 요인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이 증가하는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그동안 기업과 개인에 빌려줬던 대출과 투자금액 21조원의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한 것입니다.

(자료=KB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기후변화가 금융사에 미칠 영향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신한금융그룹은 미래 탄소 가격 상승에 따라 현재 투자 중인 유틸리티(가스·전력 등) 기업 약 55.1%의 마진이 2030년에는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고탄소 배출 업종의 경우 미래 탄소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로 전환 리스크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한 것인데요. 그룹이 투자한 고탄소 배출 업종 업체들이 2030년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탄소비용 또한 1조1600억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전환리스크란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환경 정책이나 규제, 투자자의 인식 변화 등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말합니다.

예컨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이용률과 가동률이 내려가고, 발전사들이 석탄보다 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사용하게 될 경우 연료비가 증가하고, 환경 관련 비용이 불어나 수익성이 이전보다 악화될 수 있는데요. 이런 것들이 전환리스크입니다.

(자료=신한금융그룹 TCFD 보고서)

금융사 자산 포트폴리오 대부분은 중후장대(조선·해운·철강·건설)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금융사들 또한 기후변화 리스크를 피해가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때문에 금융사들은 앞다퉈 '탄소 제로(0)' 경영에 나설 것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KB금융은 자체 탄소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46.0%로 감축하고, 같은 기간 대출(투자) 자산 포트폴리오의 배출량은 33.3%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2050년에는 '탄소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신한금융은 자체 탄소배출량을 2030년 46.2%, 2040년 88.2%까지 감축하고, 같은 기간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은 각각 38.6%, 69.6% 줄인 뒤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하나금융은 그룹사의 탄소배출량과 석탄발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잔액을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우리금융 또한 2030년까지 그룹 내부 탄소배출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그룹 내부 및 자산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을 제로화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처럼 금융권의 '탄소 제로' 선언이 이어지면서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미흡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정말 금융사들은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들의 투자 요청을 거절하게 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노(NO)'입니다.
탄소제로가 아닌 탄소중립이 실천 과제
금융사들의 '탄소 제로' 전략은 탄소중립이 목표입니다.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탄소배출 상쇄 효과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예컨대 금융사 임직원과 영업활동을 통해 직간접으로 배출되는 스코프(Scope)1과 2에서는 탄소배출량은 제로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건축 환경 개선, 'RE100' 가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내부 배출을 '0'으로 만드는 전략을 취하겠다는 것인데요.

(자료=신한금융그룹 ESG 보고서)

가장 중요한 대출(투자) 자산의 탄소배출량까지 고려한 스코프3 단계에서는 탄소배출 상쇄 전략을 통해 탄소중립을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이 실제 추구하는 '탄소 경영' 전략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환경파괴 등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도, 사회·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거나 컨설팅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인데요.

(자료=신한금융그룹 TCFD 보고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ESG경영 컨설팅기관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가입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자발적 협약이라 강제성이나 법적 구속력은 없다"며 "사회·환경적 리스크 식별하고 저감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 구축 차원에서 가입을 서두르고 있고, 환경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투자도 리스크 관리 계획을 수립하면 조건부로 PF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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