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이 7월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 개선안에 대해 제시했다.(사진=SK이노베이션.)
▲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이 7월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 개선안에 대해 제시했다.(사진=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확장을 위해 오랜 기간 분사를 고민했던 SK이노베이션이 결국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했다. 모회사 디스카운트(시장가치 중복에 따른 주가 눌림 현상) 탓에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지분율 희석, 자본금 조달 등을 감안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4일 전날 이사회를 결고 배터리 사업과 E&P 사업의 분할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내달 16일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후 10월1일 신설법인인 SK배터리와 SK이엔피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지난해 지동섭 배터리 사업 대표가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이후 분사는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게다가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이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를 열고 미래 계획을 공유하는 과정에서도 배터리 분사를 강하게 암시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향후 (배터리 사업을)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리소스(Resource)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에쿼티(Equity) 플레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분사에 대한 고민을 에둘러 표현했다.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분사 후 조직도.(이미지=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분사 후 조직도.(이미지=SK이노베이션.)

업계 관심은 SK이노베이션이 어떠한 방식으로 배터리 사업을 분할할 것인지에 쏠렸다. 이미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떼어내며 주주들의 큰 반발을 산 탓에 SK이노베이션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물적분할은 100% 자회사로 분리하는 형태로 배터리 사업을 바라보고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한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방식으로 평가 받는다. 순식간에 간접투자자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적분할을 할 경우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분할 비율에 따라 신설 배터리 회사의 주식을 자동취득해 이 방식을 선호한다.

실제로 이날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 계획이 발표되자 주주들의 반응은 주가로 나타났다. 전날 25만3000원에 장을 마감한 SK이노베이션은 이날 한 때 주가가 7.91%나 쑥 빠지기도 했다. 지난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 때 배터리 분사를 암시한 이후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세에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이처럼 주주들의 냉담한 반응을 알고서도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데에는 결국 지분율 희석과 자본금 조달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적분할을 할 경우 그룹 지주사인 SK㈜가 신설 배터리 자회사의 지분을 33.4% 소유하는데 그친다. 신주를 발행해 자본금을 조달할 경우 지분율이 크게 떨어지고, 또 이를 감안하면 자금을 조달하는데 한계가 발생한다.

물적분할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배터리 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형태로 지분 활용의 폭이 더욱 커진다. 지분을 일부 매각할 수도 있고 신주를 대량으로 발행해 자본금을 대폭 끌어올 수도 있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 편입되기 때문에 지배력에 대한 고민도 덜게 된다.

관건은 SK이노베이션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상책을 내놓을지 여부다. LG화학은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1주당 1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친화정책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 역시도 이미 주주들의 반발을  예상하고 있다. 김 총괄사장은 스토리 데이에서 “배터리 분사를 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순수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되고 주주회사 디스카운트 강해질 것”이라며 “과연 SK이노베이션 주식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할 이유가 뭔가라고 한다면 디스카운트를 초과하는 밸류 크리에이션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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