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 금융사 '탄소제로' 경영 제대로 알기…'탈탄소' 아니다②

발행일 2021-08-05 08:40:20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탄소중립'을 선언한 금융사들의 다음 고민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외부에 알려 기업과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인데요. 경영 성과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알리는 일이 숙제로 남았습니다.

올해부터 일부 금융사들은 대출(투자)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감축 목표를 세워 이행 사례를 경쟁적으로 공개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탄소집약도를 관련 성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자료=신한금융그룹 2021년 1분기 IR 보고서)

지난해 기준 금융사별 탄소집약도는 신한금융그룹 22.0%, 우리금융그룹 36.7%, KB금융그룹 45.3% 순으로 계산됩니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신한금융이 탄소배출 리스크가 가장 적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전체 자산 탄소배출량은 우리금융그룹 647만 톤, 신한금융 1289만 톤, KB금융2676만 톤으로 집계되기 때문이죠.

금융사들이 말하는 탄소집약도란 탄소배출량과 총 대출액(투자액)을 나눈 뒤 100을 곱해 나온 결과값입니다. 탄소배출량 측정 때 대출액(투자액)을 해당 기업 가치(상장사의 경우 시가총액) 또는 총자산로 나누고, 여기에 해당 기업의 총 탄소배출량 등을 곱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이 지표가 '0%'가 된다 해도 탄소배출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부 금융사의 경우 전체 자산을 합산한 탄소집약도는 탄소 경영에 무의미한 지표로 판단하고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요. 이러한 계산법은 해외에서도 적용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든 사례로 파악됩니다.
(자료=네덜란드계 자산운용사 로베코(ROBECO) 2020년도 탄소 보고서)

해외 금융사들의 탄소경영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네덜란드 자산운용사인 '로베코(ROBECO)' 등 소수 회사만이 국내와 유사한 방식의 측정 결과를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탄소집약도를 공개한 금융사들은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과학적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의 권고에 따라 온실가스 목표를 수립하고 있어 이러한 셈법을 내놨다고 설명합니다. SBTi는 기업의 기후행동을 유도하고자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세계자원연구소(WRI), 세계자연기구(WWF)가 공동 발족해 만든 협의체입니다.

SBTi는 최신 기후 과학을 반영한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해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효율적으로 감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데요. KB·신한·하나금융은 SBTi에서 제시하는 방법론 중 하나인 섹터별 감축방식(SDA)를 기반으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금융자산의 탄소배출량을 업종별로 구분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요구하는 △1.75°C △2.0°C △2.7°C 등 각 시나리오를 적용해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료=하나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

SBTi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철강이나 시멘트 기업에 대해서는 SDA를 기반으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는 것이 적합한데요. 국내 금융 포트폴리오를 아우르는 완벽한 회계 기준은 아닙니다. 제품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기업 등에는 다른 지표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사들 또한 이러한 고민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금융은 탄소배출량이 높고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SDA, 탄소배출량이 낮고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GEVA(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 접근법) 방법론 등을 적용해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기업에 'ESG 호소문' 보내고, 착한투자 채권 발행
금융사들은 제조기업처럼 직접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ESG 경영'을 주도할 기업들이 탄소중립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컨설팅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신한금융의 경우 기업에 ESG 경영 참여를 유도하는 서한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도록 유도(인게이지먼트)하는 일종의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죠. 지난해 신한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총 242개 투자대상 기업에 주주 서한과 질의서를 발송했습니다.
(그래픽=블로터)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019년 1월 총 6억 달러 규모로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한 바 있습니다.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국내외 친환경 사업과 취약계층을 돕는 일에 사용한다고 밝혔는데요.

투자 이행 계획에 따라 그린본드(Green bond)를 발행해 태양광 발전에 4972만 달러, 풍력발전에 3020만 달러, 하나은행 본점 환경 개선 작업을 위해 1억23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공시했습니다.

하나은행이 이를 통해 달성하는 탄소배출 감축량은 국내 경유차 약 33만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PM2.5 기준 경유차 한대 당 연간 평균 배출량은 4Kg) 양과 맞먹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그린본드 투자 계획에 따라 계산된 CO2 온실가스 감축량은 연간 기준 13만3408미터톤(1미터톤=1000Kg)입니다.
(그래픽=블로터)

KB금융은 SBTi 방법론에 따라 '2.0°C 시나리오 기반의 자산 포트폴리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수립했는데요. 공식 검증 절차를 통해 수립된 목표를 승인받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지난해까지 SBTi 수립 참여를 선언한 글로벌 기업은 1074개로, 금융사 중에선 목표를 승인받은 곳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B금융의 감축 목표가 SBTi 승인을 받는다면 금융사로는 '세계 최초'가 될 수도 있습니다.

KB금융은 지난해 10월 SBTi의 가이던스가 공개되자마자 내부에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목표 승인을 받는 작업에 착수했는데요. 현재 1단계 분석이 끝난 상태로 2단계 심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SBTi의 승인 작업은 총 4~5단계에 걸쳐 진행된다고 합니다.

이번에 KB금융이 탄소 경영 목표 검증에서 SBTi의 승인을 받게 된다면, 나머지 금융사들의 동참 움직임은 물론이고, 추후 이행 노력에 따라 기업들의 '탄소중립'이 앞당겨지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는데요. KB금융이 '책임 투자'에서도 리딩금융 역할을 할 지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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