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근간인 통신망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지만 시장에서 기업가치에 대해 저평가받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의 실적과 주요 재무지표를 바탕으로 통신3사의 과제를 진단한다.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SK-T타워. (사진=SKT)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SK-T타워. (사진=SKT)

국내 무선 통신 시장 1위 SKT는 회사를 통신과 비통신 부문으로 분할해 각 사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방침이다. SKT는 가칭 'AI&디지털인프라컴퍼니'(SKT 존속회사)와 'ICT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로의 인적분할을 앞두고 있다. AI&디지털인프라컴퍼니는 기존 유무선 통신과 함께 인공지능(AI)·구독·메타버스·데이터센터·사물인터넷(IoT) 등의 사업을 맡는다.

기존 SKT의 자회사로 반도체·보안·커머스·모빌리티 사업을 펼쳤던 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 등은 신설되는 ICT투자전문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박정호 SKT 대표는 ICT투자전문회사를 이끌며 반도체 분야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주요 자회사들을 상장시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매출 증가에도 수익지표 '악화'
SKT는 최근 5년간 매출(이하 연결기준)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약 17조1000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18조6000억원까지 늘었다. 2020년 실적을 보면 무선 통신 사업을 맡고 있는 MNO 부문(SKT 별도)이 11조7466억원의 매출을 올린 가운데 미디어(3조7135억원, SK브로드밴드 연결), 보안(1조3386억원, ADT캡스·SK인포섹 합산), 커머스(8143억원, 11번가·SK스토아 합산) 부문도 선전한 결과다. 하지만 5년간의 영업이익은 뒷걸음질쳤다. 2016년 약 1조5000억원이었지만 1조원 초반대를 전전하다 2020년 1조3000억원에 그쳤다. 11번가가 커머스 시장에서 쿠팡·네이버 등과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면서 지속적으로 비용이 늘어 부진했다. SK인포섹과 합병하며 물리와 정보를 합한 융합보안 서비스를 준비 중인 ADT캡스도 2020년 영업이익이 1409억원으로 2019년보다 8.2% 감소했다.

주요 재무지표 중 ROA(총자산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경쟁사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ROA는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부채를 포함한 자산 총액으로 나눠 산출한다.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에 대한 지표로 활용된다. SKT의 ROA는 2016년 5.3%에서 2017년 8%까지 늘었으나 2019년 2%로 급감한 후 2020년 3.2%로 소폭 증가했다. 2020년 SKT 총자산의 3.2%를 순이익으로 남겼다는 의미다. SKT는 최근 ROA가 감소했지만 2020년 기준 KT(1.9%), LG유플러스(2.63%)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다.

ROE는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ROA가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냈는지를 평가하는 수치라면 ROE는 자기자본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볼 수 있는 지표다. SKT ROE도 최근 5년 중 2017년에 14.7%까지 늘었지만 2020년에는 6.3%에 그쳤다. KT(4.3%)보다 높지만 LG유플러스(6.46%)보다는 낮다. 결국 ROA와 ROE를 보면 자산이나 자본을 얼마나 잘 활용해 순이익을 냈는지를 알 수 있다. SKT의 ROA와 ROE가 2018년까지 늘다가 2019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5G 상용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지국 구축과 주파수 할당 대가 납부 등 각종 비용이 크게 늘어나며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SKT의 에비타(EBITDA)는 지속 증가했다. 에비타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이자비용·법인세·감가상각비를 공제하기 이전의 이익을 의미한다. SKT의 에비타는 2019년부터 5조원을 넘어섰다.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LTE보다 높은 5G 가입자가 지속 늘어난 가운데 미디어·보안·커머스 등의 자회사들의 매출이 늘어난 것이 에비타 증가에 한몫했다.

SKT의 주가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0만원대 초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19의 유행이 시작되며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전세계 증시가 폭락했던 2020년 3월에는 16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속에 세계 증시는 회복세를 보였다. SKT는 박정호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한 가운데 올해 5월 자사주 869만주를 소각하는 등 주가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SKT의 주가는 탄력을 받으며 30만원대까지 올라섰다. SKT는 기세를 몰아 인적분할 이후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각오다. 약 2900만명의 휴대폰 가입자를 보유한 MNO사업을 비롯해 SK브로드밴드와 콘텐츠웨이브가 있는 미디어, 11번가의 커머스, 융합보안 서비스를 추진 중인 ADT캡스에 SK하이닉스 지분가치까지 더한다면 회사의 가치는 50조원 이상이라는 것이 SKT의 판단이다. 하지만 현재 SKT의 시가총액은 22조원에 불과하다.

▲ 박정호 SKT 대표가 올해 4월 서울 중구에 위치한 SK-T타워에서 열린 온라인 타운홀 행사에서 직원들에게 회사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T)
▲ 박정호 SKT 대표가 올해 4월 서울 중구에 위치한 SK-T타워에서 열린 온라인 타운홀 행사에서 직원들에게 회사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T)
 
M&A 전문가 박정호 대표, 원스토어·ADT캡스 '성공적 상장' 과제
지난 2017년부터 SKT를 이끌고 있는 박 대표는 최태원 SK 회장의 신임을 받는 M&A 전문가로 꼽힌다. SK의 전신인 선경에 입사한 후 SKT에서 사업개발부문장을 맡았고 SK㈜ C&C에서 대표직을 수행했으며 2017년 SKT로 돌아왔다. 그는 특히 SK하이닉스와 관련된 M&A를 주도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인수할 당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과 중요한 현안을 논의했다. SK하이닉스가 2018년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에 지분을 투자할 때에도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협상을 주도했다.

이처럼 주요 M&A를 주도한 그가 ICT투자전문회사도 이끌게 되면서 주요 자회사들의 상장도 이어질 전망이다. 박 대표는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ADT캡스·SK브로드밴드·11번가 등의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간 SKT의 자회사로 있었던 회사들을 상장시켜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각오다. SK㈜-SKT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있어 손자회사의 M&A 제약 때문에 적극적으로 M&A에 나서지 못했던 SK하이닉스도 주목된다. 박 대표는 이석희 대표와 함께 SK하이닉스의 대표도 맡고 있어 알짜 반도체 기업의 M&A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커머스·모빌리티·구독, 경쟁서 살아남을까
통신과 비통신 분야로 회사를 나눠 새롭게 출발하는 SKT가 신사업 영역에서 기존의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커머스와 모빌리티 분야는 선발 사업자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있는 점이 ICT투자전문회사 자회사들이 극복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커머스 시장에서 쿠팡·네이버 등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11번가에 대해 당장의 성장은 쉽지 않지만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의 협력에서 어떤 차별점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SKT는 지난해 11월 아마존과 커머스 협력을 추진하며 11번가에서 아마존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11번가는 국내 판매자들이 아마존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할 계획이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기업본부 평가2실장은 "11번가는 아마존과의 제휴가 사업역량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구매대행 등 기존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형태로 이용 편의성을 높이면서 멤버십과 각종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며 소비자를 유인하는 마케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경쟁사처럼 하나의 플랫폼으로 고객 편의성을 갖추되 추가로 차별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티맵모빌리티는 기존 내비게이션 앱 티맵을 기반으로 주차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며 우버와의 합작사 우티를 통해 택시 호출 서비스도 시작했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주차·대리 등을 하나로 통합했는데 티맵모빌리티도 이러한 통합으로 고객 편의성을 추구하면서 차별적 서비스를 선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통신 인프라와 신사업을 접목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휴대폰 유통망 관계자는 "기존 모바일 인프라와 신사업을 적극 연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ADT캡스의 융합보안 서비스같은 경우 고화질 영상의 전송이 필요하므로 5G 서비스와 연계한 상품을 강화하는 전략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속회사인 AI&디지털인프라컴퍼니는 구독과 메타버스가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다. SKT는 2500만 모바일 고객과 전국의 직영점 및 대리점 등의 유통망을 기반으로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웅진씽크빅(교육)·SK매직(생활가전)·제네시스(AI 콘텍트센터) 등의 전문 기업과 손잡고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SKT는 오는 2025년까지 구독 가입자 수를 3600만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이나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가상의 공간에 여러명이 각자의 아바타를 통해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회의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메타버스 시장에서 SKT는 통신 인프라와 기존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민이 사용하는 소셜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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