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LG에너지솔루션 등에 업은 '솔루스첨단소재'의 미래는

발행일 2021-08-06 07:43:33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동박 생산라인.(사진=솔루스첨단소재)

두산그룹이 애끊는 심정으로 사모펀드에 매각한 솔루스첨단소재(옛 두산솔루스)의 배터리 소재 사업이 드디어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기업에 인수된지 8년 만에 배터리 소재인 동박(이하 전지박) 제품의 매출이 실현되고 있습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 3일 자사의 IR 자료를 통해 2분기 배터리용 전지박에서 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분기 전지박 매출은 4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분기 전지박 매출은 지난 1분기와 비교해 58.1% 증가했습니다.

솔루스첨단소재 전지박 매출.(사진=솔루스첨단소재)

경쟁사인 일진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옛 KCFT)는 이 시장에서 연간 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두 회사와 비교하면 솔루스첨단소재의 매출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솔루스첨단소재의 '성장 스토리'를 돌이켜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유는 솔루스첨단소재는 전지박 생산기술만 있었을 뿐 공장이 없어 제품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두산이 투자해 생산공장을 지었고, 지난해 4분기부터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두산솔루스는 유럽의 완성차 및 배터리 공장들이 들어선 헝가리 타타반야 지역에 1만2000톤 캐파의 생산공장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사모펀드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이하 스카이레이크)에 매각됐고, 솔루스첨단소재라는 새로운 사명으로 2분기 연속 매출이 발생하고 있죠.

써킷포일 룩셈부르크.(사진=써킷포일)

솔루스첨단소재의 모태인 서킷포일(Circuit Foil)은 수차례에 걸쳐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아픈 추억'을 갖고 있는 기업입니다. 서킷포일은 1959년 미국 뉴저지의 전자소재 전문업체로 출범했습니다.

창업주 찰스 예이츠는 1960년대 서킷포일을 주식회사로 바꾸면서 기반을 유럽의 관문인 룩셈부르크로 옮겼습니다. 1974년 사명도 예이츠 산업(Yates Industries)으로 바꿨습니다. 같은해 일본의 전기회사 후루카와와 합작사를 설립해 전자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후 1990년 유럽의 철강회사 아르베드(Arbed)에 인수됐습니다. 그러다 2014년 두산그룹에 인수됐고,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으로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에 팔렸습니다. 서킷포일은 60년 넘게 전자재료만 생산하면서 '외길'을 걸었는데, 최대주주는 여러차례 바뀌었죠.

솔루스첨단소재 실적 추이.(자료=솔루스첨단소재)

솔루스첨단소재는 전지박, 동박, 전자소재, 바이오 등 4가지 사업영역을 갖추고 있습니다. PCB용 동박, OLED 소재, 바이오, 화장품 사업을 해왔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2901억원으로 57%가 동박 사업에서, 나머지가 OLED와 바이오 소재에서 나왔습니다.

영업이익은 30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0.4%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외화환산 손실로 323억원의 손실을 입으면서 지난해 110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다행히 올해 상반기 매출 1810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순이익도 16억원을 내 흑자 전환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1.4%로 수익성이 크게 둔화된 상황이지만 흑자인 점은 긍정적입니다.

사실 솔루스첨단소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형성하는 건 배터리 소재인 전지박의 영향이 큽니다.

배터리용 전지박은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해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배터리는 양극재와 분리막, 음극재를 적층해 쌓은 후 두루마리 형태로 감아, 전해액을 주입해 밀봉하는 방식으로 생산됩니다. 이때 양극재와 음극재는 배터리의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입니다. 음극재는 전지박 위에 음극활물질과 도전체, 바인더를 입혀 만듭니다.

전지박은 음극집전체로 음극재에 들어가는 얇은 막으로, 얇을 수록 많은 리튬이온을 채울 수 있죠. 이 때문에 전지박은 배터리 효율과 관련된 소재입니다. 표면에 울음없이 얇고 넓고 길게 만들어야 합니다. 불순물이 조금만 들어가도 수백미터의 동박을 폐기해야 합니다.

전지박(I2B) 점유율 현황.(자료=금융감독원)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 그리고 중국 업체인 장춘(CCP) 등 3곳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CCP가 12.9%, 일진머티리얼즈가 9.7%의 점유율을 갖고 있죠. SK넥실리스는 7.4%입니다. 과거 업체 3곳의 점유율이 50%에 육박했는데, 갈수록 후발주자들도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전지박 시장은 '톱티어(Top Tier)' 업체들이 정해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솔루스첨단소재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지박 시장 전망.(자료=솔루스첨단소재)

이유는 LG에너지솔루션 때문입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품질 인증을 마쳤습니다. 앞서 두 회사는 3억8000만 달러(4200억원) 규모의 전지박 납품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솔루스첨단소재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한 전지박을 5년 동안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공장에 납품하기로 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솔루스첨단소재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575억원을 투자하는 등 파트너십을 강화했습니다.

비록 솔루스첨단소재는 시장의 후발주자이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우산' 아래 성장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에 있어 미국과 유럽은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붐을 맞아 유럽 지역의 캐파를 현행 70GWh에서 155GWh 규모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2025년까지 약 7조6500억원을 투자해 유럽공장의 캐파를 공격적으로 확대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 유럽공장은 전기차 232만대 분량에 들어갈 배터리를 만듭니다.

1GWh당 360톤의 전지박이 필요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공장 캐파를 가정할 경우 연간 5만5800톤(360톤 x 155GWh)의 전지박이 필요하죠.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수요를 솔루스첨단소재가 가져간다고 가정할 경우 빠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죠. 아직까지 솔루스첨단소재는 LG에너지솔루션 유럽공장에 한정해 납품하고 있지만, 미국 공장까지 커버할 수도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인 SK넥실리스로부터 전지박을 공급받고 있고, 삼성SDI는 일진머티리얼즈로부터 전지박을 납품받고 있습니다. 최근 전지업계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추세입니다. '소부장' 기업들이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죠.  

LG에너지솔루션은 솔루스첨단소재와 '혈맹'이 예상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등 핵심 소재를 내재화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동박까지는 여력이 없어 보입니다. 솔루스첨단소재와 LG에너지솔루션은 협력을 지금보다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 상반기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현황.(자료=SNE 리서치)

이렇듯 솔루스첨단소재의 높은 밸류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과 함께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전기차향 배터리 판매량은 27.9GWh로 점유율은 26.5%에 달했습니다. 상반기 동안 41만850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계 2위 배터리 회사의 '우산' 아래 있는 만큼 솔루스첨단소재의 미래는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변수도 있습니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만큼 언젠가 '엑시트'가 예상됩니다.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를 인수할 당시 롯데정밀화학이 약 30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솔루스첨단소재의 지분 22%를 롯데정밀화학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양극재용 알미늄박과 분리막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스카이레이크를 통해 음극재용 전지박까지 생산하는 것으로 볼 수 있죠.

앞으로 솔루스첨단소재와 롯데그룹과 관계를 고려하면 회사의 미래가 더욱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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