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근간인 통신망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지만 시장에서 기업가치에 대해 저평가받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의 실적과 주요 재무지표를 바탕으로 통신 3사의 과제를 진단한다.

▲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KT 이스트 사옥. (사진=KT)
▲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KT 이스트 사옥. (사진=KT)

국내 유선 통신 시장 1위, 무선 통신 시장 2위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는 KT는 창사 이래 가장 큰 변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구현모 대표는 KT를 더 이상 유무선 통신 기업이 아닌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구 대표 체제에서 KT는 회사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AI·DX 부문을 신설해 기업의 DX(디지털 혁신)와 관련된 B2B(기업간거래) 시장 공략에 나섰다. 콘텐츠와 핀테크(기술과 금융의 합성어)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섰다. 구 대표는 이같은 KT의 체질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할 방침이다.

현금창출력 개선됐지만…낮은 수익성 '고민'
KT는 최근 5년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연결기준 2016년 22조7000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23조9000억원으로 약 1조2000억원 늘었다. 2020년 부문별 실적을 보면 무선에서 6조933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매출 상승을 이끌었고 유선에서는 IPTV가 전년 대비 7.7% 증가한 1조723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B2B에서는 AI·DX 부문이 11.8% 증가한 550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올렸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6년 1조4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1조원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2020년에는 1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매출만큼 늘어나지 못한 것은 무선 사업에서 5G를 상용화하며 기지국 구축 등에 들어간 비용이 늘어난 것과 주요 자회사들의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BC카드는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부동산 사업을 하는 KT에스테이트도 분양 및 호텔 매출 감소와 시설관리 사업의 KT텔레캅 이관 등의 여파로 같은 기간 매출이 24.9% 줄었다.
 

주요 재무지표에서도 현금창출능력을 뜻하는 에비타(EBITDA)는 개선됐지만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악화됐다. KT의 에비타는 2016년 4조7852억원에서 2020년 4조8184억원으로 증가했다. 에비타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이 지속적으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KT의 ROA(총자산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최근 5년간 악화됐다. ROA는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ROE는 자기자본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볼 수 있다. ROA와 ROE의 추이를 살펴보면 기업이 자산이나 자본 대비 순이익을 얼마나 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KT의 ROA는 2016년 2.8%에서 2020년 1.9%로, ROE는 같은 기간 6.7%에서 4.3%로 감소했다. 2020년 수치를 보면 KT의 전체 자산 중 1.9%를, 자본 중 4.3%를 순이익으로 남겼다는 의미다. 2020년 KT의 ROA와 ROE 모두 통신 3사 중 최저다. 회사를 디지코로 전환하는 것과 함께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도 구 대표의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최근 5년간의 주가 추이를 보면 2017년 8월 3만5000원대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하락해 2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세계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해 3월에는 1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상승해 최근 3만3000원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구 대표의 고민은 이어지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해 10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주가에 기업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점이 제일 큰 고민"이라며 "KT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고 평가받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KT의 시가총액은 8조7200억원대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45위다.

▲ 구현모 KT 대표가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KT)
▲ 구현모 KT 대표가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KT)
내부 출신 구현모, 디지코로 체질 개선 이룰까
구 대표는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였던 황창규·이석채 전 회장과 달리 KT 내부 출신이다. 지난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로 입사해 34년간 근무한 정통 KT맨이다. 그만큼 사업구조와 매출원 등 KT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그간 외부 출신의 CEO를 경험한 KT는 본업과 관계없는 이슈에 휘말리는 경우가 잦았다. 과거 공기업이었고 민영화됐지만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로 있어 사실상 주인이 없는 기업이다보니 줄곧 외풍에 시달렸다. 이를 잘 아는 구 대표는 지난해 3월 취임일성으로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구 대표는 책임경영을 위해 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후 KT 주요 임원들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며 시장에 책임경영 의지를 알리는데 힘을 보탰다.

구 대표는 책임경영 의지를 다지며 회사를 디지코로 전환하기 위해 특히 콘텐츠와 핀테크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스튜디오 지니를 설립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전문 기업 KT 시즌을 출범시키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적극 나섰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이미 넷플릭스를 비롯해 CJ ENM·네이버·카카오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KT가 이들과 경쟁을 펼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원천 IP(지적재산권)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기업본부 평가2실장은 "KT는 IPTV의 지배력, 유무선 가입자기반과 결합상품 제공역량은 이미 갖췄다"며 "기존 사업자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사업제휴, 관련 기업 인수를 포함한 적극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KT는 웹툰이나 웹소설 등 원천 IP를 제휴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 경쟁자들과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T는 핀테크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자회사 케이뱅크가 성장세에 시동을 건 가운데 뱅크샐러드와 웹케시에 각각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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