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대리운전연합)
▲ (사진=대리운전연합)

“카카오·SK는 돈으로 숟가락 하나 더 얹은 것뿐입니다. 막대한 자본으로 시장을 먹어버리면 이게 혁신입니까. 침탈이죠.”

대리운전업계가 카카오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의 ‘전화대리’ 시장 진출을 규탄하고 나섰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대리운전연합)는 5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운전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자회사 CMNP를 통해 ‘1577 대리운전’ 운영사 코리아드라이브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코리아드라이브는 국내 대리운전서비스 1위 사업자다.

‘전화대리’ 키우는 카카오, 따라가는 티맵...“대기업 할 일 아냐”
국내 대리운전 시장은 ‘앱대리’와 ‘콜대리(전화대리)’로 나눠져 있다. 전화로 대리기사를 부르는 비중이 80%다. 시장 규모는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6년 대리운전시장에 진출해 모바일로만 대리운전을 중개해왔지만, 시장점유율이 20% 안팎에만 맴돌자 전화콜 사업으로 발을 뻗었다. 지난해 7월에는 전화콜 2위 업체인 콜마너와도 제휴를 맺었다.

국내 대리운전 전화콜 업체는 3000여개로, 영세업체들이 다수다. 대리운전연합에 따르면 전체 시장에는 1만여명의 중소업체 사장, 3만여명의 상담원들이 종사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진출에 대리운전업계가 ‘골목상권 침해’라며 들고 일어선 이유다.

▲ (사진=대리운전협회)
▲ (사진=대리운전협회)

대리운전연합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콜대리 시장 진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유진 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카카오가 진입하기 전인 2016년까지 6000여개 대리운전업체가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이 사라졌다”며 “그나마 남아있던 전화콜 시장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카카오는 남은 전화콜 시장의 지분 인수와 진출을 철회하고, 원가 이하의 가격 정책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불공정 경쟁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따라 대리운전시장에 진출한 SK텔레콤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달 대리운전 서비스 ‘티맵 안심대리’를 출시했다. 통화 버튼을 누르면 대리기사와 바로 전화연결되는 서비스로, 3개월 수수료 무료를 내세워 기사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리운전연합에 따르면 기존 시장에 있던 ‘콜마트’라는 관제시스템을 이용해 대리호출을 받고 있다. 장 회장은 “SK는 3000만 이용자를 가진 티맵을 이용해 아무런 진통 없이 카카오의 나쁜 방식을 모방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뭘 혁신하고 안심시킨다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기업답게 새로운 고객과 기사를 확보하는 게 아니라 기존 대리운전 이용자와 기사를 돈을 미끼로 유입시키고 있다”면서 “카카오를 모방한 대리운전시장 침탈을 즉각 멈추라”고 말했다. 또 “제발 기존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리운전연합은 카카오·SK텔레콤 등에 △전화콜 시장 진출을 위한 지분인수 및 참여 △플랫폼 시장 확장 △무분별한 현금성 프로모션 △원가 이하 할인정책 등을 중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대리운전연합 최명석 부대표는 “카카오가 들어와서 기존 시장이 커지거나 개선된 것은 없고 고객이 더 늘어나거나 기사가 많아지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로지프로그램 힐링연합 박준엽 대표는 “대리운전은 저소득층의 마지막 보루다. 신용이 안 좋거나 사업이 안 되던 이들이 생계를 유지하려고 일군 시장”이라며 “수많은 영세업체와 콜센터 직원들의 생계가 바람 앞의 촛불이 됐다. 대기업 카카오·SK의 일방적인 시장 강탈은 절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리운전연합은 지난 5월 동반성장위원회에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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