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근간인 통신망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지만 시장에서 기업가치에 대해 저평가받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의 실적과 주요 재무지표를 바탕으로 통신 3사의 과제를 진단한다.
▲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LG유플러스 사옥. (사진=LG유플러스)
▲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LG유플러스 사옥.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국내 무선 통신 시장에서 3위 사업자이지만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무선은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며 가입자를 늘렸고 IPTV에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신사업인 비통신 분야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에 비해 눈에 띄는 서비스가 적다. LG유플러스는 통신 사업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며 가입자 기반을 더욱 탄탄히 하고 비통신으로도 발을 넓힐 방침이다.  

매출·영업익 증가율 높지만…수익성 지표 '악화'
LG유플러스는 SKT와 KT에 비해 유무선 서비스의 가입자 수가 적은만큼 매출과 영업이익의 절대적인 수치는 뒤진다. 하지만 매출·영업이익의 증가율은 3사중 가장 높다. 3위 사업자인만큼 가입자를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을 펼치고 있는 국내 통신 시장에서 경쟁사의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 LG유플러스는 혜택이 많은 무선 요금제와 외부 파트너와 손을 잡는 등의 차별화 전략을 펼치며 가입자를 늘렸다.

최근 5년간의 실적을 보면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2016년 11조4510억원에서 2020년 13조4176억원으로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65억원에서 8862억원으로 19% 늘었다. 같은 기간 SKT와 KT는 매출은 9%, 5% 증가하는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13%, 14%씩 감소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무선 사업에서는 지인 결합 상품 'U+투게더'와 온라인 전용 다이렉트 요금제를 출시했고 IPTV에서는 대표적인 키즈 콘텐츠인 '아이들나라'를 업데이트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알뜰폰에서는 미디어로그와 LG헬로비전 등 2개 계열사를 통해 전년 대비 74.2% 늘어난 19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매출이 늘어난 가운데 현금창출능력을 뜻하는 에비타(EBITDA)도 개선됐다. 2020년 에비타는 3조2508억원으로 2016년(2조4000억원)에 비해 8508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ROA(총자산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악화됐다. ROA는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ROE는 총자산이 아닌 자기자본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냈는지를 볼 수 있다. ROA와 ROE의 추이를 살펴보면 기업이 자산이나 자본 대비 순이익을 얼마나 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ROA는 2016년 4.12%에서 2020년 2.63%로, ROE는 10.63%에서 6.46%로 감소했다. 이는 이 기간동안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며 기지국 구축과 각종 마케팅 등 영업비용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LG유플러스의 영업비용은 5년간 17% 증가했다.

LG유플러스의 주가는 경쟁사에 비해 탄력을 덜 받는 모습이다. 2016년 1만1000원대에서 2019년 초 1만8000원대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하락해 6일 종가 기준 1만4600원이다. 시가총액은 6조3745억원대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56위다. SKT는 2016년 20만원대 초반이었던 주가가 3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KT의 주가는 올해 초 2만원대 초반이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며 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사진=LG유플러스)
▲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사진=LG유플러스)
'내부 출신' 황현식 사장, 신사업서 성과 낼까
올해초 대표이사로 선임된 황현식 사장은 LG유플러스 내부에서 성장한 첫 최고경영자(CEO)다. 황 사장에 앞서 LG유플러스를 이끌었던 하현회 전 부회장과 권영수 ㈜LG 부회장은 각각 다른 LG 계열사에서 CEO를 지낸 인물이다. LG유플러스의 전신인 LG텔레콤으로 입사한 황 사장은 통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영업 현장을 경험했으며 LG유플러스의 모바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LG 그룹 인사에서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했다.

전략가 기질로 공격적 행보를 보였던 하 전 부회장이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수치를 꼼꼼하게 챙겼던 권 부회장과 달리 황 사장은 통신 전문성과 온화한 리더십으로 그룹 내에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신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신규사업추진부문과 고객서비스·품질혁신센터를 신설했다. 기존 통신 관련 사업은 전문성을 갖춘 부문장들에게 맡기고 신사업은 황 사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2분기에 신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신사업과 회선 사업이 포함된 기업 인프라 사업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7% 증가한 3888억원을 기록했다. 비대면 수요가 늘면서 솔루션과 IDC(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이 선전한 결과다. LG유플러스는 LG전자(스마트팩토리)와 LG CNS(스마트팩토리) 등 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신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도 '초거대 AI'를 준비중인 LG AI 연구원과의 협업이 예상된다.

황 사장이 외부 기업에 대한 투자나 인수합병(M&A)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LG유플러스는 필요한 분야에서 외부 파트너와 협업하는 전략을 주로 펼치고 있다. AI에서는 '클로바'를 보유한 네이버와 함께 AI 스피커 '우리집AI'를 선보였고 보안에서는 에스원과 손잡았다. IPTV에서는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통신 3사 중 처음으로 제휴를 맺었다. 이러한 협업 수준에서 벗어나 지분을 투자하거나 M&A에 나서는 등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뛰어들지에 대해서도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기업본부 평가2실장은 "LG유플러스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사업제휴를 통해 가입자 기반의 질적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5G 구축 등 투자 부담을 감안하면 당분간 재무 부담이 따르는 인수 전략 추진은 신용도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신사업 관련 역량 확보를 위해서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M&A 전략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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