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에서 카메라가 사라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이지 않게 됐다. 카메라를 디스플레이 아래 두고 촬영 중에만 보이게끔 설계된 UDC(Under Display Camera) 탑재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초기지만 UDC는 스마트폰 업계의 오랜 염원인 '진짜 풀스크린'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기대가 높다. 특히 하반기 관련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자존심 맞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되며 이목이 집중된다.

선수를 친 건 샤오미다. 샤오미는 10일 UDC를 적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믹스4'를 공개했다. 이는 11일 오후 11시(한국 시간)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신제품 공개 행사(갤럭시 언팩)를 하루 앞둔 발표다. 업계는 삼성을 겨냥한 샤오미의 도발로 보고 있다. 삼성 역시 이번 신제품인 '갤럭시Z 폴드3(가칭)'에 폴더블 스마트폰 최초로 UDC를 탑재했다고 알려진 상황이다.

▲ 샤오미 미믹스4(좌),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3 예상 이미지 (사진=샤오미, 에반블래스 트위터)
▲ 샤오미 미믹스4(좌),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3 예상 이미지 (사진=샤오미, 에반블래스 트위터)

UDC, 누가 더 잘 만들었나
양사 경쟁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UDC 성능이다. 카메라를 디스플레이 밑에 숨기면 풀스크린 구현은 쉬워지는 반면 카메라 화질이 낮아지는 점은 문제제로 꼽힌다. 디스플레이가 카메라를 덮는 구조에선 렌즈로 투과되는 빛이 굴절되거나 줄면서 상의 왜곡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빛을 투과시키면서 화면도 표시하기 위해 해당 영역의 픽셀(Pixel, 색 표시 요소) 밀도는 다른 부위보다 낮게 설계되는데 이 경우 오히려 카메라 영역의 낮은 선명도가 도드라져 일체감이 떨어질 수 있다. 그만큼 UDC의 완성도는 카메라 화질과 디스플레이 일체감 양면을 모두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삼성 신제품은 공식 스펙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샤오미는 이번 미믹스4 UDC에 픽셀 밀도 400ppi를 구현했다. PPI는 1인치당 색을 표현하는 픽셀이 몇 개나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400ppi는 400~500ppi선인 최신 스마트폰들과 비교해 육안 구분이 어렵다. 즉, 디스플레이 재생 중에는 카메라가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란 이야기다.

▲ 삼성디스플레이의 UPC(UDC와 동일)홍보 영상 中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유튜브)
▲ 삼성디스플레이의 UPC(UDC와 동일)홍보 영상 中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유튜브)

만약 삼성이 샤오미와 마찬가지로 PPI를 높여 일체감에 중점을 뒀다면 관건은 사진 품질이다. 픽셀 밀도가 높을수록 카메라에 투과되는 빛도 줄어 좋은 사진을 얻기 어렵다. 이 경우 고밀도 픽셀을 구현하는 디스플레이 제조 기술과 촬영된 사진을 선명하고 자연스럽게 보정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수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화웨이 제치고 부상한 샤오미, 삼성전자 적수 될까
수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경쟁 시장은 달랐다. 삼성이 애플과 함께 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격전을 벌였다면 샤오미는 가성비를 앞세워 중저가 시장에서 선전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평준화되고 프리미엄 기기 가격도 점점 높아지면서 시장에선 중저가폰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삼성도 올해 중저가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면서 샤오미와 삼성의 경쟁 접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샤오미가 자사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미믹스4를 갤럭시 언팩 전날에 공개한 것은 이제 고가 시장에서도 삼성과 직접 경쟁을 벌이겠단 의지로 해석된다.

현재 삼성의 안방인 국내에선 샤오미 점유율이 한자릿수를 밑도는 만큼 체감이 어렵지만 해외는 다르다. 특히 중저가폰 수요가 높은 해외 스마트폰 신흥 시장에선 샤오미가 삼성을 앞서거나 위협 중인 국가도 적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6월 삼성과 애플을 제치고 사상 첫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점유율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최근 성장세가 도드라지는 기업이다. 시장분석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 입지가 위태로워진 화웨이의 자리를 샤오미가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 샤오미, 삼성전자,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월별 점유율 추이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 샤오미, 삼성전자,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월별 점유율 추이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소비자 선택 요소, 폼팩터 혹은 가격
전통의 강자 삼성, 유망주 샤오미의 이번 신작들은 UDC 폰의 대중화 및 하반기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남은 건 본격적인 시장 경쟁이다. 잘 만든 제품이라도 많이 보급되고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된다.

이 점에선 양사의 무기가 다르다. 삼성전자의 신제품은 차세대 폼팩터로 각광받는 폴더블폰, 샤오미 미믹스4는 일반적인 바(Bar)형 스마트폰이다. 가격 차이도 크다. 갤럭시Z 폴드3의 시장 예측가는 한화 190만원대, 미믹스4 가격은 최고 110만원대다. 폴더블 제품인 갤럭시Z 폴드3의 가격이 높은 건 당연하지만 높은 가격은 절대 판매량 측면에선 불리한 조건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분기 5G 안드로이드폰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샤오미가 25.7%로 15.6%를 기록한 삼성을 따돌렸다. 저가폰을 앞세운 샤오미 공세의 결과로 풀이된다.

물론 제품 완성도에 따라 소비자들이 고가 스마트폰에 지갑을 열 수 있다. 또 최근 갤럭시 A 라인업 중심의 '프리미엄 중저가폰' 전략을 펼치고 있는 삼성이 이번 신제품 발표 이후 해당 라인업에 UDC를 적극적으로 탑재할 경우 전체 시장 장악력이 높은 삼성이 UDC 폰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연말쯤 발표될 시장조사 결과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한편 삼성은 11일 오후 11시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신작을 공개한다. 이번 행사는 삼성이 지난 7월 28일 공개한 공식 트레일러(사전예고) 영상이 공개 일주일 만에 1억뷰를 돌파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행사는 삼성전자 뉴스룸과 공식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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