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지난주 카카오모빌리티의 ‘도미노 요금인상’ 논란이 뜨거웠죠. 택시 스마트호출료를 손질한 지 일주일 만에 전기자전거 요금체계까지 인상하면서 비판이 거셌는데요. 난타를 당하던 카카오모빌리티가 결국 계획을 철회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습니다만, ‘후폭풍’은 국정감사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스마트호출은 택시가 안 잡힐 때 고를 수 있는 선택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반호출은 무료고요. 게다가 스마트호출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40%를, 택시기사가 60%를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선 ▷스마트호출 수요에 따라 매출도 커지고 ▷택시기사의 벌이도 늘려줄 수 있으니 ‘상생’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을 겁니다. ▷기본운임으로 부를 수 있는 ‘공짜호출’도 있으니 택시요금 인상은 아니라는 항변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이같이 말하기도 했고요.
요금제 개편으로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이하 블루)의 반사이익도 기대해볼 수 있었을 겁니다. 택시를 부르기 위해 카카오T 앱을 열면 블루·스마트호출·일반호출 등이 순서대로 뜨는데요. 상단에 벤티·블랙·모범택시 등이 위치하기도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비싼 택시들이 눈에 잘 띄는 구조입니다. 특히 블루는 근처의 빈 택시가 즉시 잡히는 대신 기본운임에 최소 0원, 최대 3000원의 웃돈이 붙습니다. 스마트호출은 택시가 잡힐 ‘확률’만 높여주면서 최대 5000원을 더 내야 하는데, 택시를 바로 탈 수 있는 블루는 최대 3000원만 내면 되는 거죠. 택시가 급한 승객은 웬만하면 블루를 부르고, 블루를 탈 수 없을 때 대안으로 스마트호출을 택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겠군요.
블루의 매출은 곧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입니다. 가맹을 맺은 법인·개인택시는 전체 매출의 3.3% 정도를 수수료로 떼어주게 돼 있죠. 블루는 올해 2분기 기준 전국 택시 25만대 중 10% 이상인 2만6000대에 달합니다. 종합해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호출료 인상을 통해 가맹택시의 입지를 굳히고, 가맹택시가 없는 지역에선 스마트호출료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었겠네요.
사실 카카오모빌리티의 요금제 변경이 유연해진 것은 이른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때문입니다. 우버엑스·카풀·타다 등이 등장할 때마다 택시업계 반발이 극심했죠. 중재자로 나선 정부는 플랫폼 사업자를 법 테두리 안에 들여놓는 방법을 짜냈습니다. “더 많은 타다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결과적으로는 비(非)택시 서비스로는 돈 벌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개정안에 ‘타다금지법’이란 별명이 붙었던 이유입니다.
대신 정부는 플랫폼 사업자가 가맹·중개택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기로 했습니다. 특히 요금 등에 대한 규제를 유연하게 풀어주겠다고 약속했죠. 당시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이른바 ‘택시 우버화(化)’의 일환이었습니다. 중개요금을 손쉽게 변경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택시에 무게추를 둔 이 법이 통과되면 시장의 다양성은 저해되고 ‘택시강자’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위만 우세해질 거라는 게 중론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진 않았습니다.
오는 2022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흑자전환이 급한 시점인데 여의치 않네요. 이전 기사([넘버스]논란의 카카오모빌리티, 택시로 돈 벌 수 있을까②)에서도 말했듯, 카카오모빌리티라고 땅 파서 장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4년연속 적자를 봐왔으니 수익을 기대할 시점입니다. ‘독주체제’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자본이 넉넉한 티맵택시·우버택시(우티) 등 경쟁자들이 시장에서 기를 못 펴온 게 꼭 카카오모빌리티 탓도 아니고요.
다만 시장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읽히지 않는다는 게 카카오모빌리티의 패착(敗着)으로 보입니다. 택시를 탈 ‘확률’을 높이기 위해 최대 5000원을 추가로 내는 데 수긍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돈을 낼 만한 서비스에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앞서 타다가 탄력요금제를 도입해 택시보다 비싼 값을 부르고도 호응을 얻었던 것처럼요. 돌연 계획을 수정하게 된 카카오모빌리티는 또 다른 유료화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찬물도 급하게 마시면 체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