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LG디스플레이, 중소형OLED 3.3조 투자 ‘두 가지 의미’

발행일 2021-08-18 07:00:50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3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경기 파주사업장에 2024년까지 6세대(1500mm X 1850mm) OLED 라인을 깔고 기존 라인 확장 등을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월 6만 장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입니다.

LG디스플레이의 이번 투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번 증설의 대상이 ‘중소형 패널’이라는 점, 둘째는 이번 투자로 올해 예상된 투자의 상당액이 결정됐다는 점입니다.

LG디스플레이가 3조3000억원을 들여경기도 파주사업장의 중소형 OLED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블로그 '디스퀘어')

P-OLED, LG디스플레이의 ‘먹거리’가 되다
LG디스플레이의 향후 수익원이 될 제품은 대형 OLED이지만 실제로 오늘날 수익을 내는 건 중소형 패널입니다. 이 가운데 모바일 제품은 OLED로 만들어지는데요. 플라스틱 기판을 적용한 OLED, 일명 P-OLED로 세계적 스마트폰 제조 업체 애플의 1티어 디스플레이 공급사가 됐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11에 처음 P-OLED를 넣기 시작한 뒤 아이폰12와 차기작 아이폰13에 연이어 제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폰은 매년 2억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죠. 애플이 없었다면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라인 증설을 생각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2018년 1분기~2021년 2분기 LG디스플레이 실적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실제로 지난해 말 매출에서 IT 제품 비중이 41.8%, 모바일 제품 비중이 30.5%로 TV(27.7%)보다 높았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발 LCD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감소, OLED 양산 지연 등으로 2019년부터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어왔죠. 애플에 대한 P-OLED 디스플레이 납품, IT 제품에 대한 특수가 없었다면 올해도 영업손실이 이어졌을 겁니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패널이 탑재되는 제품군을 넓힐 계획입니다. 오늘날 OLED는 이미 스마트폰뿐 아니라 노트북이나 모니터, 태블릿 등 IT 제품에 보편적으로 탑재되기 시작했죠. 여기에 더해 향후 전기차에도 보편적으로 들어갈 잠재력이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OLED 성장성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데요.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 패널 시장 매출 점유율은 91%에 달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전기차에 OLED 패널이 보편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관련 시장을 선점했다.(사진=LG디스플레이 블로그 '디스퀘어')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LG디스플레이는 P-OLED가 ‘전기차에 가장 최적화된 패널’이라며 수주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기차로 넘어오면서 전력 소비가 많아지게 됐는데, OLED 패널은 LCD 패널 대비 전력 소모가 적어 주행거리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P-OLED의 유연성은 곡선으로 된 차량 디자인에 맞추기에 적합하죠. 전기차 시장 확대가 자명한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P-OLED를 꾸준히 납품할 수 있다면 증설은 회사 수익성 측면에서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LG디스플레이는 컨퍼런스콜에서 “P-OLED 사업은 내부 역량 향상을 통해 사업이 안정화됐고 고객사와의 공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 물동 운영 기반과 수익 구조를 마련했다”며 “P-OLED는 전기차에 상당한 수주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OLED 패널 납품설, 물 건너가나

자본적 지출(캐팩스·CapEx) 측면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중소형 OLED 증설에 2024년 3월 말까지 3조3000억원을 쓰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투자가 단행된다면 LG디스플레이가 예상하는 올해 연간 설비투자 한도에 매우 가까워지게 됩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연간 자본적 지출을 에비타(EBITDA) 내로 줄이겠다고 알렸고, 특히 올해는 감가상각비 범위 내에서 설비투자 운영이 가능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과거 에비타를 뛰어넘는 무리한 증설로 손익이 나빠졌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자본적 지출을 4조원대 초반 수준으로 집행할 것이라 예고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회사가 올해 예상 중인 감가상각비는 약 4조5000억원입니다. 올해 단행한 자본적 지출은 지난 1분기 7678억원이었고 이를 단순히 연간으로 곱하면 약 3조1000억원 수준입니다. 감가상각비에서 연간 기준 자본적 지출을 빼면 약 1조4000억원의 여유분이 남는 거죠. 더군다나 올해 2분기보고서에서 자본적 지출의 연간 집행 예상치를 4조원 초반으로 밝혔으니, 사실상 남은 액수는 약 1조원 안팎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지할 게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대형 OLED 패널을 납품할 수 있다는 보도들이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증권가는 삼성전자에 대한 납품이 실현될 경우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증설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한 바 있습니다. 

당시 시장에서 언급된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패널 생산능력이 연 800만~1000만 대이고 당초 회사 기대치인 700만 대 이상을 출하하면서 삼성전자가 OLED 패널을 사는 경우입니다. 대략 150만~200만 대만 사더라도 LG디스플레이로선 대형 OLED 추가 투자가 필요해진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중소형 라인을 증설하는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사진=LG디스플레이)

다만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라인을 증설하면서 연내 대형 라인에 대한 증설 여력은 사실상 없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3조3000억원에 이르는 중소형 설비투자가 약 3년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1조1000억원인데, 물론 실제 투자가 이런 식으로 이뤄지진 않겠지만 거칠게 이 값을 올해 예상되는 자본적 지출에 대입한다면 최소한 올해는 더 이상 증설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결과가 도출됩니다.

무엇보다도 OLED TV는 가격이 비싸 아직 TV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2~3% 수준에 불과합니다. LG디스플레이도 그간 대규모 증설을 단행했던 대형 OLED에 대해 추가 투자보단 먼 미래를 보고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지금 당장은 전기차, 웨어러블을 비롯한 모바일 시장에서 P-OLED의 확장성이 더 커 보이기도 합니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에서 급할 게 없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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