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결합해 만든 소상공인 무료 상권분석 서비스 '잘나가게'에 '배달 상권' 분석 기능을 추가했다. 이제 잘나가게 이용자들은 매주 1회 업데이트된 주변 상권 분석 데이터와 함께 배달 홍보에 적합한 지역이 어딘지 문자메시지(SMS)로 받아볼 수 있다. KT는 이를 소상공인들에게 무료 제공하는 한편 향후 업데이트될 심화 서비스만 유료로 제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와 빅데이터 사업의 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 KT 종로구 이스트 사옥 (사진=KT)
▲ KT 종로구 이스트 사옥 (사진=KT)

앱 설치, 이용료 없이 매달 업데이트 되는 상권 정보
'잘나가게'는 KT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서비스다. 가입만 하면 별도의 이용료 납부, 앱 설치 등의 번거로운 과정 없이 특정 지역의 상권이 어떤 형태로 형성돼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기존의 블록형 상권분석과 달리 KT의 특허 기술로 만들어진 건물 단위 상권분석이 국내 최초로 적용돼 예비창업자에게도 유용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

잘나가게에서 제공되는 핵심 데이터는 △점포 위치 기준으로 유동인구가 형성되는 방향 △유동인구의 수 △연령과 성비 △동일 업종의 평균 매출 △지역 상권의 평균 매출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조합해 창업 전 점포 위치 선정에 참고할 수 있으며 가게 운영 중에는 계절·시간별로 변화하는 상권에 대해 맞춤형 전략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KT에 따르면 현재 전국 5만여개 점포에서 잘나가게를 사용 중이며 월평균 가입자 증가율은 165%에 달한다. 회원 비중은 예비 창업자 54%, 사업자 46%로 창업 전후 양면에서 고르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KT '잘나가게' 메인 페이지와 사용 예시 (자료=잘나가게 웹페이지 갈무리)
▲ KT '잘나가게' 메인 페이지와 사용 예시 (자료=잘나가게 웹페이지 갈무리)

배달 홍보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배달 상권분석'은 잘나가게의 상권분석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KT가 추가로 내놓은 서비스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 음식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과열된 배달 홍보 경쟁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배달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5000억원에서 2020년 7조600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모바일 배달 플랫폼들이 거둔 성공으로 기존 전화 주문의 상당 부분이 앱 주문으로 변화하고 있다. 문제는 배달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자 각 점포들이 자신의 가게를 검색·추천 상단에 노출시키기 위한 '배달앱 홍보'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점.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배달업계 1위인 B 플랫폼에서 특정 지역 내 점포 노출 빈도를 높일 수 있는 '깃발 꽂기' 광고비는 건당 8만8000원 수준이다. 깃발을 많이 꽂을수록 앱 상단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점주들 간의 경쟁심리를 자극한다. 그러나 내 지역에 타 점포의 깃발이 얼마나 꽂혀 있는지 알 수 없고 깃발 수에도 제한이 없어 점주들은 눈치를 보며 높은 깃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KT의 배달 상권분석 서비스는 이런 문제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광고를 하더라도 배달 주문 성공률이 높은 지역에 집행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다. 모바일 배너광고만 하더라도 이미 사용자의 취향, 관심사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노출되는 맞춤형 광고가 대세다. 그만큼 배달 홍보를 불특정 상권 중심으로만 진행할 경우 종이 전단지를 무작위로 살포하던 옛 방식을 단순히 모바일로 옮긴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분석이다.

▲ 잘나가게 배달 상권 분석 화면 (자료=KT)
▲ 잘나가게 배달 상권 분석 화면 (자료=KT)

상권 데이터 분석, 어떻게 이루어지나?
KT는 배달 상권 분석에 이동통신사란 자사의 강점을 적극 활용했다. 먼저 KT 모바일 로그 데이터 중 배달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용자 정보를 추출한 뒤, 이를 전국의 기지국 기반으로 분석한다. 이어 모든 권역을 500x500m 단위 블록으로 나누고 건물별 배달 수요 데이터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 이종헌 KT 빅데이터마케팅&세일즈 담당 상무는 "잘나가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모두 동의를 받은 고객 데이터를 통해 이뤄지며 특정인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처리돼 현행법 내에서 개인정보 이슈는 없다"고 설명했다.

배달 블록이 생성되면 가게 위치를 중심으로 1.5km, 2km, 3km 반경까지의 상권 분석 정보가 제공된다. 각 블록은 주문 건수에 따라 10개 등급으로 구분되며 1순위부터 5순위까지 후보 위치를 추천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만약 기존에는 10개 지역에 10개의 깃발을 썼다면 이를 통해 5개 지역에 5개, 혹은 10개를 집중함으로써 광고 노출 빈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또 분석 지역의 배달 주문 건수, 성별·연령·, 시간대별 통계 등의 데이터를 함께 제공받을 수 있어 시기에 따른 배달 전략 수립이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AI가 데이터에 근거한 기본 전략을 함께 제시해주므로 점주의 개별적 영업 노하우에 이를 접목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된다.

▲ 이종헌 KT 빅데이터마케팅&세일즈 담당 상무 (사진=KT)
▲ 이종헌 KT 빅데이터마케팅&세일즈 담당 상무 (사진=KT)

KT는 ESG 경영 확대 차원에서 잘나가게 서비스를 계속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연내에 소상공인들을 위한 추가 서비스 오픈 계획도 예정돼 있다. △점포별 수익성, 입지, 운영 방식 등을 진단해주는 '점포진단' △가게에 전화하는 고객들의 특성, 시간대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유선 통화 분석' △소상공인 대출에 개인 신용평가 뿐 아니라 점포 신용 평가 모델을 반영해 대출 상품을 연계해주는 서비스 등이 있다.

현재 금융권에서 신한은행, 제로페이를 서비스하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 공격적인 제휴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나아가 소상공인 창업 및 경영 지원을 통해 잘나가게를 국내 최대 규모 소상공인 마켓플레이스로 만드는 것이 KT의 목표다.

기업 측면에선 향후 출시될 프리미엄 유료 상품을 통해 KT 비통신 부문에서 최근 연속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AI·DX 부문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이 상무는 "유료 기능은 상권 정보 무제한 열람, 가게 내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솔루션 도출 등 일부 심화 기능에 한한다"며 "현재 무료로 출시된 핵심 기능들은 앞으로도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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