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 건조한 선박.(사진=삼성중공업)
▲ 삼성중공업 건조한 선박.(사진=삼성중공업)

'수소 선박' 등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친환경 선박을 개발 중인 삼성중공업이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를 추진했는데, 두 달 여만에 조 단위 유상증자에 나선다. 수주 산업인 조선업의 특성상 재무구조가 악화될 경우 신규 수주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17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2억5000만주가 신규 발행된다.

예정 발행가는 15% 할인율을 적용해 4950원으로 결정됐다. 최종 발행가는 1·2차 발행가액 산정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25일 확정된다.

삼성중공업은 1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9446억원에 달한다. 반기순손실은 983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의 원인으로는 '배보다 배꼽'이 큰 수익 구조다. 올해 상반기 원가율은 121.5%를 기록했다. 선박을 건조해 인도해도 마진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5대1의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삼성중공업은 우선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와 우선주를 1000원으로 감액한다. 주식 감자비율은 80%다. 주식 수는 6억3011만주로 그대로지만 자본금은 총 3조1506억원에서 감자 후 6301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번 감자는 부분 자본잠식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부분 자본잠식이란 기업의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지난 1분기 기준 자본총계는 3조2940억원, 자본금은 3조1505억원으로 집계됐다. 무상감자를 할 경우 자본금이 줄어들어 적자가 쌓여도 자본잠식에 빠지지 않게 된다.

이날 삼성중공업은 무상감자에 이은 후속조처로 유상증자를 추진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2018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됐다.

지난 3년 동안 조선업황은 꾸준히 개선됐고, 발주시장도 크게 개선됐다. 2분기 기준 수주 잔고는 15조5045억원을 기록했다. 수주 잔고는 2019년 2분기와 비교해 2조2293억원 증가했다. 지난 7월까지 올해 수주 목표의 74%인 67억 달러를 수주했다. 

그럼에도 손익 구조가 악화된 영향으로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2분기 별도 기준 결손금은 1조1037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반기 이익잉여금은 2조2037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적자가 쌓이면서 이익잉여금을 꾸준히 까먹은 결과다.

삼성중공업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극약처방'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흑자 전환을 하지 않는 이상 재무구조 개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증자를 통해 우선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친환경 기술개발 및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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