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넘버스>가 만난 부동산 전문 블로거 삼토시(samtoshi)_데이터에 기반해 시장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사람

최근 몇 년 간 급변한 국내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예측해 '부린이(부동산 투자 초보)'들의 희망으로 떠오른 삼토시(강승우)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을 데이터 분석에서 찾았습니다. 정부가 데이터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집값을 폭등시키는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고 평가했습니다.

삼토시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는데요. 몰래 숨겨둔 비밀 데이터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택가격동향, 전세가율, 유동성, 금리, 실수요자 성격 등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 데이터를 사용합니다. 올 상반기 서울 부동산 가격 급등을 미리 알 수 있었던 것 역시 데이터들 간 상관관계를 찾아내는 '데이터 분석의 힘' 덕분이었습니다. 분석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최근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부린이들에게는 막막하게 느껴질 텐데요. 주목해야 할 데이터는 무엇이고, 또 어떤 논리에 따라 분석해야 하는지 '인터뷰' 형식으로 삼토시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직방TV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삼토시 강승우씨.(사진=직방TV 빅데이터의 유튜브 영상 캡처.)
▲ 직방TV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삼토시 강승우씨.(사진=직방TV 빅데이터의 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의 집값 상승은 다주택자들의 매집 때문이 아니라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상급지 갈아타기 때문"

Q.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하다는건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나 일반 국민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불안정함'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나요? 시장이 불안정한지, 안정적인지 국민들이 쉽게 확인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부동산 데이터의 종류가 있을까요.

저는 KB리브온 부동산에서 매월 발간하는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를 챙겨봅니다. 두 개의 엑셀 파일로 구성된 이 자료는 60개의 Sheet로 구성되어 있을 만큼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죠.

▲ 월간 KB주택가격동향 내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출처=KB리브온 부동산.)
▲ 월간 KB주택가격동향 내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출처=KB리브온 부동산.)

그 안에서도 눈여겨보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정량적인 데이터로서 지역 단위별로 1986년부터 현재까지 월별 상승률을 알아볼 수 있는 '기간비교', 지역별로 상승률을 비교하기가 용이한 '지역비교'가 있습니다. 시기별로 언제가 뜨겁고 차가운지 확인이 가능한데다 지역별로도 과열된 지역과 아닌 지역을 구분할 수 있기에 애용하는 데이터입니다.

두 번째는 정성적인 부분인데 표본 중계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통계로서 시장에 대한 심리적 분위기를 알아보는데 유용합니다. 매수자가 많은지 매도자가 많은지를 알려주는 '매수우위', 전세 수요와 공급의 과부족을 알려주는 '전세수급', 향후 상승하락 여부에 대한 전망을 알려주는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 등이 눈여겨볼 만한 데이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정책은 '투기' 잡는데 집중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죠. '실수요자 증가'라는 진짜 집값 상승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어떤 부동산 데이터를 참고로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당시 정부가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부동산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사에서 데이터의 왜곡이 이미 드러났습니다. 김 전 장관은 취임사에서 현재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를 “다주택자들의 투기” 때문으로 규정했습니다. 2016년 5월 대비 2017년 5월 주택 거래 현황에서 5주택 이상 보유자의 매수 건수가 강남 4구에서만 무려 53%가 증가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 외, 용산, 성동, 은평, 마포도 5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매수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고 언급했죠.

물론 김 전 장관의 취임사에서 거론된 숫자는 팩트가 맞습니다. 2016년 5월에 비해 2017년 5월에 5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매수 건수는 확연히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비중에 있습니다.

2017년 5월 강남4구 매매거래량 3904건에서 5주택 이상 보유자의 매매 건수는 98건으로 불과 3%의 비중만 차지했습니다. 3주택 이상 소유자로 범위를 넓혀봐도 292건으로 그 비중이 7%에도 미치지 않았습니다. 반면,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매매 건수는 3261건으로 전체 거래량에서 무려 8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강남4구 집값을 올린 건 다주택자인가요 실수요자인가요. 서울의 집값 상승은 다주택자들의 매집 때문이 아니라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상급지 갈아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죠.

그렇다면 서울의 집값 안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다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에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쪽에 집중했어야 했습니다.

과거 서울 부동산의 중장기 조정장을 초래시킨 원인을 살펴보시죠. 1991~95년 조정장 때는 1기 신도시 입주가 있었고, 2009~13년 조정장 때는 2기 신도시(판교/광교) 입주뿐 아니라 매매가와 전세가의 괴리가 역대 가장 컸던 것이 한 몫 했습니다.(2009년 1월 전세가율 38%)

그렇다면 현 정부 출범 초기에 집값 안정화를 위해 취했어야 했던 정책은 명확합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및 3기 신도시 조기 추진을 통해 서울 요지 및 수도권에 대한 공급 확대를 도모했어야 했고, 2019~20년에 역대급 입주 물량이 몰리는 상황을 활용하여 전세가 약세를 초래, 매매가와 갭을 벌림으로써 매매가 하락을 유도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 기간을 요건으로 추가하여 타지에 사는 서울 유주택자를 서울로 회귀하게 했으며,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 유통 매물을 급감시켜 전세가를 폭등시키고 말았습니다. 입주 물량이 몰린 2019~20년은 전세가 급락을 통해 매매가를 잡을 골든타임이었는데 오히려 전세가가 상승해버린 것은 치명적인 실책이었습니다.

Q. 부동산 시장 불안정함은 이제 되돌릴 수 있는 경제 현상이자 사회 현상이 됐습니다. 지금이라도 정책 궤도를 수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요. 지금 정부는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위에 언급한대로 서울 부동산의 과거 조정장은 1·2기 신도시 입주, 그리고 매매가와 전세가의 괴리 확대가 그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3기 신도시 입주는 일러야 5년 이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기에 남은 대책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괴리 확대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중간소득 가구가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량화한 지수인데 주택구입부담지수의 전고점은 2008년 2분기 164.8로 소득의 41%를 원리금 상환 부담에 사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 1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84.5로 소득의 46%를 원리금 상환 부담에 사용하는 수준입니다.

(※원래 2021년 1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66.2이나 주택금융연구원에서 2013년부터 중간가격 주택 기준을 KB부동산에서 한국감정원으로 바꿨습니다. 중간에 기준이 변경될 경우 일관된 분석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어 저는 2013년 이후도 KB부동산 기준으로 환산해서 도출했습니다.)

역대 최대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서도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전세가율에 있습니다. 현재의 전세가율은 55%를 상회하고 있어 역대 전저점(2009년 1월 38%)보다 월등히 높아 집값을 든든히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죠. 이는 서울의 갭투자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데서도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20년 1월 34% → 4월 39% → 7월 36% → ‘21년 1월 43% → 4월 52%)

따라서 현재의 대책은 전세가를 잡는데 집중해야 됩니다. 그러나 입주 물량이 22년까지 갈수록 줄어드는 환경에서 전세가를 잡는 것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은 전세가를 이렇게 밀어올린 규제들을 원복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매매 수요를 청약 대기수요(전세 수요)로 전환시킨 분양가 상한제와 전세 유통 매물을 급감시킨 임대차 3법, 그리고 외지에 사는 집주인들을 대거 서울로 회귀시킨 장기보유특별공제 실거주 요건을 폐지해야 합니다.

최근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전면 백지화하자 은마와 성산시영 등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전세 매물이 급증하고 호가도 1억원 이상 하락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정부의 정책 실기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부동산 시장 자체의 움직임에 대해 질문해보겠습니다. 삼토시님이 자주 사용하시는 데이터를 근거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 흐름을 분석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팩트 분석도 좋고 예측도 좋습니다.

서울 및 수도권 위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주택구입부담지수, 즉 중간소득 가구가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은 소득 대비 역대 최대 수준을 경신했습니다. 즉, 저금리 상황에도 불구하고 집값 급등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큽니다. 거기에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들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늘어나는 갭투자 비율에서 보듯 높은 전세가율은 매매가를 강력히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2022년까지 급감하는 입주 물량은 여전히 전세가에 대한 상방 압력을 강화할 것이고 이는 매매가도 밀어올릴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M1/M2 비율 추이.(출처=한국은행)
▲ M1/M2 비율 추이.(출처=한국은행)

또한 유동성도 역대 최대이나 M1/M2 비율도 역대 최대입니다. M1은 현금, 예금 등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돈이며, M2는 M1 + 만기 2년 미만 금융 상품 등 짧은 만기에 묶여있는 돈으로서 M1/M2 비율이 높다는 것은 거의 이자를 받지 않고 예치해놓은 금액이 크다는 의미이므로 자산 시장에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는 '유동성의 진성 에너지'로 봐도 됩니다. 지난 34년간 서울 아파트가 KB부동산 기준으로 5% 이상 상승한 14년중 무려 12년의 M1/M2 비율이 29% 이상이었다는 사실은 M1/M2 비율과 서울 아파트 시세간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2021년 6월 기준 M1/M2 비율은 역대 최대 수준인 37.4%나 되죠. 현재 유동성의 진성 에너지가 역대 최대라는 이야기인데 거기에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이 본격적으로 풀립니다. 6월말 기준 하남교산 84%, 인천계양 60%의 토지보상 진척률을 보이나 나머지 4개 지역은 올 연말부터 토지보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해보면, 역대 최대 원리금 상환 부담은 작지 않은 하방 압력 요소지만 전세가율이 여전히 높고 입주 물량이 2022년까지 감소하는데다 토지보상금이라는 신규 유동성 공급이 겹쳐져 2022년까지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의 우상향 추세는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Q. 한국 외 다른 나라의 부동산 시장 흐름은 어떤가요. 한국 부동산 시장처럼 비교해볼만한 다른 나라 부동산 시장도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해 주실 수 있나요.

추세를 보기보다는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 교훈을 얻어보고자 합니다. 아래 그래프를 한번 보시죠.

▲ 일본 수도권 주요 도시 부동산 매매시세 추이.(출처=일본부동산연구소.)
▲ 일본 수도권 주요 도시 부동산 매매시세 추이.(출처=일본부동산연구소.)

도쿄와 주변 수도권 도시들의 2000년 1월 시세를 100으로 전제하고 2021년 상반기까지 매매시세 추이를 그린 것인데요. 두 가지 화살표가 있는데 하나는 2005년, 하나는 2011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때 일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2005년 일본은 현대 들어 최초로 인구가 감소했습니다. 그 이후 정체를 거듭하다 2011년부터 본격적인 감소가 시작되었습니다. 인구 감소가 시작되자 추세에 변화가 발생한 것이죠. 여기서 말하는 추세의 변화란 도쿄와 수도권 도시들간의 디커플링을 의미합니다.

인구가 감소하자 핵심지와 비핵심지의 사이가 더 벌어지는 양극화가 왜 심화되는지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저수지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 저수지에 갑자기 가뭄이 들이닥칩니다. 가뭄이 들이닥치자 저수지 가장자리에 머물던 물고기들은 미처 도망가지 못해 웅덩이에 갇혀 죽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를 목격한 물고기들은 좀더 안전한 곳을 찾아가게 됩니다. 여기서 안전한 곳이란 저수지의 중앙, 부동산으로 치면 핵심지입니다. 인구 감소를 저수지에 들이닥친 가뭄에 비유해봤는데, 이러한 상황이 닥칠수록 핵심지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더 와닿는 예가 있습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보통 늘 차들로 가득차있습니다. 그러나 명절이 되어 귀성 행렬이 이어지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평소와 달리 빈 자리가 많아지죠. 그러나 우리가 늘 세우고 싶어하는 인기 구역, 즉 각 동의 엘리베이터 앞 주차 공간은 늘 차들이 세워져있습니다. 핵심지와 비핵심지의 차이는 이런 것입니다. 차량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비인기구역(비핵심지)은 텅텅 비게 되지만 인기구역(핵심지)은 여전히 수요가 강하다는 의미입니다. 인구가 감소할수록 핵심지와 비핵심지의 차이가 더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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