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9돌'을 맞은 한화그룹에게 2021년은 남다른 해다. 승계 문제, 사업전략 등 모든 부문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재계 7위 대그룹 한화그룹이 직면한 전환기적 상황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변화와도 연관이 깊다. 전환기를 맞은 한화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 본다.
▲ 한화그룹 사옥.(사진=한화그룹)
▲ 한화그룹 사옥.(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은 우주 사업과 수소 사업에서 성장 가능성을 찾았다. 우주는 한화그룹이 개척해야 할 영토가 됐으며, 수소는 채산성을 높여 팔아야 하는 에너지가 됐다.

지구 온난화로 '인류의 영속'에 불안감이 커진 만큼 수소와 우주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자연스럽다. 두 사업은 '다가온 미래' 유망 산업으로 떠올랐고, 한화그룹은 우주 사업과 수소 사업으로 정체기를 극복하고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화그룹은 방산업과 화학사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탈탄소 시대를 맞아 석유화학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고, 방산업은 정부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만큼 성장이 제한적이다. 한화그룹은 '승계와 성장'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만큼 우주 사업과 수소 사업은 필연적으로 성공시켜야 하는 신사업이 됐다.

▲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사진=한화그룹)
▲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사진=한화그룹)

이중 수소 사업은 우주 사업과 비교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맥킨지는 2050년 전 세계의 에너지 공급량 중 7%를 수소가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50년 국내 수소 에너지 수요는 약 1690만톤으로 전체 에너지 수요의 약 21%를 차지하게 된다.

한화는 글로벌 1위의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수소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화가 수소 경제의 미래를 그리는 이유다.

'니콜라'처럼 불확실한 수소...한화의 수소 전략은
한화그룹의 수소 사업은 출발과 동시에 난관에 부딪혔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6월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의 수소전기트럭 업체 니콜라(Nikola)가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수소 사업의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2018년 1억 달러(한화 1170억원)를 투자했는데 불과 1년 만에 지분 가치가 7억5000만 달러(8775억원)로 커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니콜라는 상장 후 기술력에 각종 의문이 이어졌고, 수소 트럭을 통해 수소의 꿈을 펼치려던 한화의 전략도 무산됐다.

▲ 니콜라의 수소 트럭.(사진=Nikola)
▲ 니콜라의 수소 트럭.(사진=Nikola)

수소의 질량당 에너지 밀도는 142kJ/g으로 휘발유의 4배, 천연가스의 3배 수준이다. 휘발유의 효율은 38%, 경유는 43% 가량이다. 수소 연료전지의 효율은 50%가 넘는다. 수소는 사용 후 온실가스 등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물만 배출한다. 수소는 수송용으로 가장 적합하지만, 승용차보다 대형트럭과 비행기, 선박에 적합하다.

한화종합화학은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한다. 자사의 공정과 발전용으로 주로 쓸 계획이며,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을 활용해 전기분해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그룹 핵심 사업인 태양광 사업을 고도화해 수소 생산까지 나아갈 전략을 짠 것이다.

한화그룹은 수소 사업을 더욱 고도화해 니콜라와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시장은 니콜라의 기술력을 불신했고, 한화그룹은 단계적으로 '엑싯'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 이익은 얻었지만, 니콜라와 그린 전략적 협력은 좌절됐다.

이렇듯 수소는 우주의 75%에 달할 정도로 가장 흔하게 얻을 수 있는 원소이지만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이를 대량 생산하기까지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포스코와 SK E&S, 한화종합화학 등 철강사와 화학사는 생산 공정에서 부생수소가 발생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아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포집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한화 외에도 포스코와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주요 그룹들이 수소 사업에 두 팔을 걷고 나섰고, 자사의 사업을 총동원해 '규모의 경제'를 먼저 달성하는 그룹이 수소 경제의 주도권을 쥘 전망이다.

태양광과 부생수소 사업 만을 갖춘 한화로서 여타 대그룹과 경쟁에서 앞서기 쉽지 않고 불확실성도 상당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린수소→수소 탱크→연료전지→UAM...'메이드 인 한화' 관건은 기술력 
한화그룹의 수소 사업을 전·후방 산업을 기준으로 배열하면 다음과 같다. 그린 수소 및 부생 수소가 후방 산업에 해당되며, 수소를 저장할 연료탱크와 연료전지 등도 후방산업에 해당된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하고 있는 플라잉카 UAM(Urban Air Mobility)는 전방 산업에 해당된다.

한화그룹은 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상용차와 선박, 건설기계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소 사업의 비중도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보다 B2B(기업간 거래)에 치우쳐 있다.

▲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플라잉카 UAM.(사진=한화시스템)
▲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플라잉카 UAM.(사진=한화시스템)

계열회사 별로는 한화솔루션이 그린수소와 수소 저장탱크 생산을 맡고, 한화종합화학이 부생수소와 수소 혼소발전을 맡을 예정이다. 한화종합화학은 추후 연료전지 사업까지 확대해 수소 사업을 고도화한다. 한화시스템은 UAM 등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해 활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사업을 맡는다.

한화그룹의 수소 사업을 맡을 계열회사들은 투자금 마련과 M&A 등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미국의 시마론(Cimarron)을 인수했고, 인수대금을 포함해 1억 달러(1100억원)를 투자한다. 투자금은 지분을 포함해 수소 연료탱크 생산공장을 짓는데 쓰인다. 

수소는 고압으로 압축하거나 극저온으로 액화해야 한다. 높은 압력과 극저온에도 견딜 수 있게 내구성이 높은 소재로 연료탱크를 만들어야 한다. 수소를 값 비싸게 생산해도 누수하거나 폭발한다면 수소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 탱크가 지나치게 무거울 경우 연비가 떨어져 운송용으로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수소 사업을 추진 중인 모든 업체는 수소 저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 한화그룹의 수소 관련 전·후방 사업 관계도.(사진=한화그룹)
▲ 한화그룹의 수소 관련 전·후방 사업 관계도.(사진=한화그룹)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유상증자를 통해 1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마련했다. 1조원은 태양광 사업을 고도화하는데 쓰고, 2000억원은 그린 수소분야에 쓴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달 수소 가스터빈 기업인 미국 PSM과 네덜란드 토마센 에너지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한화종합화학은 LNG와 수소를 혼합해 가스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한화에너지는 한화토탈에서 공급받은 부생수소를 활용해 한국동서발전과 두산퓨얼셀과 함께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대산그린에너지의 경험을 토대로 수소 연료전지 발전 사업까지 뛰어들 계획이다.

한화종합화학, 한화솔루션이 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1군 선수'들이며, 한화에너지 등 여타 계열회사들도 수소 사업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수소 사업은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할 때까지 장기간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한화그룹의 어떤 계열사도 수소를 대량생산할 준비가 안 됐고, 대량으로 생산된 수소를 저장하거나 활용할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이유로 계열사의 현금창출력과 재무구조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한화솔루션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80.6%로 재무구조가 상당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4%(영업이익 4250억원)를 기록해 수익성도 안정적이었다. 매출은 5조7173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69.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7.9% 증가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8715억원을 기록해 본업의 현금창출력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 한화그룹 수소 관련 계열회사.(자료=금융감독원)
▲ 한화그룹 수소 관련 계열회사.(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말 기준 한화종합화학은 이익잉여금이 무려 2조7119억원에 달해 부채비율이 11.0%를 기록했다. 현금성자산(3771억원)이 차입금보다 많은 무차입 경영이 유지됐다. 영업이익률은 20.4%에 달해 수익성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전년보다 2190억원 줄어든 1383억원을 기록해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2분기 기준 한화시스템과 한화에너지의 부채비율은 각각 77.0%, 123.5%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991억원(영업이익률 6.0%),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796억원을 기록해 현금창출력이 다소 둔화됐다. 한화에너지의 영업이익은 717억원(11.4%),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641억원으로 소폭 개선됐다.

수소 사업에 뛰어든 계열회사의 재무구조와 현금창출력은 다소 안정적인 모습이다. 결국 수소의 채산성과 활용도를 높일 기술력을 경쟁자들보다 빨리 개발하는게 수소 사업의 성공을 좌우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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