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LG이노텍 사업장 전경. (사진=LG이노텍)
▲ LG이노텍 사업장 전경.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은 법인 기준(사무소, 지점 제외) 총 8곳의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옌타이법인(LG Innotek Yantai Co.,Ltd.)은 이중 2번째로 자산 규모가 크죠. 이 때문에 핵심 해외법인으로 분류됩니다. 옌타이법인은 2004년 8월 설립됐는데요. 한때 산둥성 내 3대 기업으로 선정될 만큼 위상이 대단했지만 최근 수익성 부문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LG이노텍은 LCD 모듈을 중국 시장에 생산·공급하기 위해 옌타이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LG이노텍이 LED, 반도체 패키지 기판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2010년 LG디스플레이에 LCD 모듈 사업을 매각했죠. 옌타이법인에선 기판과 전장부품 사업에 집중했습니다.

최근에는 차량용 모터 등 전장부품 사업에 몰두하는 모습입니다. 2018년 11월에는 DDI칩을 메인회로기판과 연결하는 부품(Tape Substrate) 등 기판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죠. 현재 주로 생산되는 제품은 차량용 모터, 카메라 모듈 등입니다.

▲ LG이노텍 전장부품 DC-DC 컨버터는 지난 5월 재규어 랜드로버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 (사진=LG이노텍)
▲ LG이노텍 전장부품 DC-DC 컨버터는 지난 5월 재규어 랜드로버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 (사진=LG이노텍)

생산 구조가 바뀌면서 실적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2019년 4988억원이던 매출액은 2020년 5274억원으로 증가했죠. 반면 수익성은 악화했습니다. 같은 기간 123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2020년 61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하죠.

적자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졌는데요. 올해 1분기 옌타이법인 실적은 매출액 1283억원, 당기순손실 137억원입니다. 매출액이 늘었음에도 수익성이 떨어진 것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장부품 외형을 키워 자리를 잡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제품의 부가가치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거죠. 쉽게 말해 가리지 않고 물량을 수주해 생산했다는 겁니다. 자연스레 매출액은 늘었지만 수익성 관리가 어려웠다는 거죠.

옌타이법인 사업 전략은 2분기부터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외형 확장을 마치고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죠. LG이노텍이 지난 17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옌타이법인 반기 당기순손실은 9억원입니다. 1분기 당기순손실이 137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줄였다는 걸 알 수 있죠. 2분기만 놓고 보면 128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LG이노텍 옌타이법인 실적 추이. (자료=LG이노텍 연결감사보고서)
▲ LG이노텍 옌타이법인 실적 추이. (자료=LG이노텍 연결감사보고서)

LG이노텍 측은 ‘수주 건전성 제고’를 옌타이법인 수익성 개선 이유로 꼽습니다. 쉽게 말해 1분기까지는 외형 확대를 위해 가리지 않고 물량을 수주했다면, 2분기에는 고객사가 주문한 제품의 부가가치 등을 따져본 뒤 선별적으로 수주했다는 거죠.

옌타이법인의 ‘외형 확장-수익성 개선’ 계획은 LG이노텍 전장부품 사업 전략의 일환입니다. LG그룹 내 LG전자, LG화학 등이 전장 사업을 강조하면서 LG이노텍은 전장부품 사업 위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일단 외형을 키웠죠. 2016년 8309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1873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올해 2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액 비중(18.7%)도 기판 소재 사업(15.3%)을 넘어섰습니다.

▲ 매출 비중 도표. (자료=대신증권)
▲ 매출 비중 도표. (자료=대신증권)

LG이노텍은 올해 연간 수익성도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LG이노텍 전장부품 사업은 2018년 이후 적자가 지속됐는데요. LG이노텍이 지난 17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전장부품 사업 실적은 매출액 6605억원, 영업손실 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적자 규모를 고려하면 수익성이 상당 부분 개선됐음을 알 수 있죠.

옌타이법인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차량 모터 등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멕시코법인(LG Innotek Mexico S.A. de C.V.)도 매출액이 늘더니 올해부터는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LG이노텍 전장부품 사업이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진행되며, 해외 법인에도 동일한 전략이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 LG이노텍 전장부품 사업 실적 추이. (자료=LG이노텍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 LG이노텍 전장부품 사업 실적 추이. (자료=LG이노텍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정철동 LG이노텍 대표는 지난해 “2025년까지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라고 목표를 밝혔습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4987억원입니다. 만약 하반기 전장부품 사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다면 목표를 조기 달성할 수도 있겠죠. ‘외형 확대-수익성 개선’이라는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한 전장부품 사업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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