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SSG닷컴 배송 서비스.(사진=SSG닷컴.)
▲ SSG닷컴 배송 서비스.(사진=SSG닷컴.)

올 2분기 이마트 실적을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상반기 통틀어 가장 좋은 실적을 낸 회사가 ‘스타벅스코리아’라는 것이죠. 백화점, 할인점, 호텔, 전문점, 수퍼, 편의점, 온라인 등 모든 사업보다 ‘커피’를 팔아서 남긴 돈이 가장 많았습니다. 물론 코로나19 시국을 감안해야 하지만 어찌됐든 대한민국 유통공룡인 이마트에게는 머쓱할 만한 상황이긴 합니다.

이마트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IR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올 상반기 매출액 1조1000억원, 영업이익 95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마트 연결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이 1308억원이니 스타벅스코리아 혼자서 이마트 전체 영업이익의 70%가 넘는 실적을 낸 것이죠.

▲ 이마트 주요 지분법 자회사 실적.(출처=이마트 IR자료.)
▲ 이마트 주요 지분법 자회사 실적.(출처=이마트 IR자료.)

물론 상반기 기준 이마트가 소유한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은 50%로 스타벅스 실적이 이마트에 고스란히 반영되지는 않았습니다. 회계기준상 공동기업으로 설정돼 있어 지분법이 적용되는데요. 이에 따라 스타벅스코리아가 올 상반기 거둔 이익의 딱 절반인 469억원의 지분법 이익만 인식했습니다. 그동안 스타벅스코리아의 실적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이마트 영업이익 실적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죠.

그런데 최근 아주 의미 있는 지분율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마트가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17.5%를 미국 스타벅스 본사인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로부터 4742억원에 추가로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이마트는 기존 지분에 더해 총 67.5%의 지분을 확보했고요. 나머지 지분 32.5%는 싱가포르 국부 펀드인 GIC가 인수했습니다.

이번 지분율 변화는 올 3분기부터 곧바로 이마트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마트가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50% 이상을 소유해 스타벅스코리아의 신분이 공동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바뀌기 때문이죠. 이는 곧 스타벅스코리아의 실적이 이마트 연결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의미와도 같은데요. 올 상반기만 보더라도 스타벅스코리아가 종속기업 신분이었다면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1308억원이 아니라 2266억원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사소하면 사소하다고 볼 수 있는 회계상 작은 변화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에는 큰 차이가 있죠.

스타벅스코리아는 잘 알려졌다시피 1999년 이마트와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이 각각 100억원씩 출자해 만든 회사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 커피 소비시장 성장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사회문화적 영향을 미쳤죠.

▲ 스타벅스코리아 실적 추이.(출처=스타벅스 감사보고서 종합.)
▲ 스타벅스코리아 실적 추이.(출처=스타벅스 감사보고서 종합.)

초기 매출액은 500억원이 채 안됐지만 지난해 2조원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증가해 16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년간 누적 영업이익만 1조원 수준에 달합니다. 그동안 사업을 확장하느라 취득한 구축물, 기타유형자산, 건설중인자산 등의 원가는 7500억원입니다.

▲ 스타벅스코리아 2020년 말 기준 유형자산 취득원가 합계.(출처=스타벅스커피코리아 2020년 감사보고서.)
▲ 스타벅스코리아 2020년 말 기준 유형자산 취득원가 합계.(출처=스타벅스커피코리아 2020년 감사보고서.)

무엇보다 큰 이변이 없다면 앞으로 꾸준히 15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소폭 줄었지만, 이는 11년 만에 처음 경험한 역성장이었습니다. 자본금 100억원을 넣고 시작한 사업이 이렇게 성장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든 회사가 스타벅스코리아만큼만 해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각자 사정에 따라 적자를 내는 자회사들도 눈에 띕니다.

▲ 이마트 주요 연결 자회사 실적.(출처=이마트 IR자료.)
▲ 이마트 주요 연결 자회사 실적.(출처=이마트 IR자료.)

올 2분기 이마트 실적자료에 기재된 주요 연결 자회사들의 총 영업이익은 268억원에 불과했는데요. SSG닷컴과 조선호텔&리조트에서 각각 296억원, 395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탓입니다. 호텔사업의 경우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 탓에 전체 업황이 좋지가 않죠.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다소 늘어나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SSG닷컴의 실적입니다. SSG닷컴은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사업을 선두에서 이끄는 회사죠. 통합 온라인몰 운영법인으로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홀로 자금을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라 사모펀드로부터 약 1조원의 투자금을 끌어 왔어야 했을 정도입니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의 유형자산 취득원가 합계가 7500억원이라고 말씀드렸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SSG닷컴의 유형자산 취득원가는 벌써 4900억원입니다. 누적 투자액에서 아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SSG닷컴은 올 4월 2650억원을 들여 더블유컨셉코리아를 인수하기도 했죠.

▲ SSG닷컴 유형자산 취득원가 합계.(출처=SSG닷컴 2020년 감사보고서.)
▲ SSG닷컴 유형자산 취득원가 합계.(출처=SSG닷컴 2020년 감사보고서.)

물론 이커머스 사업과 커피 사업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쿠팡이 등장한 이후 이커머스 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경쟁에 뛰어든 사업자 대부분이 적자를 감수하고 있을 정도죠.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 참여자들이 만사 제쳐두고 매출과 거래액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장 외형은 정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1조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27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기업도 언제 흑자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죠. 과연 출혈 경쟁 끝에 단 하나의 최후의 승자 하나만 남게 될지, 아니면 소수의 사업자들이 평화롭게 시장을 나눠 먹을지, 그럴 경우 이익률은 얼마나 될지 현재로서는 추측 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스타벅스가 더 대단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좋은 가성비가 뛰어난 회사인 것이죠. SSG닷컴은 그에 비하면 아직까지 불확실한 미래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요. 과연 SSG닷컴이 스타벅스보다 많은 돈을 벌어오는 날이 언제쯤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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