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이버스 정책을 강조하는 애플. (사진=애플)
▲ 프라이버스 정책을 강조하는 애플. (사진=애플)

중국에서 애플 ‘에어태그, 아이패드’ 등에 각인할 때 ‘8964, 차이나치, 마오쩌둥’ 등 정치, 사회 관련 문구가 검열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중 일부 단어는 홍콩과 대만에도 적용됐다. 이를 조사한 캐나다 토론토 대학 비영리 영구팀 시티즌 랩(Citizen Lab)은 애플의 법적 검열 의무 위반 가능성도 제시했다.

BBC, 애플인사이더 등 주요 외신은 18일(현지시간) 시티즌 랩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애플이 지역에 따라 각각 다른 키워드를 검열하며 대부분은 중국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검열 키워드 분류. (자료=시티즌 랩 보고서 갈무리)
▲ 검열 키워드 분류. (자료=시티즌 랩 보고서 갈무리)

시티즌 랩은 중국, 홍콩, 대만, 일본, 캐나다, 미국을 대상으로 애플 키워드 검열 실태를 조사했다. 총 발견된 검열 키워드는 2552개다. 이중 1045개가 중국에서 검열되고 있다. 중국이 검열하는 단어 중 일부는 대만과 홍콩에도 적용됐다.


예를 들어 ‘언론 자유(freedom of the press)'를 뜻하는 중국어 번체(新聞自由)는 중국과 홍콩에서 검열된다. 또 '마오쩌둥, 파룬궁'을 뜻하는 중국어 간체 및 번체 등은 중국은 물론이고 대만과 홍콩에서도 검열된다.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을 이끈 중국의 전 주석이다. 중국 내에서는 혁명가로 불리지만, BBC 등 외신은 "4500만명을 무자비하게 살육한 독재자"라고 평가한다. 파룬궁은 중국의 종교 탄압과 관련 있다. 

이를 두고 시티즌 랩은 “애플이 중국에서 검열된 키워드 일부를 대만과 홍콩에 무분별하게 재적용했다”며 법적 검열 의무 위반 가능성을 제시했다. 

시티즌 랩은 보고서 중간에 실제 사례도 제시했다. 애플 에어태그, 아이패드는 고객이 원할 경우 홈페이지에서 ‘각인’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지역에서 접속 시 중국 톈안먼(천안문·天安門) 시위와 관련 있는 ‘8964’ 등의 숫자는 검열된다.

▲ 에어태그에 '8964' 각인이 실패한 모습. (자료=시티즌랩 보고서 갈무리)
▲ 에어태그에 '8964' 각인이 실패한 모습. (자료=시티즌랩 보고서 갈무리)

에어태그보다 더 긴 단어를 각인할 수 있는 아이패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시티즌 랩은 중국 시진핑 주석을 뜻하는 '최고지도자(最高領導人)' 각인을 시도했지만 승인되지 않았다.

시티즌 랩은 각 지역에 따라 애플이 각각 다른 ‘필터링 규칙’을 적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터링을 조정하는 이유와 방법을 설명하고, 명확하고 일관된 투명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애플을 비판했다.

애플은 이전부터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에는 ‘홍콩인 해방(Liberate HKers)’ 문구를 에플 펜슬에 새겨달라는 고객의 요구를 거부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19년 앱스토어에서 ‘홍콩맵닷라이브’ 앱을 삭제했다. 홍콩맵닷라이브는 홍콩 반중 시위 참가자들이 올린 정보를 수집해 경찰의 위치 등을 알려주는 앱이었다. 앱이 다운로드 횟수 5만여건을 넘어서자 중국 인민일보는 ‘애플이 홍콩 깡패들을 안내하는가?’라는 논평을 내고 애플을 비난했다. 논평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해당 앱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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