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플랫폼 갈등 격화①]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횡포…소비자·창작자는 두렵다

발행일 2021-08-19 17:04:46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플랫폼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구글이나 애플의 모바일 앱마켓에서 필요한 앱을 다운로드 받고 쇼핑할 물건은 네이버에서 찾는다. 카카오톡으로 가족·친구들과 소통하며 택시도 호출한다. 배가 출출할 때 배달의민족 앱에서 몇 번만 터치하면 음식이 집앞으로 배달된다. IT 플랫폼들은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여러 산업군들과 갈등을 빚었다. 플랫폼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영향력을 기반으로 기존 산업군으로 침투하자 사업자들은 반발했다. IT를 기반으로 한 변화의 물결이라는 의견과 거대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이에 구글·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등 주요 플랫폼들이 기존 산업군과 겪고 있는 갈등의 배경을 짚어보고 대안을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위 0.1%만 수수료 30%…"안드로이드 생태계 위한 선택"
글로벌 기업 구글은 최근 인앱결제로 인해 한국의 개발사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인앱결제란 구글이 자체 개발한 결제 시스템을 말한다. 그동안 구글은 인앱결제 방식을 게임 앱에만 의무화했다. 구글이 지난해 9월 인앱결제를 게임을 포함한 모든 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콘텐츠 사업자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인앱결제 방식을 도입한 개발사는 앱에서 발생하는 모든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구글에 지급해야 한다. 사업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구글은 인앱결제 확대 적용 시기를 올해 1월에서 10월로 변경한데 이어 다시 2022년 4월로 연장했다. 두 번의 연장 과정에서 구글은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를 변경하는 방안을 내놨다. 연매출 100만 달러(약 11억8000만원) 미만의 기업은 수수료를 매출액의 15%로 깎아줬다. 100만 달러 이상은 30%의 수수료 비율이 적용된다. 구글은 현재 구글플레이의 97%의 개발자는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지 않으므로 수수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3% 중 매출 규모가 큰 상위 0.1% 미만의 개발사만이 30%의 수수료를 지불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구글은 인앱결제 대상을 확대하는 이유로 자사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드로이드의 앱마켓 구글플레이를 운영하려면 비용이 들어가는데 참여하는 개발사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 비용이 늘었다. 이에 매출액이 높은 일부 개발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구글플레이 관리 비용에 보태고 나머지 개발사들은 무료나 낮은 수수료로 사용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또 서비스들이 각기 다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통합 관리가 어렵고 사고가 날 경우 피해자를 구제하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가격 부담 전가 불가피…"창작자 설 자리 없어진다"
구글은 상위 0.1% 미만의 개발사만 30%의 수수료를 부담한다고 강조했지만 상위 개발사들의 서비스에 대부분의 소비자가 몰려있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반발도 나온다. 넷플릭스·네이버·카카오·페이스북·웨이브 등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들이 매출 순으로 따지면 최상위권에 포함된다. 이들이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 결국 콘텐츠 가격을 올려 일반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이 전가된다는 설명이다. 이미 일부 서비스들은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모바일 OS인 iOS 기반의 모바일 기기에서 판매하는 콘텐츠 가격이 다르다. 애플은 자체 앱마켓 앱스토어 출범 당시부터 모든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인앱결제와 수수료 30% 정책을 의무화했다. 때문에 현재 콘텐츠 가격은 애플의 모바일 기기에서 결제하는 경우가 안드로이드보다 비싸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30%의 수수료율은 마진으로 커버하기 힘든 수준이라 어쩔수없이 애플 기기에서는 높은 가격을 매기고 있다"며 "구글의 인앱결제가 의무화될 경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국회도 나섰다. 지난해 7월부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7명의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과방위는 7건의 발의안 중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의 발의안(동등접근권 포함, 별도 논의 예정)을 제외한 6건을 통합해 하나의 법안으로 만들어 지난 7월 열린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통합 대안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다른 앱마켓에 콘텐츠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강요·유도하는 행위 △콘텐츠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콘텐츠를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 △차별적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 등을 앱마켓의 금지행위 유형으로 신설했다.

이 개정안은 오는 24일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벤처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한국여성벤처협회 등은 개정안의 통과를 호소하는 공동 서한을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창작자들이 속한 단체들도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한국웹툰산업협회·한국웹소설산업협회·한국만화가협회 등 총 7개 창작자 단체들은 지난 17일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나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했다. 두 원내대표들은 창작자 단체들의 의견을 듣고 인앱결제 논란에 대해 해결이 필요하고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콘텐츠 플랫폼들은 인앱결제 강제가 시행되면 매출의 15~30%가 수수료로 빠지게 된다. 이로 인해 콘텐츠 이용가격을 올리게 되면 소비자들이 플랫폼이나 콘텐츠를 외면해 창작자들이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 창작자 단체들의 우려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구글은 당초 애플과 달리 개방돼있고 개발자를 위한다는 정책을 내세워 생태계를 확장했는데 이제 와서 개발사들에게 인앱결제를 강제하려고 한다"며 "인앱결제 강제가 시행된다면 추후에 또 다른 정책으로 창작자들을 압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글의 모국인 미국에서도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유사한 법안이 발의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 상원과 하원에서는 최근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법안은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개발사가 다른 앱 마켓이나 자체 결제시스템을 선택하는 것을 막는 행위도 금지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인앱결제 강제 금지 법안이 발의된만큼 한국이 법으로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다고 해도 통상 마찰의 우려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 창작자들과 플랫폼들의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인앱결제 강제는 꼭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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