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대표적인 지식재산권(IP)을 꼽으라면 누구나 '리니지'를 떠올릴 것이다. 리니지는 1998년 출시 후 국내 대표 MMORPG로 꼽히며 수 많은 마니아층을 양산한 데 이어 '리니지M', '리니지2M' 등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엔씨소프트의 든든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리니지 그래픽을 업그레이드한 '리니지 리마스터'와 차기작 '프로젝트 TL'에 이르기까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IP 활용은 '더 이상 활용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다양화됐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신작 리니지W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쇼케이스 영상 갈무리)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신작 리니지W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쇼케이스 영상 갈무리)
이런 상황에서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유저를 겨냥한 3D MMORPG '리니지W'를 꺼내들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의 'W'가 갖는 상징성에 대해 '월드와이드'로 답했다. 국가별 론칭을 했던 기존 게임과는 달리 전 세계 유저가 한 서버에 모여 플레이하는 '글로벌 원빌드' 게임을 지향한다는 이유에서다. 2D 그래픽을 고수했던 리니지 콘텐츠에서 벗어나 풀3D 그래픽에서도 원작의 손맛을 느끼게 할 것이라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24년 동안 쌓인 노하우를 집대성한 리니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왜? 리니지W일까
게임업계는 리니지W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으로 구글·애플 매출 순위 1위를 고수했던 엔씨소프트가 신흥 강자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 대응하기 위해서 '비밀병기'를 꺼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6월 29일 출시한 오딘은 출시 4일 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1위에 오르며 양대 앱마켓에서 최고 매출을 올린 바 있다. 2017년과 2019년 각각 리니지M과 리니지2M 출시 이후 양대 앱마켓에서 매출로는 적수가 없었던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위기'로 다가올 수 있는 대목이다. 오딘은 구글 1위 등극 이후 현재까지 매출 1위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나란히 구글 매출 2위와 3위에서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기세가 오른 오딘을 역전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 (사진=엔씨소프트)
▲ (사진=엔씨소프트)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위기감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으로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분기 각각 5385억원의 매출과 11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분기와 비교할 경우 각각 5.1%와 98.8% 증가했지만 시장에서 추정한 영업이익 전망치 1766억원을 크게 하회한 실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국내 일일 매출액이 하락한 것을 주 요인으로 분석했다. 일평균 19억원과 16억원을 기록했던 리니지M과 리니지2M 매출이 각각 15억원과 14억원대까지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9일 약 4년 간의 개발기간을 거친 리니지W를 공개하며 반전을 예고했다. 실제로 리니지W는 지금까지 리니지 시리즈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차별점을 대거 강조했다. 리니지W는 리니지 시리즈 최초로 언리얼엔진을 채택해 풀3D 쿼터뷰 형태를 구현했다. 

최홍영 리니지W 개발실장은 "2D에서 불가능하거나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보여주기 위해 3D 개발을 택했다"며 "예를 들어 드래곤 안타라스는 엄청나게 큰 용으로 설정했지만 2D 버전에서는 다 보여주기 어려웠다. 리니지W에서는 화면을 가득메우는 거대한 모습으로 등장해 주변 지형을 무너뜨리거나 변형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 리니지W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유저들이 모여 대규모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사진=쇼케이스 영상 갈무리)
▲ 리니지W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유저들이 모여 대규모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사진=쇼케이스 영상 갈무리)
리니지W의 또 다른 차별점은 '글로벌'이다. W의 상징성이 의미하는 월드와이드를 지향하기 위해 전 세계 유저들이 하나의 서버에 모이는 글로벌 원빌드 형태를 채택했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글로벌 배틀필드'가 리니지W의 지향점이다. 

최홍영 개발실장은 "글로벌 배틀 커뮤니티는 리니지W 독보적 요소"라며 "우리 혈원들과 다른 국가 혈맹이 맞붙는 전투 등 과거에는 상상속으로만 머무르는 부분을 현실로 구현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배틀 커뮤니티를 뒷받침하는 기술 이면에는 인공지능(AI) 번역 기술이 큰 축을 담당한다. 리니지W는 모든 국가의 언어를 자동으로 번역하는 실시간 AI 번역 기술이 탑재된다. 게임 내 각 국가별 유저들이 언어의 장벽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AI 번역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채팅이 불편한 지역 유저를 감안해 음성을 문자로 번역해주는 '보이스 투 텍스트' 기능도 도입한다. 

자기잠식 효과는 없을까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리니지2, 리니지M, 리니지2M에 이르는 리니지 라인업을 확보했다. 여기에 현재 개발중인 프로젝트 TL과 리니지W까지 포함할 경우 리니지 관련 게임이 6종에 이르게 된다. 이는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리니지2M이 출시될 당시 리니지M에 대한 자기잠식 효과가 변수로 떠오른 바 있다. 리니지2M을 통해 리니지M 수요층이 분산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 이는 지난 2017년 리니지M이 출시될 당시 PC 온라인 수요층이 모바일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리니지W도 출시 후 자기잠식 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기존 수요층이 리니지W로 이동할 경우 자연스럽게 기존 게임의 수익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변수는 해외 매출과 비즈니스 모델(BM)이다. 

▲ (사진=엔씨소프트)
▲ (사진=엔씨소프트)
서구권 지역에서의 흥행을 위해서는 기존 BM에서 벗어난 신규 요소가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선보인 리니지W의 경우 변신카드 등 기존 리니지의 BM 요소가 대거 노출됐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유저를 대상으로하는 게임인 만큼 페이투윈(Pay to Win)모델이 아닌 새로운 BM 중심의 게임일 가능성이 존재했지만 쇼케이스에서 나타난 핵심 BM은 P2W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변신카드, 마법인형, 아인하사드 등 현재 리니지M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BM이 다수 확인됐는데 글로벌 유저들의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P2W의 강도를 얼마나 조절하는지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의 리니지 시리즈가 소수 일부 유저들이 독점하는 라인 방식이었다면 리니지W는 플레이 타임에 따라 누구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친절한 리니지'라고 설명했다. 코어 유저나 혈맹이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던 몬스터와 사냥터 정보, 보스의 등장 지역과 시간 등 게임에 필요한 핵심적인 정보가 게임 플레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신규 유저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한편 기회의 평등을 제공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지역에서도 대중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최홍영 개발실장은 "리니지는 지금까지 지나칠 정도로 신규유저에게는 불친절한 게임이었다"며 "정보에 대한 평등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게임 플레이로 정보를 축적하면서 리니지W를 알아가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