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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이어폰 시장이 커지면서 제품도 브랜드도 다양해지고 있다. 다만 일반 소비자의 선택은 삼성·LG·소니·애플의 ‘천하사분지계’로 꽤나 획일적이다. 그보다 하이앤드를 원하는 소비자는 뱅앤올룹슨이나 드비알레, 젠하이저로 눈을 돌리고, 중저가를 원하는 소비자는 QCY나 앱코, 브리츠 정도로 선택지가 좁혀지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중가’ 제품은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흔한 디자인이 아니면서도 어느 정도 성능이 뒷받침되며 가격대는 너무 비싸지 않은, 이 세 가지 요구를 충족할 만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 10만원 안팎에서 쓸 만한 제품이 없나 궁금해하던 찰나, 생소한 브랜드 ‘소울’에서 액티브 노이즈캔슬링(ANC) 제품으로 리뷰 요청이 왔다.

▲ 소울 싱크 ANC.(사진=소울)
▲ 소울 싱크 ANC.(사진=소울)

리뷰를 진행한 ‘소울 싱크 ANC’는 정가 13만9000원, 각종 할인에 포인트 적립 등을 활용하면 11만원대 초반에도 구입 가능하다. 제품은 소울 측으로부터 지원받아 약 1달간 사용했고 리뷰는 업체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썼음을 알린다.

탄탄한 기본기, 저음역대 청음에 강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제품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인지도가 부족한 중가 브랜드임에도 기본기는 탄탄하다. 하지만 무선이어폰에서 스탠다드로 자리 잡힌 글로벌 대기업 제품들에 비해선 적잖이 부족한 것들이 보인다.

▲ 제품은 블랙과 민트, 블루 3종으로 출시됐고 별다른 장식적 요소 없이 튀지 않는 디자인이 깔끔하다.
▲ 제품은 블랙과 민트, 블루 3종으로 출시됐고 별다른 장식적 요소 없이 튀지 않는 디자인이 깔끔하다.

블랙과 블루, 민트 3종으로 출시된 싱크 ANC의 디자인은 별다른 장식적 요소 없이 튀지 않고 깔끔하다. 단일 톤에 음각된 로고, 둥그런 바디와 날개로 이어지는 라인 등이 특별히 흠잡을 데 없고, 플라스틱 재질이 많이 쓰였지만 빗살 무늬의 포인트 덕분에 저렴해보이지도 않는다.

제품을 들었을 때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 이어버드 하나당 무게는 4.6g으로 무선이어폰 가운데 경량급에 속한다. 이어버드 사이즈는 3cm 높이에 25mm의 길이, 21mm의 폭으로 여타 무선이어폰과 비교해 크지 않다. 또 커널에서 몸통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일직선이 아닌 대각으로 꺾인 인체 공학적 디자인으로 오래 끼고 있어도 귀에 느껴지는 피로감은 적은 편이었다.

충전을 담당하는 크래들은 일반적 무선이어폰과 비슷한 각진 원통형이다. 이어버드와는 마그네틱 방식으로 결합하며 제품을 넣으면 LED 조명이 들어와 충전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350mAh의 배터리 용량은 최대 25시간의 사용성을 보장하며 1회 충전 시 재생 시간도 실사용 시간 기준 4~5시간가량 지속됐다. 측면엔 천으로 된 구멍이 있는데, 이를 기본으로 제공되는 쇠 고리(카라비너)과 연결하면 가방에도 걸 수 있다.

▲ 카라비너에 건 제품 모습.(사진=소울)
▲ 카라비너에 건 제품 모습.(사진=소울)

음은 별도의 측정 장비 없이 리뷰를 진행했다. 다소 정성적 요소가 강하긴 하나, 전반적으로 저음의 존재감이 부각됐다. 12mm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저음은 물론 극저음까지 단단하게 받쳐주며, 커널 측면부에 배치된 홀은 공기 흐름을 개선해 베이스 사운드를 향상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고음에서도 약하지 않은 게 고음역대에서도 찢어지는 일 없이 쏘는 음이나 타격감도 잘 표현해냈다.

다만 AAC 음원으로 청음했음에도 음색이 다소간 답답한 느낌도 있었다. 제품 설계 자체가 의도적으로 베이스를 강조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라이브나 오케스트레이션 음악보단 가공된 음악을 듣는 데 적합하게 느껴졌다.

가성비 포지션은 '글쎄...'
제품에 대한 일반적 평가를 빼놓고 나면 이제 사용성 측면에서 여러 지적할 점들이 나온다. 이어폰을 꽂았을 때 나오는 낮은 음질의 안내 멘트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제품의 성능이나 가격을 떠나 첫인상을 깎아 먹는 요인이다.

▲ 제품 착용 모습.
▲ 제품 착용 모습.

이 제품은 두 가지 이유로 실외에서 쓰는 걸 권장하지 않는 편이다. 우선 액티브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약하다. 스팩시트 상 ANC가 30데시벨(dB)을 줄여준다고 나오는데, 의도적 선택인지는 모르겠으나 ANC가 탑재된 여타 제품들에 비해 주변 소리가 매우 잘 들리는 편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잦은 끊김이다. 길을 걷는 도중에서의 끊김은 잦진 않은데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탈 때는 꽤 끊김이 잦았다. 사실 무선이어폰은 모든 제품이 같은 대역폭을 쓰기 때문에 끊김은 감내하는 게 사실이지만, 여타 대기업 브랜드 제품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끊기는 건 분명 아쉽다.

자체 앱을 지원하지 않는 점도 매우 아쉽다. 이 제품은 앞서 말했듯 저음이 강조된 제품이다. 물리적으로 음을 좀 더 날카롭게 하려면 이어팁 사이즈를 조정하는 방법이 있긴 하나, 그보단 이퀄라이저를 통해 조정하는 게 더 바람직한데 그 같은 기능을 지원해주지 않는 것이다. 중저가 브랜드들이 최근 자체 앱으로 EQ를 지원해주는 추세란 점을 감안할 때 약점으로 봐도 무방하다.

▲ 소울 싱크 ANC.(사진=소울)
▲ 소울 싱크 ANC.(사진=소울)

소울 싱크 ANC는 중가 수준의 제품군에서 단단한 음질과 깔끔한 디자인이 강점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단점으로 인해 실내에서 쓰는 게 적합하며, 실외에서 쓴다면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 쓰는 게 적절하다. 특히나 최근 몇 년새 ANC를 지원하는 제품 중에서도 5만원 이하의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제품을 섣불리 ‘가성비’로 평가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무선 이어폰의 소비자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측면에서 이런 제품들이 계속 나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소울 측도 차기작에서 탑재하기 위한 EQ 앱을 제작 중이라 밝혔으니 음질 측면에서의 아쉬움이 다소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작에서 몇몇 단점들이 보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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