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집중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달 공개한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3와 플립3는 높은 사전판매량으로 흥행을 예고했고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의 왕좌도 당분간 삼성의 몫이 될 전망이다. 반면 라이벌인 애플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다.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을 보는 시각은 완전히 엇갈리고 있다. 과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애플이 팀 쿡 체제에서 점차 변화 보수적인 성향과 안정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은 대화면, 펜, 지문인식, 풀스크린 구현 등 소비자 수요에 대응한 신제품을 매년 출시하며 퍼스트 무버(First mover) 면모를 강화하는 중이다. 약 10년 전 스마트폰 시장 초기만 해도 삼성에 따라붙었던 '애플 카피캣(따라쟁이)'란 오명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 삼성 갤럭시Z 폴드3 (사진=삼성전자)
▲ 삼성 갤럭시Z 폴드3 (사진=삼성전자)

삼성의 변화는 작년과 올해 더욱 두드러진다. 스마트폰 상향평준화 트렌드에 따라 고가폰 시장이 주춤하자 중저가폰 라인업을 빠르게 강화하는 한편, 자사의 상징인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포기하는 대신 폴더블폰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은 올해 1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 1위를 달성했으며 특히 폴더블폰은 현재 시장에 적수가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이달 초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900만대 수준으로 예측된다. 삼성은 이 중 88%의 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또 일부 경쟁사가 시장에 진출에도 삼성은 75%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나아가 2023년까지 폴더블폰 시장이 지금의 10배가량 성장할 전망인 만큼 삼성의 승부수는 당분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성장 전망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성장 전망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처럼 삼성이 변화에 집중할 때 애플의 전략은 '느린 한 방'으로 대비된다. 지난 몇 년 사이 애플은 신기술의 조기 도입보다 주로 완성도를 노리는 편이었다. 삼성이 1년에 두 번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발표하는 것과 달리 애플은 여전히 1년에 한 번을 고수하며 5G 스마트폰도 5G 상용화 후 1년 이상 지난 지난해 말 아이폰 12로 뒤늦게 선보였다. 또 화면 전체를 활용하는 풀스크린이 대세임에도 여전히 M자형 '노치'를 버리지 않았고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2023년에야 첫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에도 애플은 여전히 '스마트폰 업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회사'로 통하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애플은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34%, 매출 점유율 53%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삼성은 각각 13%와 14%로 2위를 기록했다. 시장 전체 출하량은 삼성이 앞섰지만 5G 스마트폰 점유율, 수익성 등 '알맹이'는 한 발 느린 애플이 삼성을 앞지른 셈이다.

이런 애플의 배경에는 높은 수익 창출 구조(소품종 생산, 고가폰 판매 중심)와 더불어 애플에 대한 충성도 높은 팬층이 존재한다. 아이폰 12만 해도 일각에선 뒤늦은 5G 지원을 비판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오히려 아이폰 구매층의 응축된 5G 전환 수요가 몰려 장기간 높은 판매량을 유지했다.

▲ 애플 아이폰12 프로 맥스 (사진=애플)
▲ 애플 아이폰12 프로 맥스 (사진=애플)

또 이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다가오는 2023년은 애플이 첫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시기인 만큼 그들의 새로운 폼팩터 전환 수요도 그대로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애플이 보유한 아이폰 기반의 독자적인 iOS 생태계 역시 아이폰 장기 사용자들이 안드로이드 생태계로 쉽게 넘어갈 수 없도록 붙잡는 요인이다.

앞으로도 양사의 스마트폰 시장 전략, 추구하는 가치는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현재는 하드웨어 중심의 빠른 변화와 시장 다변화 전략을 추구하는 삼성, 콘크리트 팬층을 중심으로 완성도 높은 소품종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애플로 정리되지만 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는 예측불허다.

한편 올해 남은 관전 포인트는 삼성이 갤럭시 노트 대신 출시한 폴더블폰들이 시장의 예측대로 삼성에 충분한 점유율과 매출을 안겨줄 것인지, 또 가을 중 공개될 아이폰 13이 아이폰 12의 성과를 이어받아 애플의 수성 전략을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인지다. 삼성의 경우 지금까지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Z 폴드3와 Z플립3의 누적 예약 판매량은 총 80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지난해 출시된 폴드2 대비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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