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롯데렌터카 홈페이지 갈무리.
▲ 롯데렌터카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19일 유가증권시장(KOSPI)에 상장하며 기대를 모았던 롯데렌탈의 주가가 3거래일 연속으로 떨어지고 있죠. 23일 롯데렌탈은 시장에서 지난 20일 종가 5만3400원보다 5% 이상 떨어진 5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미 상장 시초가부터 공모가액 5만9000원이 깨졌던 터라 공모청약을 넣은 주주들은 실망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 23일 오후 롯데렌탈 주가.(출처=네이버.)
▲ 23일 오후 롯데렌탈 주가.(출처=네이버.)

공모가 기준으로 롯데렌탈에 책정된 몸값은 최초 몸값은 2조1614억원입니다. 23일 기준 벌써 시가총액이 3000억원 가까이 증발한 셈입니다. 이미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롯데렌탈의 최종 경쟁률은 65.8대 1에 그치며 어느정도 미지근한 반응이 예견되긴 했습니다.
공모가 5만9000원 너무 높았나
업계에서는 롯데렌탈의 몸값이 과대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내 렌터카 시장 1위의 사업자라고는 하지만 2위인 SK렌터카와 비교해 너무 몸값이 높다는 것이죠. SK렌터카의 시가총액은 5700억원으로 롯데렌탈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 롯데렌탈 증권신고서 내 EV/EBITDA 산정내역.
▲ 롯데렌탈 증권신고서 내 EV/EBITDA 산정내역.

이번 롯데렌탈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EV/EBITDA가 활용됐습니다. 즉 기업가치(EV·Enterprise Value)를 현금창출력 지표(EBITDA)로 나눈 값이 적용됐는데요. SK렌터카, AJ네트웍스 등 이미 상장된 동종업계 업체들과 비교를 통해 이번 몸값이 산출됐습니다. SK렌터카와 AJ네트웍스는 각각 EV/EBITDA 배수가 5.47, 5.44로 나왔고요. 이를 근거로 롯데렌탈은 5.46배의 EV/EBITDA를 적용했습니다. 이 결과가 바로 2조1614억원의 몸값으로 나타난 것이죠.

그러나 몸값을 책정하는 데는 정답이 없습니다. 어떤 평가모델이든 한계점은 분명이 존재하죠. 단순 수식으로 계산한 몸값이 다양한 투자심리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시장가격을 맞추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롯데렌탈이 공시한 증권신고서에서 이미 이러한 한계점들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EBITDA가 기업의 현금흐름 창출력을 정확하게 나타낼 수 없음 △재무안전성이 낮은 회사의 경우 과대평가할 수 있음 △고유한 사업구성, 시장점유율 추이, 등에서 차이가 나 계량화가 어려움 △재무제표에 의거한 비교분석에 한계가 있음 등인데요. 한 마디로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점유율와 재무구조, 주가하락 근거?
일각에서는 롯데렌탈의 주가가 하락하는 근거로 시장 점유율과 높은 재무부담을 꼽습니다. 오랜 기간 업계 1위 사업자 자리를 지켜왔지만 과거와 비교해 그 지위가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렌터카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경쟁 또한 심화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롯데렌탈의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2014년부터 8년치의 렌터카 시장 점유율 추이를 보면 롯데렌탈은 주요 사업자 중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점유율 하락을 겪었습니다. 2014년 26.6%에 달했던 롯데렌탈의 점유율은 매년 하락해 올 상반기 21.6%를 기록했습니다. 이 추세라면 조만간 20% 점유율도 깨질 것으로 보입니다.

▲ 국내 주요 렌터카 업체 점유율 추이.(출처=롯데렌탈 사업보고서.)
▲ 국내 주요 렌터카 업체 점유율 추이.(출처=롯데렌탈 사업보고서.)

반면 2위 사업자인 SK렌터카는 부침은 있었지만 과거와 비교해 점유율이 떨어지진 않아습니다. 2018년 한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다시 반등해 올 상반기 12.7%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SK렌터카에 렌터카 사업을 통합하기로 한 SK네트웍스의 점유율을 더하면 총 점유율은 19.1%로 사실상 롯데렌탈과 큰 차이가 나지가 않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캐피탈은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왔습니다. 2014년 9.1% 수준이던 점유율은 2019년 처음으로 10%를 넘겼고요. 올 1분기 12.4%를 기록하며 SK렌터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단순히 업체 차량 등록대수를 나타냅니다. 그러나 이는 곧 영업활동을 얼마나 활발하게 나타나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차량 대수를 꾸준히 늘린 롯데렌탈의 점유율이 떨어진 것은, 확장하는 시장의 파이를 그만큼 차지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죠.

▲ 롯데렌탈 재무지표 추이.(출처=한국기업평가.)
▲ 롯데렌탈 재무지표 추이.(출처=한국기업평가.)

이번에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롯데렌탈은 전기차 구매 등에 투자한다고 밝혔는데요. 높은 재무부담은 고민거리입니다. 롯데렌탈의 올 1분기 총차입금은 무려 4조원을 넘어섰고요. 현금성 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만 3조6000억원입니다. 부채비율은 670%로 역대 최대 수준이죠.

차량을 대거 구매하는 렌터카 업체 특성상 재무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경쟁업체인 SK렌터카와 비교해서도 과중한 편입니다. 감당 못 할 수준으로 재무부담이 커지면 차량을 팔아 현금화시키면 된다고 보기도 합니다만, 이는 곧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게 되죠. 결국 롯데렌탈의 높은 재무부담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렌터카 시장 경쟁은 앞으로 더욱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과연 롯데렌탈은 점유율 하락을 막아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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