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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상 '스마트폰 액세서리'라고 부르는 기기들이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되지만 필수는 아닌, 이를테면 '있으면 좋은' 정도로 정의할 수 있는 것. 대표적으로 스마트워치와 무선 이어폰이 있고 이들을 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기능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혹은 가성비가 좋아서. 개인적으로 액세서리를 마련했던 기준은 후자에 가까웠지만 갤럭시 워치4와 갤럭시 버즈2는 간만에 삼성 브랜드에서 두 요소를 함께 만족시킨 기기들이었다.
▲ 갤럭시워치4 클래식 모델(좌), 갤럭시 버즈2 (사진=이건한 기자)
▲ 갤럭시워치4 클래식 모델(좌), 갤럭시 버즈2 (사진=이건한 기자)

손목 위 건강 잔소리꾼 갤럭시워치4
갤워치4와 갤버즈2는 모두 지난 언팩 행사에서 폴더블 폰에 가려 조명받지 못했지만 나름대로의 중요한 변화들을 선보인 바 있다. 갤워치4는 시리즈 최초로 '체성분 측정' 기능을 탑재해 눈길을 끌었다. 손가락에 미약한 전류를 흘려보낸 뒤 감지되는 전기 저항값으로 △골격근량 △체지방량 △체지방률 △BMI △체수분 △기초대사량을 15초 만에 측정하는 기능이다. 현재 비만 수준, 운동 부족 여부를 쉽게 훑어볼 수 있으며 인바디 수치란 말로도 알려져 있다.
▲ 갤럭시워치4로 체성분을 측정하고 스마트폰으로 연동해서 보는 모습, 측정 후 운동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하지 않았다 (사진=이건한 기자)
▲ 갤럭시워치4로 체성분을 측정하고 스마트폰으로 연동해서 보는 모습, 측정 후 운동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하지 않았다 (사진=이건한 기자)

물론 전문기기가 아닌 갤워치4의 측정 결과를 그대로 맹신하긴 어렵다. 작은 시계가 헬스장의 대형 인바디 기기보다 정확할 수 없고 전류 측정방식 자체가 굉장히 예민한 검사 방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대신 측정 조건이 규칙적일 때 자체 측정값에는 큰 차이가 없으므로 특정 수치의 유의미한 변화를 관찰하고 싶은 정도라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특히 갤워치4는 이번에 체성분 측정 기능이 추가되며 헬스케어 기기로서의 포지션이 더욱 명확해졌다. 전작에서도 수면 품질, 심박수, 심전도 측정 기능을 제공했지만 이들 수치는 평소에 큰 변화가 없어 간과하기 쉽다. 반면 체지방량, 골격근량 등 평소 식습관 및 운동량에 따라 금세 변화하는 요소들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건강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엔 좀 더 효과적이라 생각된다. 

여담이지만 갤워치4 초기 세팅 후 제품을 살펴보니 주요 메뉴나 핵심 기능이 대부분 실시간 운동량, 칼로리 소모량, 건강 관리 목표 달성치를 제시하는 구성이었다. 심지어 한동안 앉아서 일을 하다 물 한잔 마시고 오면 '운동을 시작했군요. 잘했어요!'라며 칭찬도 해준다. 사실 이쯤 되면 시계의 탈을 쓴 손목 위 건강 잔소리꾼이라 봐도 무방해 보인다. 

▲ 참고로 갤워치4 클래식 모델은 베젤을 돌려 메뉴를 볼 수 있다. 대부분 건강관리 항목이다 (사진=이건한 기자)
▲ 참고로 갤워치4 클래식 모델은 베젤을 돌려 메뉴를 볼 수 있다. 대부분 건강관리 항목이다 (사진=이건한 기자)

이 밖에 운영체제가 구글과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기반 웨어러블 OS로 바뀌면서 기기 간 연동성이 개선됐다. 시계에서 확인한 건강 수치를 원터치로 휴대폰에 바로 띄울 수 있고 갤럭시 버즈2를 갤워치4에서 제어할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운영체제 변화로 전작보다 다양한 앱 연동을 지원하게 됐지만 '킬러 앱'이라 할 만한 앱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일단 정식 출시 후 점차 개선될 부분으로 기대해본다. 배터리는 직접 테스트한 결과 삼성이 공지한 40시간보다 조금 더 긴 46시간 지속됐으나 테스트 중 사용량이 많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40시간 전후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 

ANC 탑재, 통화 품질 개선 이뤄낸 갤럭시 버즈2
갤워치4가 체성분 측정으로 눈길을 끌었다면 갤럭시 버즈2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탑재가 킬링 포인트다. ANC는 이어폰이 외부 소음과 비슷한 파동을 사용자 귀에 재생하는 방식으로 소리 상쇄 효과 주는 기술이다. 완전 차음은 아니고, 집중을 방해하는 생활 소음(자동차, 비행기, 선풍기 소리 등) 차단에는 꽤 효과적이라 요즘 고급 이어폰에는 필수로 따라붙는 기능이다. 삼성도 이전까지 이를 갤럭시 버즈 프로나 라이브처럼 프리미엄 라인업에만 탑재했으나 이번에는 15만원까지 가격을 낮춘 갤버즈2에 적용함으로써 점차 ANC의 대중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 갤럭시 버즈2(좌)와 전작인 갤럭시 버즈 플러스 (사진=이건한 기자)
▲ 갤럭시 버즈2(좌)와 전작인 갤럭시 버즈 플러스 (사진=이건한 기자)

실내외에서 직접 갤버즈2의 ANC 성능을 테스트해본 결과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수십만원대 고가 이어폰, 헤드폰 ANC와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하철 이동 중 들려오는 이동 소음, 바람 소리 차단은 확실했고 근처에서 대화하는 소리나 역 안내 음성도 '귀담아듣지 않으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평가된다.

소리는 직접 평가가 어려우나 만약 갤럭시 버즈 플러스를 써봤다면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된다. 주변소리 듣기 품질이나 착용감은 버즈2의 압승이다. 버즈2에서는 외부 소음이 전작보다 훨씬 공간감 있고 부드럽게 처리돼 듣기에 부담이 적었는데, 다만 다소 웅웅 거리는 느낌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보인다.

▲ 두 모델의 음향 성능은 비슷해 보이고 외부 소리 듣기는 버즈2가 더 편했다 (사진=이건한 기자)
▲ 두 모델의 음향 성능은 비슷해 보이고 외부 소리 듣기는 버즈2가 더 편했다 (사진=이건한 기자)

디자인도 전작보다 둥글고 매끄러워졌다. 버즈 플러스가 기기를 귓바퀴에 돌려 끼우는 느낌이라면 버즈2는 살짝 누르기만 해도 보다 자극 없이 밀착되는 느낌이다. 장시간 착용 중에도 귀에 전해지는 압박이나 통증이 거의 없었다. 매끄러운 표면은 장점이자 단점인데, 귀에 착용할 땐 편하지만 손으로 잡았을 때 상당히 미끄럽다. 외부에서 이동하며 착용하는 경우라면 실수로 떨어뜨릴 수 있을 수준이니 주의하자.

이 밖에 무선 이어폰 제품군의 단점인 통화 품질 문제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 삼성은 갤버즈2에 머신러닝 기반의 불필요한 배경 소음 차단 기술을 접목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 이동 중 통화 소리를 녹음해 들어본 결과 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버즈 플러스보다 목소리 선명도가 크게 향상된 점이 확인됐다. 소리가 일부 깨지는 부분도 있었으나 마스크 착용, 무선 이어폰이란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아니었다.

성능 높이고 가격 낮춘 갤럭시 액세서리, 긍정 평가↑
갤워치4, 갤버즈2 모두 유용한 신기능을 탑재하고 가격은 전작보다 낮췄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가 나온다. 또 아이폰 생태계의 경우 최신형 애플워치6 가격이 최소 53만원인 점, ANC가 탑재된 에어팟은 최소 32만원이란 점을 감안해도 '갤럭시 액세서리'는 구입 문턱이 전보다 조금 더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한편 27일 정식 출시되는 갤럭시워치4 가격은 블루투스 지원 40mm 모델이 26만9000원, 44mm 모델이 29만9000원이다. LTE 지원 제품은 40mm 모델 29만9200원, 44mm 모델 33만원이다. 갤럭시워치4 클래식은 블루투스 지원 42mm 모델 36만9000원, 46mm 모델이 39만9000원이다. LTE 지원 제품은 42mm 모델이 39만9300원, 46mm 모델 42만9000원이다. 같은 날 출시되는 갤럭시 버즈2는 14만9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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