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플랫폼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구글이나 애플의 모바일 앱마켓에서 필요한 앱을 다운로드 받고 쇼핑할 물건은 네이버에서 찾는다. 카카오톡으로 가족·친구들과 소통하며 택시도 호출한다. 배가 출출할 때 배달의민족 앱에서 몇 번만 터치하면 음식이 집앞으로 배달된다. IT 플랫폼들은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여러 산업군들과 갈등을 빚었다. 플랫폼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영향력을 기반으로 기존 산업군으로 침투하자 사업자들은 반발했다. IT를 기반으로 한 변화의 물결이라는 의견과 거대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이에 구글·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등 주요 플랫폼들이 기존 산업군과 겪고 있는 갈등의 배경을 짚어보고 대안을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카카오가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충돌한 대표적인 기존 산업군은 택시다. 카카오는 일상의 모바일 플랫폼으로 부상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택시 호출 시장에 진출했다. 기존 콜택시는 전화를 이용했지만 카카오는 앱에서 택시를 호출하고 결제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 택시 회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쳐 카카오의 택시 호출 서비스에 동참하도록 했다. 이용자들도 전화를 걸지 않아도 앱으로 간편하게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에 호응하며 카카오는 택시 호출 시장을 장악했다. 택시 기사들에게도 손님을 늘려준다는 이점이 있었다. SK텔레콤이 티맵택시를 내세워 추격에 나섰지만 이미 카카오가 장악한 시장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았다. 카카오는 택시호출 시장을 선점했지만 이후 사업을 확장하면서 택시 및 대리운전 업계와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 카카오 택시. (사진=카카오모빌리티)
▲ 카카오 택시.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소비자 편의 내세웠지만…'대리운전·호출료 인상' 업계 반발 사

카카오가 택시 업계와 갈등을 겪은 사안은 크게 △카풀 △스마트 호출료 △대리운전 등으로 요약된다. 카카오는 택시 업계와 출동할때마다 소비자나 기사들의 편의성과 수익성을 증대시켜준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기존 시스템에 ICT(정보통신기술)와 플랫폼을 접목해 소비자와 택시 기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것이 카카오가 내세운 차별점이었다. 하지만 택시나 대리운전 업계는 대기업이 막강한 자본력과 플랫폼 파워를 내세워 시장을 빼앗으려 한다며 반발했다.

카카오와 택시 업계는 카풀 사태로 가장 크게 맞붙었다. 카카오가 지난 2018년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하며 카풀 시장 진출을 추진하자 택시 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택시 노사 단체들은 카카오의 카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일부 기사들은 분신을 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추진했던 카풀 서비스는 목적지가 유사한 사람들끼리 함께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이 골자다.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의 출퇴근 시간대에는 유상으로 자동차 임대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출퇴근 시간대 카풀 서비스 운영의 근거였다. 카카오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택시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카풀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당시 풀러스를 비롯한 카풀 스타트업들도 등장하며 카풀 시장이 들썩이자 택시 업계는 가뜩이나 공급 과잉인 택시 시장에서 카풀이 활성화되면 택시 기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반발했다. 결국 국회까지 나선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퇴근 시간만 카풀을 허용한다는 합의안을 냈다. 이에 카카오의 모빌리티 전문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카풀 사업자들은 시간 제약을 받게 되면서 서비스를 줄줄이 중단했다.

올해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화와 대리운전 시장 진출이 화두로 떠올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8월2일 기존 정액 1000원(야간 2000원)이었던 스마트호출료를 최대 5000원으로 인상했다. 스마트호출은 카카오T앱에서 택시를 호출할 때 요금을 더 내면 택시 배차 확률을 높여주는 서비스다. 요금을 올려 택시 기사들의 호출 수락 비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지만 소비자들은 택시를 타기만 해도 8800원(기본료 3800원+호출료 5000원)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요금 인상 11일만인 13일 스마트호출료를 최대 2000원으로 조정했다.

카카오의 모빌리티 사업 확대는 대리운전으로 이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 CMNP는 이달 대리운전 업계 1위 '1577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코리아드라이브와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하고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관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577 대리운전을 인수하며 '카카오 T전화콜' 서비스를 출시했다. 전화로 접수된 대리 콜 중 일부를 카카오T 대리 기사에게 연결하거나 1577 대리 기사들이 카카오T 대리 앱을 통해 전화 호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승객과 기사간 연결이 되지 않은 콜을 빨리 다른 기사에게 연결시켜줌으로써 미처리콜을 줄여 기사와 승객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화대리 업체·프로그램사·카카오 T 플랫폼의 상생 협력은 더 다양한 플랫폼에서 콜을 공유하는 것이기에 업체간 콜공유 통한 콜 처리율을 높일 수 있다"며 "대리업체와 기사들이 미처리 콜이 없이 조금이라도 더 콜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협력을 통해 힘든 시기를 함께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왜 2차산업에 뛰어드나…업계와 상생해야"

이미 카카오가 택시 호출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승객과 택시기사 모두가 카카오T를 통해 택시를 호출하거나 승객을 유치하는데 익숙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택시 호출 서비스나 차량 공유 서비스의 확대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우버나 동남아시아의 그랩은 차량 호출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공유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한국에서도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그만큼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대리운전과 택시 업계에서는 대형 플랫폼 기업이 기존의 작은 시장에 침투하기 보다 ICT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존 업계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면 협력하는 사회적 역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1577 대리운전'과 협업한 것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이하 연합회)는 동반성장위원회에 대리운전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카카오나 SK텔레콤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같은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오는 26일 대리운전 관련 첫 회의를 진행한다.

연합회는 대형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전화콜 사업 △현금성 프로모션 △기존 업체 인수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영업확장 등을 하지말 것을 요구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카카오와 티맵모빌리티 등은 플랫폼 사업을 하되 기존 전화콜 시장에서 현금성 프로모션을 앞세운 사세 확장을 멈춰야 할 것"이라며 "대기업답게 기존 시장에 침투하기 보다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와 관련 단체들은 10월 국정감사 전까지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실과 '골목상권의 카카오 사업확장 대응 방안'에 대한 간담회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의원실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카카오를 비롯한 주요 플랫폼 기업과 관련된 간담회 및 토론회를 이어가면서 국정감사에서도 공정한 상생과 관련된 질의를 할 계획이다. 

과거 카풀부터 최근 스마트호출료 인상 등으로 카카오와 갈등을 겪은 택시 업계에서는 대형 플랫폼의 사회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위원장은 "카카오는 요금정책으로 돈만 벌겠다는 생각을 떨치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택시·소비자가 함께 하는 상생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업계의 의견을 듣고 사회적 공헌활동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기존 산업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플랫폼 기업으로서 택시 업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소비자 편익도 간과하지 않으며 택시 사업자의 입장도 고려해 지속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형 택시 '카카오 T 블루'를 운영하며 기사들에게 사납금이 아닌 월 수익을 제공하고 프로멤버십을 통한 택시기사 안심보험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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