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국기.(사진=게티이미지)
▲ 중국 국기.(사진=게티이미지)

중국 전기차 메이커가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시장은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가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애국주의'를 지향하는 소비 문화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판매량이 늘었으나 중국 업체의 선전으로 점유율 순위에서 치고 나가지 못했다.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는 23일 '상반기 전기차 브랜드 순위 및 판매량'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전세계에서 178만대의 전기차가 팔렸다. 지난해 상반기 65만대가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172% 늘었다.

판매량 1위는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 39만6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상반기 18만1000대를 판매했는데, 이 기간 동안 판매량은 118%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점유율은 22.2%를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5.5% 포인트 하락했다.

▲ 전기차 판매량 현황.(자료=SNE 리서치)
▲ 전기차 판매량 현황.(자료=SNE 리서치)

테슬라가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더 팔고 점유율이 줄어든 건 중국 메이커의 '돌풍' 때문이다. 상하이GM울링은 지난해 점유율 기준 9위였는데, 올해 상반기 2위를 기록했다. 미니 EV와 바오준200의 판매에 힘입어 점유율이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점유율은 11%를 기록했다.

상하이GM울링은 지난해 상반기 1만2000대를 팔았는데, 올해 상반기 19만2000대를 판매했다. 판매량은 13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17만9100대 더 판매했다. 

BYD는 9만6300대를 판매해 판매량이 지난해 상반기(3만4400대)보다 180% 늘었다. 장성기차는 5만2000대를 판매해 판매량이 460% 급증했다.

광저우자동차그룹의 자회사 GAC Aion은 4만2900대를 판매해 149% 판매량이 증가했다. GAC Aion은 완충 시 1000km를 달릴 수 있는 고급형을 판매하고 있다. 니오는 4만2000대를 판매해 판매량이 184% 증가했다.

중국 메이커들은 내수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전체 점유율을 끌어 올렸다. 올해 상반기 점유율 기준 10위권 내에 있는 중국 메이커의 판매량은 42만5600대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8만8700대를 판매한 것과 대비된다. 중국 메이커의 판매량은 이 기간 동안 380% 증가했다.

▲ 올해 상반기 전기차 업체별 성장률. 빨간색은 중국 업체.(자료=SNE 리서치)
▲ 올해 상반기 전기차 업체별 성장률. 빨간색은 중국 업체.(자료=SNE 리서치)

이는 중국 내수시장의 '애국소비' 열풍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신(新) 국산품(新國货 또는 新國品) 구매 운동'이 열풍이다. 국산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해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는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외제를 쓰면 매국노로 몰리는 분위기다.

스마트폰과 맥주, 에어콘 등 소비재 물품은 물론 자동차까지 국산품을 구매하자는 분위기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유럽 및 미국과 함께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다. 2025년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약 600대로 집계되며 연 평균 30% 이상의 성장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가 전면 금지되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차 위주로 판매될 전망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 사이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상당히 크다. 글로벌 메이커들은 '전기차 붐'을 맞아 중국이라는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애국소비'로 인해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 '빅2'를 제외하면 판매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중국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배터리 판매량 1~2위를 다투는 CATL을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는 중국과 한국이, 완성차는 미국 업체와 유럽 업체가 시장을 주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애국소비 열풍이 전기차까지 번지자 내수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업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중국 시장의 도·소매 판매량은 각각 19.7%, 27.8% 감소했다. 기아의 대중국 판매량은 같은 기간 28.7%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과거 사드(THAAD) 사태의 영향으로 중국 시장에서 불매 운동에 휩싸인 경험이 있다. 사드의 여파가 걷히고 전기차 붐을 맞아 중국 시장 공략을 추진했는데, 애국소비 열풍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애국주의는 높은 벽과 같다"며 "전기차 등에서 애국주의 열풍이 재연되면서 비중국 업체들은 판매 목표치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