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플랫폼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구글이나 애플의 모바일 앱마켓에서 필요한 앱을 다운로드 받고 쇼핑할 물건은 네이버에서 찾는다. 카카오톡으로 가족·친구들과 소통하며 택시도 호출한다. 배가 출출할 때 배달의민족 앱에서 몇 번만 터치하면 음식이 집앞으로 배달된다. IT 플랫폼들은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여러 산업군들과 갈등을 빚었다. 플랫폼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영향력을 기반으로 기존 산업군으로 침투하자 사업자들은 반발했다. IT를 기반으로 한 변화의 물결이라는 의견과 거대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이에 구글·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등 주요 플랫폼들이 기존 산업군과 겪고 있는 갈등의 배경을 짚어보고 대안을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 배달의민족 모바일 앱. (사진=우아한형제들)
▲ 배달의민족 모바일 앱. (사진=우아한형제들)

수수료·광고료·배달비까지…각종 플랫폼 비용에 소상공인 '몸살'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찜닭 매장. 평소 같으면 손님들로 붐볐을 평일 점심시간이지만 매장은 텅 비었다. 하지만 주방은 분주하다. "배달의민족 주문"이라는 음성 메시지가 연이어 나오며 주문서가 추가되고 있다.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에 대해 "소상공인을 살리면서도 힘들게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매장 손님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그나마 배민의 배달 수요로 매출이 나오고 있지만 수수료 부담이 커 정작 손에 쥐는 돈은 매출보다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내 배달앱 시장을 장악한 배민의 수수료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원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소상공인들은 배민의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배민을 통한 판매를 그만둘수도 없는 입장이다. 매장을 찾는 손님은 줄어든 반면 배달 수요는 늘었는데 이중 대부분이 배민 주문이기 때문이다.

배민 앱에서 한식이나 중식 등을 선택하면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로 영역이 구분돼 관련 음식점의 이름들이 나타난다. 화면 윗부분에 나타나는 오픈리스트에는 현재 위치 중심으로 배달이 가능한 음식점이 무작위로 노출된다. 소비자가 오픈리스트를 통해 노출된 음식점을 통해 주문을 했다면 해당 음식점은 건당 매출액의 6.8%를 수수료로 배민에 내야 한다. 오픈리스트 아래쪽에 노출되는 울트라콜 광고 영역은 광고비를 낸 음식점들이 노출되는 곳이다. 울트라콜에 음식점을 노출시키려면 이르바 '깃발'을 구매해야 한다. 깃발 하나를 구매하고 위치를 지정하면 해당 위치에서 검색을 할 경우 울트라콜 영역에 음식점 이름이 노출된다. 가령 A 한식당이 서울시 강남역을 깃발 지역으로 지정했다면 앱 사용자가 강남역 인근에서 한식 카테고리를 선택할 경우 울트라콜 영역에 A 한식당이 노출되는 방식이다. 깃발은 음식점이 원할 경우 2개 이상 구매할 수 있지만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깃발 한 개당 월 8만원(부가세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음식점들은 수수료·광고료 외에 결제수수료와 배달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대부분의 배민 앱 사용자들이 앱 내에서 결제를 하는 가운데 3%의 결제 수수료가 음식점들에게 부과된다. 배달비용은 음식점이 얼만큼 배달비를 부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배달비가 3000원이라면 음식점이 전액을 부담하면 소비자는 무료로 배달을 받을 수 있고 음식점이 2000원을 낸다면 소비자는 1000원의 배달료를 내는 방식이다. 이미 리뷰가 많이 쌓였거나 맛집으로 알려진 음식점은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더 부담하도록 해도 어느 정도의 주문이 이어지지만 신규로 배민 앱에 진입한 음식점은 배달비를 더 많이 부담하면서 고객을 모을 수밖에 없다. 김씨는 "물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음식점들은 경쟁을 해야 하지만 배민은 각종 광고와 수수료 정책으로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어 소상공인이 힘든 상황"이라며 "치열한 경쟁으로 자본력을 갖춘 일부 음식점만 살아남는다면 결국 소비자와 플랫폼에게도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배달 라이더가 지원되는 배민라이더스를 이용할 경우 수수료는 더 올라간다. 배민라이더스를 이용하면 음식 준비가 완료된 후 라이더에게 알림이 가고 라이더는 음식을 받아 간다. 음식점 입장에서는 배달에 신경쓰지 않고 주문 접수와 조리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최대 15%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김씨의 음식점을 예로 들면 2만원 짜리 찜닭 한 마리를 팔았을 경우 수수료 3000원, 배달료 2900원(가게 선택 금액), 결제 수수료 3%(600원)를 빼면 1만3500원이 남는다. 남은 금액에서 재료비·월세·전기세·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금액은 더 줄어든다.

우아한형제들은 추후 배민라이더스를 배민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배민원은 지난 6월 단건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에 대항하기 위해 출시됐다. 주문 중개 이용료는 건당 12%(카드수수료 및 결제이용료 별도), 배달비는 6000원이다. 단건배다이다보니 기존보다 배달비가 비싸다.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중개 이용료 건당 1000원(카드수수료 및 결제이용료 별도), 배달비는 5000원의 프로모션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 시장이 단건 중심으로 가다보니 배달료가 올라갔다"며 "배민원은 서울 전지역과 경기도 부천·용인·성남·수원·고양, 부산·광주·울산광역시에 오픈했으며 프로모션 마감 기간은 정해놓지 않고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민, 사회적 책임 다해야…수수료 인하 절실"
음식점들은 배민이 국민 배달 플랫폼으로 거듭난만큼 소상공인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수수료를 인하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치킨가게를 운영 중인 정모(41)씨는 "배민은 배달 시장을 장악한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자영업자들과 상생하려면 수수료를 낮춰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속에서도 자영업자들이 버텨줘야 배민도 플랫폼을 이어갈 수 있을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음식점들이 영업을 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데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창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변호사)은 "배민이 축적하는 다양한 판매와 소비 패턴 관련 데이터를 소상공인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공유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상공인들도 플랫폼을 이용하며 성장하도록 해야 국내 배달 산업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소상공인·자영업자 관련 단체들은 지난 23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 입점업체 수수료와 광고비 등을 공정하게 책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8월 임시국회 중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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