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메타버스(Metaverse)'란 용어가 낯설지 않게 들려온다. 이미 '반짝 유행'을 넘어 하나의 '미래 트렌드'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과연 메타버스를 또 하나의 세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순한 마케팅 용어에 불과할까? 메타버스의 동향을 살피고 메타버스 대중화가 일상에 미칠 영향력을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올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메타버스 열기가 뜨겁다. 일부나 잠깐의 유행이라 치부하기엔 관련 소식들의 규모가 상당하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이용자 수는 2억명을 넘어섰고 메타버스 게임의 대표주자 로블록스는 미국 증시 상장 첫날 4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업계 전망은 더 놀랍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25년 전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800억달러(약 326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조사업체 스태티스타도 2024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2969억달러(약 340조원)로 예측했는데 이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AI)의 비슷한 시기 시장 규모 전망(약 2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 제페토(왼쪽)와 로블록스는 현재 '메타버스'를 대표하는 서비스다 (자료=각사)
▲ 제페토(왼쪽)와 로블록스는 현재 '메타버스'를 대표하는 서비스다 (자료=각사)

그래서 메타버스가 뭔데?
하지만 아직 메타버스란 개념 자체가 낯선 이들도 적지 않다. 제페토나 로블록스처럼 메타버스를 대표한다는 서비스들의 주 이용자층이 아직은 주로 청소년, 20대 초반 등 일부 세대에 집중돼 있는 까닭이다. 또 이들 서비스를 통해 '메타버스=가상공간 속 3D 아바타'와 같은 이미지가 각인되다 보니 기존 3D 게임과 메타버스가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나타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발간한 '메타버스 플랫폼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아바타로 활동하는 3차원 가상세계'란 뜻이다. 2006년 미국미래학협회(ASF)는 메타버스의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분류했다. △증강현실(AR) △라이프 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 등 네 가지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디지털 정보를 더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사진 앱이 사용자 얼굴에 가상 선글라스나 모자를 씌워주는 기능, 혹은 빈 공간에 3D 가구를 배치해볼 수 있는 앱 등이 증강현실에 해당한다. 라이프 로깅은 일상 속 경험과 정보를 텍스트, 이미지, 영상으로 기록하고 디지털 공간에 공유하는 행위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라이프 로깅에 해당한다.

거울세계는 현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되 정보성을 부각시키는 개념이다. 지구 곳곳의 변화하는 모습을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구글어스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가상세계는 디지털로 현실과 비슷한, 혹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사용자는 그 안에서 아바타를 통해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제페토나 로블록스도 이에 해당한다.

▲ ASF가 정의한 메타버스의 기술적 분류
▲ ASF가 정의한 메타버스의 기술적 분류

한마디로 앞서 우리가 즐겨온 많은 디지털 서비스가 학문적 영역에서는 이미 메타버스로 분류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또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수백조원을 우습게 넘을 거란 전망도 이해가 안 되는 주장은 아니다.

'나'를 중심으로 산업, 사회, 문화가 융합되는 확장세계
다만 2020년 이전의 메타버스와 이후의 메타버스는 '의미'의 변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소통 방식이 다방면으로 진화하고 있는 점, 플랫폼 경제의 발달로 이종 서비스 간 융합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뉴(New) 메타버스 탄생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한상열 SPRi 선임연구원은 "현실과 가상이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메타버스는 새로운 산업, 사회, 문화적 가치가 창출되는 세상으로 볼 수 있다"고 정의했다.

이 말처럼 지금의 메타버스는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문화가 사회적 현상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메타버스 이용자들은 디지털 공간을 적극 활용해 현실과 다른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부캐)을 드러내는 한편, 그들끼리 소통하는 사회를 또 하나의 확장세계처럼 받아들인다.

▲ 로블록스 내에는 사용자들이 만든 5000만개 이상의 게임이 존재한다 (자료=로블록스)
▲ 로블록스 내에는 사용자들이 만든 5000만개 이상의 게임이 존재한다 (자료=로블록스)

이것이 가능하게 된 배경은 메타버스 속 가상세계의 주도권이 서비스 회사가 아닌 이용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제페토나 로블록스만 보더라도 개발사가 제시하는 미션을 제한된 기능 안에서 수행하던 과거 롤플레잉과 서비스를 즐기는 행태가 다르다.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 개발에 참여할 수 있으며 그들은 자신들만의 규칙으로 그것을 소비한다. 나아가 그 세상 안에서 현실과 연결된 경제적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세상 속 또 하나의 '나'에 열광하게 된 것이 이 시대 달라진 메타버스의 본질 중 하나다.
▲ 제페토는 사용자가 직접 아이템을 제작해 팔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자료=공식홈페이지)
▲ 제페토는 사용자가 직접 아이템을 제작해 팔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자료=공식홈페이지)

일반 사용자뿐 아니라 기업들도 메타버스 내 가상공간, 이를 활용한 비대면 회의 및 업무 환경 개발에 나서며 메타버스 전환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원격 협업 플랫폼 '메쉬'에서 아바타를 통해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디즈니랜드는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테마파크 메타버스'를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현대의 메타버스는 크나 작으나 현실 공간, 혹은 사용자 그룹과 접점을 가진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또 현실의 일부를 가상세계로 확장하고 이를 서로 연결시킨다는 개념이 자리잡아 가면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다양한 메타버스가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 마이크로소프트 메쉬 서비스 예시 (자료=MS)
▲ 마이크로소프트 메쉬 서비스 예시 (자료=MS)

'메타버스 디스토피아'는 경계해야
하지만 일부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메타버스 시장 발전과 발맞춰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의 이용자 보호 정책도 보다 세심하게 준비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발간한 '메타버스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메타버스 서비스의 주 이용자인 10대를 타깃으로 한 아동 성범죄(아바타 스토킹, 아바타 몰카, 아바타 성희롱 등) 발생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메타버스는 이용자가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공간인 만큼 일각에선 현실 규범이나 도덕적 관점과 동떨어진 디스토피아적 무법지대도 우후죽순 양산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예컨대 집단성이 강하고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이 이 같은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현실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성인들에게도 각종 불만과 욕구를 해소하는 그릇된 배출구로 변질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메타버스 제조사들, 그리고 메타버스 산업 육성에 뛰어든 정부가 함께 기존 디지털 환경과 메타버스의 차이를 연구하는 한편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이용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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