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롯데쇼핑, 이커머스 확장 위해 충전한 '3조' 어디로

발행일 2021-08-27 13:27:56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롯데쇼핑 온라인 통합앱 롯데온.(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막판 발을 뺀 이후 ‘이커머스(e-Commerce)’ 사업 확장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3조원이 넘는 몸값이 부담스러워 인수를 포기했지만, 그렇다고 이커머스 사업을 한 번에 확장시켜 줄 마땅한 매물이 없기 때문이죠.

롯데쇼핑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준비하며 막대한 현금을 충전해놨는데요. 이 자금이 앞으로 어떻게 사용될 지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시장에 나온 다양한 이커머스 업체들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딜 진행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롯데쇼핑 재무상태표 유동자산.(출처=롯데쇼핑 2021년 반기보고서.)

롯데쇼핑이 최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별도 기준 보유 현금은 무려 3조원에 가깝습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2조1700억원을 갖고 있고요.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도 7500억원에 달합니다. 이를 더하면 2조9200억원입니다. 딱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3조원과 비슷한 액수죠.

지금까지 롯데쇼핑이 이정도로 많은 현금을 보유한 적은 없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현금성자산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한 때 보유 현금이 2조원을 넘긴 적은 있지만 그 외에는 항상 1조원대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해 대규모 현금을 마련한 것입니다.

롯데쇼핑 현금성자산 추이.(출처=한국기업평가.)

자금 마련을 위해 다소 번거로운 작업도 동반했습니다. 올 4월 롯데쇼핑은 보유하고 있던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 지분을 계열사인 롯데물산에 매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분 15% 전량을 무려 8000억원에 팔았습니다.

당시 롯데쇼핑은 지분 매각에 대해 “당사 자산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및 미래 성장동력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점포 및 물류센터 토지 등을 롯데리츠에 양도해 73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요. 이러한 자산유동화 작업은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3조원에 달하는 현금은 앞으로 어떻게 사용될까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뺀 뒤 사실상 3조원의 현금은 고민 아닌 고민이 됐습니다. 자산유동화 작업을 통해 애써 현금을 확보했는데, 막상 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그냥 갖고만 있자니 기회비용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베이코리아, 중고나라, 인터파크, 다나와 등 이커머스 업체들.

물론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시장 확장을 위해 이전부터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올 3월에는 온라인 중고거래 업체인 중고나라 지분 95%를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인수했죠. 다만 중고나라 지분 인수에 투입된 롯데쇼핑의 자금은 200억원에 불과합니다. 굳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불필요한 수준의 투자죠.

롯데쇼핑이 인수했거나 인수 후보자로 꼽히는 매물들.(출처=업계.)

롯데쇼핑은 최근 매물로 나온 다나와의 인수 후보자로 꼽히고 있는데요. 성장현 다나와 이사회 의장이 보유한 지분 30.05%의 가격은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최근 시장에 나온 인터파크 역시 매각가는 1500억원(최대주주 이기형 대표 등이 보유한 지분 28.41%) 수준으로 관측됩니다. 실제 매각가가 어떻게 결정될지는 알 수 없으나 3조원의 보유 현금을 감안하면 인수 자체가 어려워 보이진 않습니다.

롯데쇼핑 별도 기준 주요 재무지표 추이.(출처=한국기업평가.)

물론 재무부담을 개선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롯데쇼핑의 올 상반기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11조4000억원으로 규모가 상당합니다.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은 8조5000억원이나 되죠. 지난해 말 9조6000억원과 비교해 약 1조원 줄었다지만 여전히 많은 상태입니다. 지난해 순금융비용으로만 2600억원이 빠져나갔으니 업황이 좋지 않은 현재 빚을 먼저 갚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로 보입니다.

롯데쇼핑은 이미 이커머스 시장에서 한 발 늦었다고 평가를 받고 있죠. 무리해서 3조원의 현금을 충전한 것도 사업구조 혁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단지 빚을 갚는데 사용한다면 미래에 엄청난 기회비용의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사업 확장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뉴스레터
최신 IT 소식을 가장 빠르게 받아보세요.
(광고성 정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