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셋에서 ‘선 없음’은 편의 측면에서 이젠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전파 간섭으로 인한 끊김이나 충전에 따른 불편함이 다소 아쉽다가도, 선이 있어서 생기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는 것만으로도 유선보단 무선으로 손이 가게 됩니다. 무선이어폰이 대세가 되고 있고, 이젠 기십만원 대의 가격대가 꽤 나가는 제품도 적잖게 팔리는 편입니다.

▲ (영상 디자인=김진영)
▲ (영상 디자인=김진영)

최근 출시된 제품 중 헤드셋 얼리어답터들에게 큰 주목을 받은 물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소니의 무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WF-1000XM4’(이하 1000XM4)입니다. 20만원대 후반의 비교적 높은 가격대에도 첫 등장부터 줄 서서 살 만큼 인기가 높았고, 출시 후 두 달여가 돼 가는 지금은 제품을 못 구해 웃돈까지 붙어 팔릴 정도입니다.

블로터 ‘테크쑤다’에선 음향기기 커뮤니티 ‘영디비’(0db)를 운영하는 영디비와 함께 1000XM4를 리뷰해봤습니다. 단순히 이 제품만 리뷰하기보단 무선이어폰에서 가성비의 기준은 무엇인지, 제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이 있을지 등등을 종합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제품은 소니코리아 측으로부터 대여했으며 콘텐츠 제작은 업체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이뤄졌음을 밝힙니다.

▲ 소니 WF-1000XM4. (사진=소니 홈페이지 갈무리)
▲ 소니 WF-1000XM4. (사진=소니 홈페이지 갈무리)

무선 헤드셋 시장을 보면 제품별로, 브랜드별로 가격대가 천차만별입니다. 싼 건 만원대 제품도 있는 반면 비싼 건 100만원에 육박하기도 하죠. 근데 막상 써보면 소리 측면에서는 큰 차이를 못 느끼시는 분들도 적잖습니다. 굳이 비싼 제품을 왜 쓰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가 제품이 좋은 이유는 소리뿐 아니라 다른 이유도 포함된다고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가격 차이는 제품의 디테일한 기능과 사용성 등에 영향을 줍니다. 저가 제품이 소리를 내는 본연의 기능만 쓸 수 있다면, 가격대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는 것이죠. 사운드가 정교하게 튜닝된다던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강화되기도 하고요. 또 별도의 앱이 지원되고 공공장소에서 쓸 때도 끊김이 줄어드는 등 비교적 섬세한 지점에서 차이가 생깁니다.

▲ 중고가 무선이어폰은 제품의 소리보단 사용성,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좋은 면들이 더 많아진다. 영디비는 제품 케이스를 여닫거나 이어버드를 빼고 끼는 것들부터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 중고가 무선이어폰은 제품의 소리보단 사용성,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좋은 면들이 더 많아진다. 영디비는 제품 케이스를 여닫거나 이어버드를 빼고 끼는 것들부터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중고가에 속하는 1000XM4를 예로 들자면, 이 제품은 배터리 지속 시간이 음악재생 기준 8~12시간으로 저가 제품 대비 훨씬 깁니다. 별도의 앱을 지원하며 음역대별로 높낮이를 조정하는 이퀄라이저뿐 아니라 타사 제품 대비 성능이 더 뛰어난 노이즈 캔슬링 모드, 자체적으로 음질을 향상 시켜주는 기능도 탑재되죠. 소니가 지원하는 오디오 코딩 표준 ‘LDAC’도 쓸 수 있고 또 공공장소에서의 끊김도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고요.

물론 ‘이어폰이 소리만 잘 나오면 되지, 이지가지 기능이 무슨 상관이냐’는 지적도 타당합니다. 그래서 무선헤드셋을 구매할 때는 내 기준을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저렴하고 작동이 잘 되기만 하면 된다면 가성비를 우선으로 하면 됩니다. 다만 음질이 뛰어나거나 대중교통 같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도 잘 끊기지 않는 제품을 원한다면 자연스럽게 가격대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내 사용 목적이나 예산에 맞게 제품을 고르는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는 겁니다.

▲ 제품 음질은 드라이버와 코덱, 소프트웨어, 노이즈 캔슬링 성능 등에 영향을 받는다.(사진=소니 홈페이지 갈무리)
▲ 제품 음질은 드라이버와 코덱, 소프트웨어, 노이즈 캔슬링 성능 등에 영향을 받는다.(사진=소니 홈페이지 갈무리)

헤드셋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음질입니다. 제품이 어떤 드라이버를 쓰며 어떤 코덱을 지원하는지, 어떻게 튜닝했는지에 따라 소리에도 차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많이 투자할수록 음질이 향상됩니다. 사람마다 이런 민감한 차이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긴 하나, 헤드셋 매니아들이 가격대가 꽤 나가는 제품을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요즘 강조되고 있는 노이즈 캔슬링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은 물리적인 방식(패시브)과 기계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액티브)로 나뉘는데요. 커널형 이어폰은 기본적으로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은 되나 저음역대에서 생기는 소음을 잡진 못합니다. 요즘 헤드셋에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의 원리.
▲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의 원리.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은 마이크에서 외부 소리를 수음해 이어폰으로 반대파를 쏴줌으로써 소음을 없애는 원리입니다. 1970~1980년대부터 연구된 기술이긴 하나 완성도를 높일 여지가 많고, 그만큼 회사마다 기술력이 차이가 꽤 나타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요즘 무선헤드셋 사용자들이 제품을 고르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기도 하죠.

무선 헤드셋을 쓰면 생기는 끊김 현상은 제품들이 모두 블루투스에서 같은 대역폭의 주파수를 쓰기 때문입니다. 와이파이를 쓰는 대역폭이 2.4GHz인데 이는 블루투스의 대역폭과 같죠. 사람이 많으면 블루투스 기기들이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파 간섭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비싼 제품일수록 전파 간섭을 줄이는 기능도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 1000MX4(흰색)은 전작 1000MX3(검은색)과 디자인적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 1000MX4(흰색)은 전작 1000MX3(검은색)과 디자인적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1000XM4를 한번 봅시다. 전작인 XM3에 비해 부피도 줄고 디자인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케이스 디자인부터 각진 디자인에서 둥그스름해졌고요. 이어버드 폼팩터도 기존 제품이 길쭉했다면 새 제품은 조약돌처럼 동그랗습니다. 귓구멍에 들어가는 이어팁도 기존엔 실리콘 재질이었는데 XM4는 폼 재질로 바꾸고 두께도 더 키워 차음성과 착용감을 개선한 게 보입니다.

무선이어폰을 쓸 때는 착용 측면에서 몇몇 불편한 지점이 생기는데요. 대표적인 게 바로 이압감, 즉 귀에서 느껴지는 압력입니다. 커널형 이어폰을 잘 쓰지 않게 되는 이유이기도 한데, XM4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기에 별도의 구멍을 만들어 압력을 빼주도록 설계했습니다. 덕분에 수 시간씩 차고 있어도 이 제품은 귀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느낌이 크지 않습니다.

타사 제품 대비 특이했던 기능은 바로 VPU(Voice Pickup Unit) 가속도 센서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을 인식해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모드를 잠시 풀어준다던가(스피크 투 챗), 전화할 때 상대방이 이야기할 땐 마이크를 닫다가 내가 말할 땐 마이크를 열어주기도 하죠. 무선이어폰을 쓸 때 생길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지점을 소프트웨어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 WF-1000XM4는 그냥 이름이 어렵다.
▲ WF-1000XM4는 그냥 이름이 어렵다.

1000XM4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는 어떨까요. 영디비는 구매자들이 많이 몰려 있고 전작 대비 가격도 낮아졌고 성능 개선도 뚜렷한 만큼 ‘빨리 사는 게 이득’이란 평을 내놨습니다. 기자 또한 20만원대 후반이라는 다소 비싼 제품이긴 하나 무선이어폰을 쓰고 싶다면 하이엔드 라인업으로서 한 번쯤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의견을 남깁니다.

독자분들도 꼭 이 제품을 사지 않더라도, 만약 무선이어폰을 한 번쯤 써보고 싶다면 여러분의 기준이 어떻게 될지 한 번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저희가 제시해드린 세 가지 기준(가격, 사용 패턴, 기능)을 적용해보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