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
노트북 시장에선 오랫동안 ‘CPU는 인텔, GPU는 엔비디아’가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 각 사의 CPU와 GPU 성능을 타사가 쉽게 따라잡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이 판을 깨뜨리려는 곳이 AMD로 라이젠 CPU, 라데온 GPU의 영향력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이번에 에이수스가 선보인 ‘ROG 스트릭스 A+A’(G15 어드밴티지 에디션 G513)는 라이젠과 라데온을 섞은 ‘라라랜드’ 조합 게이밍노트북이다. 인텔과 엔비디아의 동급 라인업과 비교해 AMD의 성능을 비교해볼 만한 제품이라 리뷰를 진행했다. 가격은 정가 기준 15인치 204만9000원, 17인치 209만9000원이며 리뷰는 15인치 제품을 에이수스 측으로부터 대여해 약 2주간 사용했다.
외형은 에이수스 ROG 시리즈의 전작들과 특별한 차이는 안 느껴진다. 여타 게임용 노트북 제품들이 디자인적으로 휘황찬란하고 독특한 요소들 때문에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ROG의 스트릭스 시리즈는 ‘너무 튄다’는 부담감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A+A는 ROG 시리즈의 심볼인 후면의 눈 모양 음각이 검은색으로 처리됐다. 하얗던 전작들에 비해 덜 눈에 띄긴 하나 여전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랩탑 상판 재질은 알루미늄 재질로 처리된 것으로 보이며, 오른쪽엔 사선으로 작은 폰트로 ‘R’ ‘O’ ‘G’가 반복되는 애니 매트릭스가 적용됐고 AMD 어드밴티지 제품이라 오른쪽 상단엔 AMD의 로고도 각인돼있다. 왼쪽 어깻죽지에는 빨간색 아머 캡이 눈에 띄는데, 튄다고 생각된다면 에이수스에서 기본으로 제공해주는 투명한 파츠로 쉽게 교체할 수 있다.
이밖에 제품 외관은 통풍구가 다소 많다는 점 외에 게이밍 노트북으로서 눈에 띄는 디자인은 안 보인다. 넓고 각진 통풍구가 ‘나는 게이밍노트북’이라는 걸 외치는 듯하나, 어차피 휴대성이 상당 부분 결여된 제품이니 남한테 보여줄 일이 많진 않을 것이다. 카페 같은 곳에서 쓸 때도 어깨 쪽 아머 캡만 갈아주면 그냥 검은 노트북처럼 보인다. 디자인적으론 무난한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스팩시트 상 무게는 15.6인치 기준 2.5kg으로 적혀있으나 실측 기준으론 2.3kg으로 나왔다. 0.2kg의 무게 차이는 휴대성에도 적잖게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나 어차피 2kg이 넘어가는 노트북은 애초 휴대하긴 쉽지 않다. 더군다나 엄청난 덩치의 280W 어댑터를 합치면 3kg을 훌쩍 넘는 만큼 A+A를 들고 어디 가서 게임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긴 어려울 듯하다.
포트 구성은 제품 좌측면에 USB-A 3.2 포트 2개, 3.5mm 오디오 잭 1개, 후면에 USB-A 3.2 포트 1개, PD충전과 DP출력이 지원되는 USB-C Gen2 3.2 포트 1개, HDMI 2.0b 포트 1개, 랜포트와 전원 포트 각 1개씩이다. 우측면에 포트가 없고 주로 후면에 몰려 있다는 점은 사용성 측면에서 장단점이 있다. 개인적으론 USB-C 포트를 쓸 일이 잦은데 손이 잘 닿지 않는 후면에 있어 아쉬웠다.
게이밍으로서의 정체성은 노트북을 켜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특유의 눈 로고와 함께 칼날이 부딪치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부팅이 시작된다. 바닥면과 키보드 백라이트로 LED 조명이 들어오는데 이 또한 매우 게이밍노트북스럽다.
디스플레이는 WQHD를 지원하는 IPS급 저반사 패널로 주사율은 QHD 기준 최대 165Hz, FHD 기준 300Hz까지 지원한다. 디스플레이 색역을 나타내는 DCI-P3 기준 100%로 색 재현력도 매우 우수했다. 응답속도는 3ms로 하이앤드급 모니터에 비해선 느리나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디스플레이 밝기가 300니트 수준인데 밝다고 보긴 어려웠고 측면, 상단 베젤이 얇은 반면 하단 베젤은 넓은 것도 아쉽다.
입력장치는 키보드의 경우 15인치 노트북임에도 풀배열 키보드가 아닌 텐키리스 방식으로 상단에 볼륨과 마이크, 팬 조절 등을 할 수 있는 버튼이, 측면엔 미디어 컨트롤러가 붙어있다. 타건감은 부드럽고 다소 깊은 축에 속한다. 타이핑을 빠르게 많이 하는 기자의 경우 A+A의 깊은 타건감으로 간혹 오타가 생겼는데 이는 키보드를 따로 씀으로서 해결될 문제이며 또한 키감은 취향의 영역이기도 하다.
트랙패드는 지금까지 써본 노트북 중 가장 좋은 축에 속했다. 아이스링크장에서 피겨스케이팅 타듯 물 흐르는 느낌이 들엇고 클릭할 때의 촉감도 인상적이었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스크롤링을 할 때 화면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든 것으로 보여서 웹서핑과 같은 일반적 상황에서의 사용성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밖에 사용성에서 몇몇 아쉬운 점들이 보인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언택트 추세가 활발해지며 웹캠을 쓸 일이 많아졌는데 이 제품에는 웹캠이 없다. 또 힌지 구조상 디스플레이가 180도 열리지 않는 단점도 있다. 배터리는 90Wh로 업무 상황에서는 약 6~7시간 정도 지속되긴 하나 충전용 어댑터가 무겁고 부피가 커 휴대성은 부족하다. 별도의 PD충전용 어댑터를 구입하면 되지만 이 또한 번거로운 게 사실이다.
물론 이런 가격 비교는 제품 성능이 동급이란 가정하에 성립한다. 벤치마크 결과 지난 5월 공개된 타이거레이크H 프로세서는 i7 기준으로 5900HX와 유사하다. 또한 RX6800m은 RTX3080보단 RTX3070에 더 가깝다는 게 노트북 매니아들의 중론이다. 타이거레이크H i7과 RTX 3070 조합 노트북은 A+A와 가격대가 비슷하거나 약간 비싼 수준이니, 이 제품에 대한 ‘착시’가 사라지게 된다.
CPU 테스트인 씨네벤치R23 기준 싱글코어는 1483점, 멀티코어는 1만3145점이, 긱벤치5 기준으론 싱글코어 1516점, 멀티코어 8678점이 기록됐다. 멀티코어 기준 성능면으론 타이거레이크H i7 프로세서를 쓰는 여타 노트북 CPU나 AMD의 R9-5900HS CPU보다도 조금 나은 수준으로 확인된다.
GPU인 RX6800m은 3D마크 타임스파이 기준 1만543점으로 측정됐다. RTX3080과 비교하기엔 다소 부족하고, 대신 RTX3070이 들어가는 랩탑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약간씩 나은 성능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 AMD의 RX6800m이 RTX3080과 같은 급으로 보기 어렵다면, AMD의 호환성 문제도 있으니 200만원 초반으로 책정된 가격대가 ‘가성비’로 포장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전반적으로 게임 구동은 잘 된다. 중사양 수준의 패스오브액자일과 문명6는 QHD, 165Hz 주사율로도 옵션 타협 없이 작동됐고, 고사양급에 해당하는 배틀그라운드도 높은 프레임 수준을 보였다. 이 제품은 GPU와 CPU의 총 최대 소모 전력이 176W에 달하기에 전력을 많이 먹여 훌륭한 성능을 뽑아낼 수 있고,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발열 문제는 베이퍼 챔버 설계와 액체 금속으로 해결한 모습이다.
‘라이젠+라데온’ 조합으로 생기는 장점도 있다. 라이젠이 라데온 GPU 메모리에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엑세스 메모리’가 지원되며 이를 통해 제품 성능이 향상되며, 인터페이스와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전력을 필요에 따라 CPU와 GPU에 다르게 배치하는 ‘스마트 쉬프트’ 기능도 쓸 수 있게 됐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아머리 크리에이터’를 통해 제품 성능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 긍정적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