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IT 장비업체 이즈미디어, ‘유통 사업부’ 신설 향한 기대와 우려

발행일 2021-08-30 18: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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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분야에서 이종산업 진출 전략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CCM 검사장비 업체 이즈미디어도 '유통 사업부'를 신설, 골프웨어 등 의류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 'IT+유통'을 병행하고 있는 기업들로는 코웨이를 인수한 넷마블, 요기요를 인수할 GS 등이 있습니다.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이즈미디어의 미래를 전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이즈미디어 사옥 전경. (사진=이즈미디어 홈페이지)

이즈미디어는 2002년 설립된 카메라모듈(Compact Camera Module·CCM) 검사장비 제조·판매 업체입니다. 올해 유별나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본업 때문은 아닙니다. 시장에서 새로운 경영진이 추진하는 유통·블록체인·메타버스 등 신사업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경영진이 제시한 신사업 중 가장 먼저 본격화된 사업은 유통입니다. 올해 반기보고서에는 ‘유통 사업부’가 추가됐는데요. 사업내용을 보면 '의류, 잡화, 화장품, 원자재 등 도소매'라고 적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골프웨어, 명품 병행수입’ 등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티피에이그룹-씨앤비 인터내셔널 관계. (자료=씨앤비 인터내셔널 감사보고서)

유통 사업은 지난 3월 최대주주가 된 티피에이리테일과 관련 있는데요. 이즈미디어는 반기보고서에 “국내 CUTTER & BUCK(골프웨어) 공식 라이선스 보유사인 ㈜씨앤비인터내셔널과 전략적인 제휴로 골프웨어 패션사업에 본격적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티피에이패션은 지난해 씨앤비인터내셔널 지분 51%를 확보 인수했습니다. 티피에이패션은 티피에이리테일의 자회사입니다.

유통 사업부가 느낄 부담감은 상당할 전망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유통 사업을 '캐시카우'로 만들 계획이거든요. 김인석 이즈미디어 대표는 지난 언론 인터뷰에서 “장비는 하드웨어, 유통은 현금흐름과 매출 개선, 소프트웨어는 신사업과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라며 유통 사업이 현금흐름 개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즈미디어가 처한 상황입니다. 최근 실적을 개선하려면 유통 사업이 뚜렷한 수익성을 기록해내야 합니다. 이즈미디어는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손실 168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올해 상반기에도 39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이즈미디어 별도 기준 차입금 및 부채비율 추이. (자료=한국기업평가 및 이즈미디어 사업보고서)

연이은 적자는 재무 상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이즈미디어는 지난해까지 별도 기준 순차입금 마이너스(-)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179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했죠.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수치인데요. 플러스 전환은 그간 잘 관리하던 차입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의미입니다.


외부에서 조달하는 자금이 늘면서 부채비율도 불어났습니다. 벌써 200%를 넘어섰습니다.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은 266.5%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85.4%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했습니다. 부채비율이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서 차입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알아두면 좋은 지식들
부채비율 : 기업이 가진 자산 중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합니다. 부채비율이 100%를 넘으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평가합니다. 지난 3월 말 기준 코스닥 상장사(금융업종 제외) 평균 부채비율은 109.7%입니다.

확실한 실적이 필요하지만 유통 사업부가 이렇다 할 수익성을 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전략적 발판이 될 씨앤비인터내셔널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업손실 규모는 2018년부터 51억원→16억원→80억원입니다.

단순히 수익성만 나쁜 것도 아닙니다. 우려할 만한 지표들도 있는데요. 현금흐름표 내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에서 ‘매입채무의 증가’ 항목을 보면 매입채무는 2019년 28억원에서 지난해 71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관련 지표 정리. (자료=씨앤비인터내셔널 감사보고서)

매입채무는 외상으로 물건을 사와 나중에 지급해야 할 돈을 의미합니다. 사업 구조가 탄탄하고, 수익성이 좋다면 큰 문제가 안 됩니다. 하지만 씨앤비인터내셔널이 처한 상황은 그렇지 않죠. 현재 사업 역량만 놓고 보면 유통 사업부가 이즈미디어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유통 사업은 CCM 검사장비 업체 이즈미디어와 뚜렷한 시너지가 있다고 평가하기 힘든 이종산업입니다. 과거 비슷한 사례가 있다면 향후 전망을 가늠해볼 수 있을 텐데요. 대표적인 IT 기업의 이종산업 진출 사례는 2019년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가 있습니다. 당시 넷마블은 1조7400억원에 코웨이를 사들여 새로운 사업에 진출했죠.

지표를 살펴보면 인수 및 새로운 사업 진출 효과는 긍정적입니다. 넷마블은 지분법손익상 수익이 크게 늘었는데요. 2018년 8622만원이던 지분법손익은 2019년 129억원, 지난해 1920억원까지 증가합니다. 지분법손익 증가는 넷마블 순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죠. 지분법 회계에선 지분 20%를 보유하거나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을 관계기업으로 분류합니다. 관계기업 실적은 모회사에 지분법손익으로 반영, 모회사 순이익에 영향을 줍니다. 

다만 이즈미디어와 동일한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겠죠. 넷마블은 관련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을 인수해 이종산업에 진출했습니다. 반면 이즈미디어는 회사 내부에 유통 사업부를 신설해 이종산업에 뛰어드는 거죠. 그렇다고 경영진이 유통 사업에 밝은 인물도 아닙니다. 김인석 대표는 키움증권, KTB투자증권 및 P2P 업체 스위치노트 등에서 근무한 금융맨입니다. 

김 대표는 이즈미디어 선임 전 지난해 5월까지 P2P 업체 대표를 역임했다. (사진=스위치노트 홈페이지 갈무리)

이즈미디어는 유통 사업부를 신설했지만, 별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반기연결검토보고서에 “연결 기업의 매출액을 구성하는 주요 영업부문은 영상처리장비 및 산업용 카메라 검사장비의 제조 및 판매로서 그 외의 영업부문별 정보를 공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을 뿐입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사업이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지 못해 이렇다 할 수익성을 내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아직까지는 숨기고 싶은 실적일 수도 있겠죠. 별도 인수 없이 이종산업에 진출하는 사례는 드뭅니다. 이즈미디어가 어떤 사례를 남길지 지켜볼 일입니다. 

생각해 볼 문제
• 카메라모듈 감시장비 제조 업체가 기존 의류·유통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즈미디어는 유통 사업에 맞는 인력부터 공급망까지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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