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갑질방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인앱결제’ 강제 못한다

발행일 2021-08-31 19:18:26
전세계에서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를 규제하는  됐다.(사진=국회방송)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골자로, 일방적인 ‘인앱결제(IAP·In-App Payment)’를 법으로 제재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 사례다.

3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재석 188명, 찬성 180명, 반대 0명, 기권 8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앱 장터 사업자는 자신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강제로 국내 도입할 예정이었던 인앱결제 정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법안을 대표발의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에는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도록 하는 행위, 앱 심사를 거부하거나 고의로 지연하는 ‘갑질’을 막는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대한민국 국회가 제일 먼저 움직였고 미국에서도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가 진행 중인 가운데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규제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년째 이어진 수수료 30% 통행세 논란
인앱결제는 구글·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시스템으로 유료 앱·콘텐츠를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전까지는 게임에만 인앱결제를 적용했던 구글은 지난해 웹툰·웹소설, 음악 등 모든 앱·콘텐츠에 이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통보했다. 구글플레이에 입점한 개발사는 앱 내에서 자체 결제시스템 대신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떼어가는 구글의 결제시스템만 써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구글이 개발사로부터 ‘통행세’를 강제로 걷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게 됐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구글플레이의 국내 매출 추정치는 5조47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66.5%를 차지했다.

수수료 부담을 지게 된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정보기술(IT)업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타격을 우려한 웹툰·웹소설 창작자 단체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는 인앱결제 강제가 시행되면 구글이 연간 6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웹툰산업협회는 국내 콘텐츠 산업의 연 매출 감소 규모가 2025년께 5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논란이 커지자 구글은 수수료율을 15%로 낮추는 ‘반값 혜택’을 주겠다며 회유책을 던졌다. 지난 1월 예정이었던 정책 적용 시기도 오는 10월로 연기했다. 그러나 인터넷·콘텐츠 업계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특정한 결제수단을 강제로 쓰도록 해, 없던 수수료를 물리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여·야 정쟁으로 1년째 표류하던 법안은 지난 25일 새벽 여당 단독 처리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마지막 관문을 넘게 됐다. 

애플은 2011년부터 수수료 30%를 부과하는 인앱결제를 적용해왔다. 구글은 게임 앱에만 인앱결제를 강제해오다 비게임 앱으로 작년 센서타워 조사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 매출은 구글플레이 매출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앱스토어·플레이스토어 로고)
업계는 환영, 구글·애플은 한숨
업계는 법안 가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당장 10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수수료 부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이끄는 단체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박성호 회장은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창작자·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용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1500여개 스타트업 연합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법 통과를 반겼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통과되서 다행”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최초로 공정 경쟁의 토대를 잘 닦은 것 같아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구글은 법안을 준수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글은 개정안이 가결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개발자가 앱을 개발할 때 개발비가 소요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글도 운영체제와 앱마켓을 구축, 유지하는 데 비용이 발생된다”며 “구글은 고품질의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 수 주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애플은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자 입장문을 내고 “(법안은) 이용자를 사기 위험에 노출시키고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이어 외부결제를 ‘이메일’로 홍보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플은 2011년부터 인앱결제 사용방침을 고수해왔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법 개정으로 구글이 ‘우회로’를 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구글이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앱마켓 구축·유지비에 대해 언급한 만큼, 인앱결제 외의 결제수단에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통해 수익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구글코리아 임재현 전무도 국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법안이 통과되면) 사업모델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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