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그룹이 지난 20일 정식 출시한 디지털 금 거래 플랫폼 '아로와나 골드모어(이하 골드모어)'가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큰 기대를 모았던 가상자산(암호화폐) 결제 옵션의 도입 시기가 내년 이후로 늦춰진 데다가 일부 기능은 출시 당일부터 문제를 드러냈다. 여기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커뮤니티 운영 행태에 대한 투자자 불만까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 아로와나 골드모어 앱 일부 (자료=한컴)
▲ 아로와나 골드모어 앱 일부 (자료=한컴)

골드모어는 한컴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아로와나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공개 서비스다. 실물 중심의 금 거래 시장을 디지털 기반으로 재편하는 한편, 가상자산 결제 옵션으로 국가 간 금 거래 장벽을 허무는 것이 목표다. 골드모어 기반의 디지털 금 전당포, 디지털 금 경매소 등 파생 서비스 출시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 진행은 순탄치 못한 상황이다. 특히 골드모어가 다른 디지털 금 거래소와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던 가상자산 결제 기능 연동이 내년 이후로 미뤄지면서 프로젝트 내 후속 서비스들도 언제 출시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한컴그룹은 지난 3월 디지털 금 구입 수단 중 하나이자 아로와나 생태계의 가교 역할을 할 가상자산 '아로와나 토큰(ARW)'을 선공개하고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상장한 바 있다.

아로와나 프로젝트의 국내 운영을 담당하는 아로와나 허브는 지난 6월 법인 설립 당시 "한컴그룹 계열사를 비롯한 파트너사들의 유통·마케팅 계획에 따라 ARW를 분배하고, 파트너사들은 자사 서비스에서 포인트 또는 마일리지로 ARW를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ARW 유통 수익금 전액을 아로와나 프로젝트에만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 아로와나 생태계 6대 서비스 (자료=아로와나 프로젝트 백서 갈무리)
▲ 아로와나 생태계 6대 서비스 (자료=아로와나 프로젝트 백서 갈무리)

그러나 한컴의 이런 계획은 최근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정부, 금융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특금법 시행령에 규정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규정은 '허들이 너무 높다'는 지적에도 개정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며 은행권에서도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신고 필수 요건 중 하나인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을 꺼리고 있다. 

한컴은 30일 공식 커뮤니티에 입장문을 내고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ARW 연동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은행권이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법인에 대해서는 계좌거래를 승인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컴이 가상자산 결제 연동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또다른 이유는 ARW에 쏠렸던 부정적인 시선들 탓이다. ARW는 지난 4월 거래소 상장 당일 가격이 30분만에 50원에서 5만원으로 폭등한 뒤 수 시간만에 다시 반토막이 나는 사태를 겪으면서 프로젝트의 투명성을 크게 의심받게 된 전적이 있다. 당시 한컴이 ARW 가격 폭등 중 매도한 토큰이 없다고 확인한 점, 토큰 가격도 이후 수개월 이상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 내 관심은 줄었지만 한컴은 여전히 규제 당국의 시선을 끄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컴의 상황과 별개로 ARW 연동이 요원해지면서 프로젝트 수행 전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컴의 계획대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마치려면 앞으로 최소 1년여가 걸릴 전망이다.

한컴에 따르면 국내 아로와나 프로젝트 운영 법인인 아로와나 허브가 현재 11월 말을 목표로 ISMS 심사를 준비 중이며 심사에는 최소 4개월에서 7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추가로 가상자산사업자 심사에도 최장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문제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앞두고 은행권이 지금처럼 사업자들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면 한컴의 사업자 지위 취득 시기는 그보다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한컴 계열사, 파트너사 중심으로 ARW 기반의 국경 없는 금테크 시장을 만들겠다는 한컴의 큰 그림도 휘청이게 된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ARW 가격은 서비스 오픈 직후 오히려 내림세를 걷는 중이다. ARW 미연동에 따른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상장 당일 폭등한 ARW(좌), 골드모어 서비스 오픈 직후 하락 중인 ARW (자료=빗썸 갈무리)
▲ 상장 당일 폭등한 ARW(좌), 골드모어 서비스 오픈 직후 하락 중인 ARW (자료=빗썸 갈무리)

ARW가 빠진 반쪽짜리 골드모어 서비스도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클로즈베타 이후 약 한 달 만에 정식 서비스가 개시됐지만 오픈 첫날 한컴페이를 통한 디지털 금 구입에 오류가 발생하며 사용자들의 원성을 샀다. 실제 결제만 이뤄지고 디지털 금은 지급되지 않은 것. 해당 문제가 해결되고 모든 피해자들에게 디지털 금이 지급되기까지는 수일이 소요됐다.

또 '저렴한 디지털 금 구입'을 내세웠던 골드모어에서 막상 타 금거래소보다 금 가격이 비싸다는 불만까지 제기되자 한컴은 디지털 금 구입, 환매 수수료를 대폭 낮추며 사용자 달래기에 나서야 했다. 아울러 한컴이 운영하는 공식 커뮤니티 채널에서는 서비스 문제 해결, 프로젝트 진행 사항 등에 대한 소통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한컴 관계자는 "불확실성을 없애고 싶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미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섣부른 약속을 내놓기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각 프로젝트는 내부적으로 정상 개발되고 있으며 커뮤니티 소통이 부진한 부분에 대해서도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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