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데이터와 숫자,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고 누구나 볼 수 있지만 해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숫자 뒤에 숨은 진실을 보는 눈, 데이터를 해석해 스토리를 만드는 힘, 넘버스가 함께 합니다.
먼저 읽고 가세요
• '여혐 논란'을 겪은 GS리테일이 주춤하는 사이 BGF리테일은 상품개발에 주력해 올 상반기 호실적을 내놨습니다
• 이커머스 사업에서는 두 업체가 상이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GS리테일이 일찌감치 이커머스 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반면,  BGF리테일은 미래보단 현재 실적에 중점을 둡니다
• 편의점 업계 이커머스 사업은 'PB 제품'과 맞물려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두 업체의 상반된 전략이 미래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 CU의 'HOT이슈 상품 찾기 서비스' 이용 화면.(사진=BGF리테일.)
▲ CU의 'HOT이슈 상품 찾기 서비스' 이용 화면.(사진=BGF리테일.)

코로나19로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BGF리테일이 최근 개선된 실적을 내놔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라이벌로 꼽히는 GS리테일이 올 상반기 지난해보다 45.7%나 줄어든 영업이익을 기록해 BGF리테일의 호실적이 더 돋보였죠.

업계에서는 BGF리테일의 오프라인 집중전략에 주목하는데요. 이커머스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는 GS리테일과는 달리 본업에 충실해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과연 옳은 선택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초기에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하지 않으면 뒤따라 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꾸준하고 안정적인 실적…편의점 시장 점유율 1위
BGF리테일은 잘 알려졌다시피 ‘CU’라는 독자 편의점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이전에는 일본의 훼미리마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벌이다 계약 종료 후 독자 브랜드를 런칭했죠.

▲ BGF리테일 CU 편의점 점유율 추이.(출처=BGF리테일 사업보고서 종합.)
▲ BGF리테일 CU 편의점 점유율 추이.(출처=BGF리테일 사업보고서 종합.)

BGF리테일은 국내 편의점 시장 성장을 이끈 주요 사업자 중 하나인데요. 매년 꾸준히 점포 수를 늘리며 오랜 기간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해온 강자입니다. CU의 편의점 시장 점유율 추이를 보면 지난 10년간 30% 밑으로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요. 오히려 점진적으로 점유율이 증가해왔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CU의 점포 수는 약 1만5000개로 2011년 6700개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편의점 수 확장과 더불어 매출도 함께 늘어났죠. 2017년 11월 모회사 BGF로부터 인적분할한 이후 실적을 보면 매출이 매년 증가했습니다. 2018년 5조8000억원이었던 매출 규모는 지난해 말 6조2000억원으로 약 4000억원 늘어났습니다.

▲ BGF리테일 실적 추이.(출처=BGF리테일 사업보고서.)
▲ BGF리테일 실적 추이.(출처=BGF리테일 사업보고서.)

올 1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2600억원 늘어난 3조2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8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7.3% 증가했죠. 아직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BGF리테일의 이번 호실적에는 두 가지 요인이 꼽힙니다. 첫째는 판매상품 구성의 변화인데요. 편의점 매출 상당 부분은 바로 담배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전체 매출의 45% 이상이 담배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담뱃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죠. 담배 한 값 4500원 중 73.8%가 세금입니다. 판매가격에서 세금의 비중이 높다 보니 자연스레 마진은 적은데요. 담배 매출이 늘수록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BGF리테일 매출 중 담배가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39.6%까지 줄었습니다. 동시에 주류와 안주류의 판매가 늘어 수익성이 개선됐습니다. 소비자 입맛에 맞춘 PB제품 확대와 가격정책이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둘째는 점포 위치입니다. BGF리테일은 고속도로 휴게소, 공항, 관광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지역에 다수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한창 심했을 당시 매출이 확 줄었다가 올해 회복세를 보이며 그 기저효과가 발휘됐다는 분석입니다.

알아두면 좋은 지식들
PB제품 : Private Brand Products의 약자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제작한 브랜드 제품을 일컫습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마켓 등의 대형 소매업체 등 다양한 판매자들이 PB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PB제품은 유통비용과 마케팅비용 절감의 장점이 있어 짧은 시간 그 규모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담뱃세 : 4500원 담배 한 값(20개비 기준)의 세금 비중은 73.8%입니다.담배소비세 1007원, 건강증진기금 841원, 지방교육세 443원, 개별소비세 594원, 부가가치세 409원, 폐기물부담금 24원, 연초안정화기금 5원 등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유통마진 및 제조원가는 1177원입니다.
‘빅데이터’ 중요성 높아지는 이커머스 시장
현재 BGF리테일이 이커머스 사업에 큰 힘을 주지 않고도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앞으로도 같은 전략이 통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립니다. 워낙 실적이 탄탄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해 회사의 존망을 걱정할 일은 없겠죠. 그러나 미래에도 업계 1위 지위를 확고히 지킬 수 있을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경쟁업체인 GS리테일은 이커머스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었죠. 자사 어플리케이션 런칭부터 시작해 여러 곳에 지분투자를 벌였습니다. GS리테일은 올 4월 배달 서비스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물류회사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사들였고요. 최근에는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손잡고 배달업계 2위 사업자 요기요를 인수했죠. GS리테일은 약 2400억원을 투자해 요기요 지분 30%를 매입했습니다.

물론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 신세계, 롯데, 네이버 등 대형 유통업체들과 플랫폼 사업자 위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편의점은 업종 특성상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영업활동이 더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서로 다른 전략 중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죠.

다만 일각에서는 GS리테일이 왜 요기요 인수에 초기부터 관심을 보였는지 주목할 만 하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배달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요기요는 이전부터 GS25와 CU 등 편의점 상품들을 배달해왔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빅데이터를 쌓았다”며 “이를 활용해 PB제품을 만들어 핀셋 영업활동을 벌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이것이 요기요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초기부터 GS리테일이 관심을 보인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 (위) CU의 PB상품, (아래) GS25의 PB상품.
▲ (위) CU의 PB상품, (아래) GS25의 PB상품.

PB제품은 마케팅이나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어 유통업체들이 적극 활용하는 사업 아이템 중 하나인데요. 편의점 업계에서는 GS25의 '유어스(YOU US)', CU '헤이루(HEYROO)', 세븐일레븐 '세븐셀렉트(7-SELECT)' 등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PB시장은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요. 한국개발연구원이 2017년 발간한 보고서 ‘PB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에 따르면 국내 PB시장은 2008년 3조6000억원에서 2013년 9조3000억원으로 5년 만에 2.5배나 커졌습니다.

▲ 업태별 PB비중 추이.(출처=한국개발연구원.)
▲ 업태별 PB비중 추이.(출처=한국개발연구원.)

같은 기간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는 PB 매출 비중을 무려 16배나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2013년 이후에도 PB시장 규모는 꾸준히 확대된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PB상품 매출이 편의점 전체 매출의 4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PB제품은 수익성도 일반제품과 비교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죠.

▲ PB매출 비중과 실적 상관관계.(출처=한국개발연구원.)
▲ PB매출 비중과 실적 상관관계.(출처=한국개발연구원.)

PB상품의 중요도는 국내 편의점 시장 포화와 맞물려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공격적인 점포 확장이 주요 전략이었지만, 편의점 개수가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분석되며 차별화 전략이 주목받고 있죠. 산업통상자원부 등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5만개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국민 1000명 당 1개 꼴로 점포가 들어선 수준입니다.

BGF리테일이 이커머스 사업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체 어플리케이션 '포켓CU'를 통해 배송 등 서비스를 하는 등 플랫폼 개발도 해왔습니다. 다만 편의점 업계에서 먼저 쑥 치고 나간 GS리테일과 비교해 미지근한 온도로 대응해왔다는 것이죠.

물론 GS리테일이 인수한 요기요를 과연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커머스 시장 성장 속 두 업체의 다소 상이한 대응전략은 과연 향후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관심이 모입니다.

생각해 볼 문제
• 요기요는 GS리테일 뿐 아니라 다른 편의점 업체들의 배달을 도왔는데요. GS리테일이 요기요를 인수할 경우 BGF리테일의 빅데이터 또한 GS리테일이 가져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편의점 업계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경쟁관계를 고려하면 BGF리테일도 GS리테일처럼 M&A 시장에서 이커머스 사업 확장을 위한 매물들에 관심을 보이진 않을까요.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