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오미 레이쥔 회장.(사진=바이두)
▲ 샤오미 레이쥔 회장.(사진=바이두)

이른바 '역대급 가성비'로 세계 스마트폰 및 가전 시장을 휩쓴 샤오미가 전기차 사업에 진출한다.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데다, '애국소비' 열풍으로 자국 기업의 전기차 구매가 잇따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의 진출이 확산되는 추세다.

2일 중국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1일 전기차 자회사인 '샤오미 자동차(小米汽車)' 법인을 등록을 마쳤다. 자본금은 100억 위안(한화 1조8000억원)이며, 대표이사는 샤오미의 창업자 겸 회장인 레이쥔이 맡았다.

레이쥔 회장은 지난 3월 샤오미의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전기차 사업 진출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전기차 사업은) 샤오미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며 "향후 10년 동안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샤오미는 계획대로 올해 법인 설립을 현실화했다.

샤오미는 10년 동안 전기차 사업에 100억 달러(11조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달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인 '딥모션테크(선둥과기)'를 인수했다. 앞으로 샤오미의 전기차 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될지는 알려진 게 없다.

다만 기존 샤오미의 경영전략을 미루어 볼 때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침투가격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는 2010년 설립돼 '업력'이 짧은 기업이다. 저렴한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을 갖춘 전자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설립 10년 만에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샤오미는 지난달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향후 3년 안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1위 지위를 탈환하겠다고 밝혔다.

샤오미는 애플 등 시장 선도기업의 제품과 기술, 경영전략을 그대로 쫓아 더욱 저렴한 가격에 출시했다. 가성비가 좋은 상품에 시장은 호응했고, 샤오미는 이러한 방식으로 마켓셰어를 높여왔다.

샤오미는 지난 2분기 매출 878억 위안(15조7618억원), 영업이익 83억 위안(1조49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의 실적을 내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9.4%에 달하고 있다. 샤오미는 창립 10년 만에 글로벌 가전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고, '박리다매'가 아닌 수익성 위주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평이다.

▲ 테슬라의 고급형 전기차 모델S 플레이드.(사진=테슬라)
▲ 테슬라의 고급형 전기차 모델S 플레이드.(사진=테슬라)

샤오미의 '돌풍'이 전기차 시장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에서 답습할 만한 '퍼스트 무버' 기업은 미국 테슬라 뿐이다. 2003년 설립된 테슬라는 GM과 포드 등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을 제치고,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 등에 있어 수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어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쉽지 않다. 반면 전기차는 엔진이 없고, 구동계가 단순해 후발주자들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테슬라의 강점은 기술력과 생산공정의 혁신에 있다. 테슬라는 기술력으로 가솔린 차량보다 뛰어난 전기차를 개발했다. 생산라인을 자동화해 생산공정의 비효율을 걷어냈다. 현재 테슬라 미국 프레몬트 공장에서는 주당 4000대의 전기차가 생산되고 있다.

테슬라는 과거 GM이 포기했던 전기차 시장에 진출해 내연기관 차량보다 뛰어난 전기차를 더욱 빠르게 생산했다. 구독형 자율주행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소프트웨어 혁신까지 진행하고 있다.

샤오미가 테슬라를 좇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이다. 다만 현재 중국 전기차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미국 테슬라와 비야디, 상하이GM우링 3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테슬라를 제외하면 중국 기업의 차량이 호응을 얻고 있다.

▲ 상하이GM우링의 훙광미니.(사진=상하이GM우링)
▲ 상하이GM우링의 훙광미니.(사진=상하이GM우링)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전기차 브랜드 순위'에서 상하이GM우링과 BYD는 자국 판매량이 늘면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상하이GM우링은 올해 상반기 19만1000대가 팔렸다. 지난해 상반기 1만2000대가 팔렸는데, 판매량이 1388% 늘었다. BYD는 올해 상반기 9만6000대가 팔렸는데, 판매량은 같은 기간 180% 증가했다.

이중 상하이GM우링은 중국의 '국민차'로 부상하고 있다. 상하이GM우링의 '훙광미니'는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전기차다. 훙광 미니는 소형 전기차로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120km이다. 가격은 2만8800위안(503만원) 수준으로 서민층에게 큰 경쟁력을 갖췄다. 샤오미의 경우 테슬라보다 상하이GM우링이 더욱 매력적인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는 저렴한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에서 가전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며 "샤오미가 전기차 산업에 진출할 경우 가격 하향화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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