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왜 인공위성을 쏘는지 묻는다면, 이제 정부기관이 주도했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를 넘어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컴그룹이 사업 영역을 우주로 넓힌다. 우주·드론 전문 자회사 한컴인스페이스가 2022년 상반기에 쏘아 올릴 지구 관측용 저궤도 위성 '세종1호'가 신호탄이다. 이후 세종 5호까지 순차적으로 발사할 예정이며 사업 성장세에 따라 50기 이상의 군집위성도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주에서는 위성, 지상에서는 드론을 이용해 지구 관측 영역을 세분화하고, 우주·항공·지상을 잇는 영상 데이터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궁극적으론 민간 수요에 특화된 저비용 우주항공 통합 영상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와 한컴이 발사할 초소형 위성 '세종1호' (사진=간담회 갈무리)
▲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와 한컴이 발사할 초소형 위성 '세종1호' (사진=간담회 갈무리)
인공위성·드론 상호보완 통한 올인원 영상 데이터 서비스 구축
한컴은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미래 항공·우주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나사도 실패한 재활용 로켓을 개발해 인류가 우주로 나가는 비용을 10분의 1로 낮췄다"며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는 어떻게 우주로 나갈지가 아니라 이제 나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 시대"라고 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한컴의 청사진은 우주에 띄운 인공위성과 지상, 항공을 커버하는 드론으로 올인원 영상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인공위성은 드론과 달리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광범위한 지역을 관측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농업·산림 환경, 재난재해 감시, 도심지 변화 탐지 등 이미 다양한 산업에 인공위성 관측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 한컴의 인공위성 활용 청사진 (자료=간담회 갈무리)
▲ 한컴의 인공위성 활용 청사진 (자료=간담회 갈무리)

한컴이 발사할 세종1호는 가로 20cm, 세로 10cm, 높이 30cm, 무게 10.8kg의 저궤도 인공위성이다. 지상 500km 궤도에서 하루에 지구를 12~14회 선회하며, 5m 해상도의 관측 카메라로 7개 파장의 영상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인공위성의 한계는 지구를 공전하는 시간, 카메라 해상도의 한계로 실시간·정밀 관측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컴은 이를 드론의 실시간·정밀 관측 영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한 정찰용 드론 'HD-500'도 첫선을 보였다. 가로 41cm, 세로 41cm, 높이 35.2cm, 무게 3.5kg의 중소형 드론이다. 한컴은 비즈니스 모델로 인공위성과 드론으로 수집한 폭넓은 우주항공 데이터를 수요자 맞춤형으로 분석, 판매하는 서비스를 꼽았다.

▲ 정찰용 드론 'HD-500' (자료=간담회 갈무리)
▲ 정찰용 드론 'HD-500' (자료=간담회 갈무리)

한컴그룹은 지난해와 올해 드론·우주 사업 진출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한컴이 작년 9월 인스페이스를 인수하고 한컴인스페이스는 올해 다시 어썸텍, 순돌이드론을 인수해 드론 개발력을 확보했으며 본 사업을 앞두고 캐나다의 글로벌 영상 카메라 업체 '인피니티 옵틱스'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양사가 합작한 JV는 국내 완성형 초고해상도 센서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인공위성용 센서의 공동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특수목적 분야에 집중…3년 내 해외 상장 추진할 것
한컴은 우주·항공 분야에서 후발주자다. 최 대표도 "중국 DJI만 해도 이미 전세계 드론 시장 70% 이상을 장악한 독보적 1위로 그들을 능가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게 사실"이라면서 "한컴은 특수목적 시장, 예컨대 소방·경찰·농업 등 분야에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무게를 두는 분야는 농업·산림이다. 최 대표는 "출장 중 비행기를 타고 지상을 보면 국토 대부분이 농경지였다"며 "우주항공 데이터는 작황 분석이나 곡물 생산량 예측, 지구 온난화 분석까지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재선충 창궐로 인해 소나무가 고사되거나 자연재해 발생에 따른 피해 모니터링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군사용 드론 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포부를 밝혔다. 한컴이 개발한 드론에 고성능 EO/IR 카메라를 탑재하면 감시정찰 드론이 되는 만큼 군사용으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군에서 관심을 보이는 손바닥 크기의 초소형 드론, 곤충 모방형 드론에 대해서도 이미 개발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드론·감시카메라·위성 영상 시장은 2021년 81조원에서 2024년 100조원 규모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최 대표는 "3년 내에 해외 상장을 추진할 것이며 우주항공 사업의 손익분기점은 2년 내에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약 200억원의 사업개발 투자도 진행한다.

▲ 김연수 한컴그룹 대표이사 겸 미래전략총괄 (사진=한컴)
▲ 김연수 한컴그룹 대표이사 겸 미래전략총괄 (사진=한컴)

한편 이번 행사에는 김성철 한컴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최근 한컴의 공동대표로 선임된 김연수 대표가 미디어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짧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컴은 최근 특화 분야에서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라며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영상 데이터 분야의 새로운 이정표를 그리게 될 한컴그룹에 앞으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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