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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은행의 BIS비율은 대주주의 '자금 수혈'만으로도 높아져 은행의 자본건전성이 개선되죠. 그러나 규모가 적은 만큼 부실채권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면 여러 리스크에 쉽게 흔들릴 수 있죠.
• 코로나19 이후 경기 불황이 이어지자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쌓아 부실채권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원리금 유예 정책 효과 덕이라는 주장에 비춰보면, 이 정책이 종료될 경우 부실채권 관리가 더 민첩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케이뱅크 사옥 전경.(사진=케이뱅크)
▲ 케이뱅크 사옥 전경.(사진=케이뱅크)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지난 2분기 출범 4년여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자본건전성은 여전히 위태로운 모습입니다. 케이뱅크는 대주주 적격성 이슈로 1년 4개월간 ‘개점 휴업’ 상태였었죠.

이후 대주주와 자본금 이슈를 해소하고, 대출 영업을 재개하며 성장세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BIS비율은 국내 은행 중 가장 낮아, 이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일 발표한 올해 6월말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 BIS기준 자본비율 현황을 보면 케이뱅크의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10.91%로 전체 은행 중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은행의 평균 BIS비율(14.29%)보다 3.38% 포인트 낮고, 최소 유지 BIS비율(9.25%)보다 1.66% 포인트 높은 수준입니다. 여타 은행권이 최소 유지BIS 비율보다 3~4% 높은 걸 감안하면, 케이뱅크의 자본건전성은 안심할 상황은 아닌거죠. 

BIS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총자본비율)을 말합니다. 국제결제은행은 은행들이 8% 이상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협력기구인 BIS는 한국은행과 같은 각국의 중앙은행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습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제시한 국제적 은행 여신 건전성 가이드라인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점검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BIS비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수익은 부진한 반면 대출과 같은 위험자산이 늘어나 재무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은행들은 BIS비율이 하락하면 통상적으로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서게 됩니다.

▲ 2020년 3분기~2021년 2분기 케이뱅크 BIS비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 2020년 3분기~2021년 2분기 케이뱅크 BIS비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해 6월 KT에서 BC카드로 대주주가 변경되면서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확충했는데요. 유상증자 이후 케이뱅크의 BIS비율은 25.9(2020년 3분기)로 전분기 대비 2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BIS비율은 △2020년 4분기 17.9 △2021년 1분기 14.2 △2021년 2분기 10.9까지 3분기 연속 하락세였습니다.

케이뱅크의 BIS비율은 왜 계속 하락한 것일까요. 케이뱅크의 자본건전성을 알기 위해서는 이 은행의 '분기 흑자 전환 비결'을 먼저 살펴 봐야 합니다.

케이뱅크는 올해 2분기 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분기 흑자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마이너스(-) 8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449억원의 반기순손실을 냈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적자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죠.

올해 2분기 실적 상승을 견인한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인 열풍’이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6월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와 맺은 제휴가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업비트’는 국내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확보한 1위 거래소입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독점 거래계좌 제휴를 맺고, 올해 상반기에만 400만명의 신규 고객을 끌어 모았습니다.

▲ 올해 6월말 기준 케이뱅크 영업규모 (자료=케이뱅크 상반기 경영공시)
▲ 올해 6월말 기준 케이뱅크 영업규모 (자료=케이뱅크 상반기 경영공시)

이는 7월 말 기준 전체 고객수 619만명의 약 64.6%에 달합니다. 신규 고객수가 대폭 늘면서 수신액도 상반기 중에만 7조5400억원이 늘어 6월말 기준 11조2854억원까지 올랐습니다.

업비트와 제휴한 시기 케이뱅크의 대주주는 KT에서 BC카드로 바뀌었습니다. 대주주가 바뀌며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한 케이뱅크는 자금 문제로 1년이 넘도록 중단했던 대출도 재개했습니다.

올해도 케이뱅크는 청년 전세대출 등의 신상품을 출시했고, 한도도 대폭 상향하는 등 대출 영업에 공격적인 모습입니다. 

케이뱅크의 여신 잔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5조900억원으로, 1~6월 여신액은 전체 여신잔액의 절반 수준인 2조1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지식들
국제결제은행(BIS) : 국제금융협력기구인 BIS는 한국은행과 같은 세계 각 국의 중앙은행들이 회원사로 있습니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대출 이자를 6개월 이상 받지 못한 상태의 채권입니다.
대손충당금 : 기말까지 미회수된 매출채권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정하는 계정.
대손충당금적립률 : 한 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이 100%를 상회하는 경우 현재의 문제여신이 은행경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장세는 케이뱅크의 자본건전성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은행은 부실대출이 발생할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합니다. 상반기 시중은행의 평균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51% 수준인데 케이뱅크는 약 191%로 높은 편입니다. 케이뱅크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이 약 40% 포인트 가량 높죠.

▲ 케이뱅크의 2021년 상반기 수익성 (자료=케이뱅크 상반기 경영공시) 
▲ 케이뱅크의 2021년 상반기 수익성 (자료=케이뱅크 상반기 경영공시) 

케이뱅크가 대손충당금적립률을 높인 건 여타 은행보다 대출 영업이 공격적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BIS 기준 케이뱅크의 위험가중자산은 4조178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977억원) 대비 3조원가량 증가했습니다. 직전 분기(3조2367억원)보다는 9413억원이 늘어났습니다.

은행의 이자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올 상반기 케이뱅크의 NIM은 1.34%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0.39%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케이뱅크의 상반기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49%(25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고정이하여신은 6개월 이상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대출 이자를 받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부실채권으로 집계되죠.

케이뱅크의 부실채권 비율은 0.49%로 시중은행의 평균(0.54%)보다 낮지만, △신한은행 △우리은행 △KB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4대 은행의 평균(0.30%)보다는 눈에 띄게 높습니다.

앞으로는 어떨까요. 3분기부터 케이뱅크의 BIS 비율은 개선될 전망입니다. 지난 5월 1조2499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지난 7월 주금 납입을 마무리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와 베인케피탈, MG새마을금고가 대표 투자자로 있는 사모펀드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총 자본금은 9017억원으로, 이번에 확충한 자금을 더하면 자본금은 2조1515억원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3분기에 들어서며 주금 납입이 완료되면서 이번 자본 확충은 상반기 기준 BIS비율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앞으로의 관리도 중요합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021년 2분기 가계신용'이 6월 말 기준 1805조원을 넘어서며 통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시장금리도 크게 올라 채무 부담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케이뱅크를 포함한 국내 전체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로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 효과로 인한 '착시'라는 분석도 지나칠 수 없습니다. '갚지 못하는 수준의 빚'이 얼마나 되는지는 유예 조치가 끝나면 갑자기 나타날 수 있어 경제계에서도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개발연구원은 2021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대출건전성이 지표상으로는 양호한 모습이나, 이는 주로 규제완화 조치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실질적인 건전성은 오히려 약화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5년 11월, 당시 케이뱅크 출범 준비 조직을 이끌던 김인회 케이뱅크컨소시엄 TF장은 사업계획 설명회에서 “출범 후 최소 3년 안에 흑자로 전환하고, 6년 내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10년 후에는 총자산을 2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도 드러냈습니다.

출범 후 케이뱅크의 초대 행장이었던 심성훈 행장은 2016년 은행업 본인가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3년 내 흑자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가계대출 증가 등 국내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4년 내 흑자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고 목표를 바꿨습니다. 또 자산도 “10년 후 15조원 규모를 달성하겠다”며 목표치를 다시 하향했죠.

출범 4주년을 맞은 케이뱅크는 ‘분기 흑자’라는 작은 약속만 지켰습니다. 6년 내 손익분기점, 10년 후 총자산 15조원 달성이라는 출범 즈음의 목표까지 지킬 수 있을 지는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생각해 볼 문제
• 케이뱅크의 부실채권 비율은 '이자 상환 유예'라는 정책 뒤 숨겨진 폭탄이어서 추석 전 정부가 밝히겠다고 한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 연장 여부에도 많은 이들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케이뱅크의 총 자본금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공개된 규모보다 3배 이상 많아질 예정이죠. 안정판이 확충된다는 거죠. 앞으로 케이뱅크가 이 자본을 활용해 어떤 전략을 펼칠까요? 대출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케이뱅크는 어떤 수익원을 찾아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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