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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S·LG CNS·SK㈜ C&C 등은 그룹의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보수하기 위해 탄생한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과거 그룹 내 사업 물량을 등에 업고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시행 전에 공공 시장에서도 많은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시행으로 공공시장 진입이 제한적이고 기업들의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 (왼쪽부터)삼성SDS, LG CNS, SK㈜ C&C 사옥. (사진=각사)
▲ (왼쪽부터)삼성SDS, LG CNS, SK㈜ C&C 사옥. (사진=각사)

삼성SDS·LG CNS·SK㈜ C&C 등 주요 IT서비스 3사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이 아닌 IT서비스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겐 사람이 곧 경쟁력이죠. R&D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결과물이 나오는 사업의 특성상 R&D의 중요성이 다른 산업보다 클 수밖에 없습니다. 또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부분의 산업군에서 IT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서는 꾸준한 R&D로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IT서비스 3사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R&D에 대한 회사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올해 R&D 비용을 늘렸는데 특히 AI에 대한 연구가 눈에 띕니다. AI는 각 기업들이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DX)에 있어 핵심으로 꼽힙니다. 사람이 직접 하던 업무를 자동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거나 빅데이터를 분석하는데 AI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상반기 R&D 비용 1600억원…AI, 더 똑똑하게
삼성SDS는 회사 규모가 3사 중 가장 큰만큼 R&D에 들인 비용이 가장 많습니다. 삼성SDS의 상반기 R&D 비용은 약 770억원입니다. 전체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22%로 2020년(1.19%), 2019년(1.32%)과 비슷합니다. 삼성SDS의 연구조직은 크게 △AI 연구센터 △플랫폼 연구센터 △보안 연구센터 △기술전략팀 등으로 구분됩니다. AI 연구는 △알고리즘에 기반한 분석형(데이터분석을 통한 패턴인식과 결과예측) △대화형(자연어 대화 기반 요청기능 수행) △시각형(이미지와 영상분석을 통한 개체 인식과 장면이해) 등으로 진행됐습니다.

회사가 공개한 최근 3년간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연구개발 실적에서도 AI와 관련된 것들이 눈에 띕니다. 회사의 AI 플랫폼 '브라이틱스 AI'에서 다양한 언어로 구성된 모델의 연계 시스템을 제공하는 '컨테이너 기반 개인분석 서비스', 데이터를 분석해 제조설비의 유지보수 일정·설계 최적화를 지원하는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 최적화 기술', 다국어 자연어 이해 모델·유사 문장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언어모델 개발' 등이 있습니다.

AI와 뗄 수 없는 것이 클라우드죠. AI가 학습하고 분석하는데 필요한 빅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관리하는데 클라우드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삼성SDS는 AI와 함께 클라우드 경쟁력도 강조했습니다. 강석립 삼성SDS IT혁신사업부장(부사장)은 8일 온라인으로 열린 'REAL 2021'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전략으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꼽았습니다. 9일에는 구형준 클라우드사업부장(부사장)도 '클라우드가 이끄는 비즈니스 혁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합니다.

LG CNS는 올해 상반기에 398억원을 R&D 비용으로 집행했습니다. 매출 대비 R&D 비용의 비중은 1%대였던 지난 2년과 달리 2.5%를 기록했습니다. LG CNS는 시각·언어 지능의 주요 딥러닝(기계심화학습) 알고리즘과 데이터 처리 기술, AI 응용 및 관련 인프라에 대한 R&D에 힘을 쏟았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실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음성대화 분석 기술 △시각지능 기술 검증 동영상 분석 기술 △제약 조건 기반 영상 분석 알고리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AI 시각·언어 서비스 플랫폼 등의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LG CNS는 대외 사업에서 특히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세종시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부산광역시의 스마트시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컨소시엄 멤버이기도 합니다. 도시의 인프라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각종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AI가 필수겠죠. 스마트시티가 LG CNS의 AI 역량이 활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SK㈜ C&C의 상반기 R&D 비용은 445억원입니다. 매출 대비 R&D 비용의 비중은 5.14%로 IT서비스 3사중 가장 높습니다. SK㈜ C&C는 그룹 지주사인 SK㈜와 합병한 후 지주사 이름으로 반기보고서가 발표되죠. 하지만 반기보고서의 R&D 관련 내용은 SK㈜ C&C의 몫입니다. SK㈜ C&C는 AI 플랫폼 '에이브릴'을 기반으로 한 챗봇과 텍스트 분석 솔루션, 비전 AI 솔루션 '에이든(Aiden)' 등을 고도화했습니다.
 
이렇게 3사가 상반기에 R&D에 쏟아부은 돈만 약 1600억원입니다.

알아두면 좋은 지식들
• 클라우드: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 컴퓨터에 저장해 인터넷에 접속하면 시간, 장소에 관계없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 비전 AI(AI 머신비전): 눈으로 보고 뇌가 판단하는 것을 카메라와 영상인식 알고리즘이 대신하는 시스템.
기업가치 올리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피해야…대외 사업 확대 '필수'
IT서비스 기업의 기존 주력 매출원은 SI(시스템통합)와 SM(시스템 운영·유지보수) 사업입니다. SI는 금융기관의 차세대시스템 구축과 같이 기존의 업무 시스템을 최신 기술을 도입해 새롭게 구축해주거나 없던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대가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구축된 시스템을 운영하며 필요한 경우 유지보수를 해주는 업무는 SM에 속합니다.

IT서비스 3사는 그룹 계열사들의 SI·SM 사업 물량을 받아 납품하고 있지만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여기에 만족할 수 없죠. 그룹 밖의 고객을 확보하며 회사를 키워야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특히 상장사인 삼성SDS와 SK㈜(SK㈜ C&C 소속 기업)는 주주들의 투자를 지속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경쟁사들에게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만만치 않은 금액을 R&D에 투자하는 이유입니다. SK㈜ C&C는 SK㈜에 속해있지만 지주사와 달리 사업을 펼치는 만큼 그 성과가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상장사인 LG CNS도 지난 7월 상장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상장 준비에 착수했죠. 현재 LG CNS의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상장한다면 본격적으로 주주들의 평가를 받게 되겠죠. 상장을 앞두고 회사의 비전을 주주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고도화된 기술력 확보가 필수입니다.

IT서비스 계열사들은 항상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직·간접적으로 그룹의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경우가 많고 그룹 계열사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IT서비스 기업들은 대외 고객을 늘리는데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죠. 사업계획이나 실적을 발표할 때면 기업들이 대외 사업의 성과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IT서비스 기업들은 그간 B2B(기업간거래) 기업들과 경쟁했지만 네이버·카카오 등 B2C(기업·소비자간거래)에서 B2B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기업들과도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을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은 영역을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IT서비스 기업들이 대외 시장에서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 기업가치를 지속해서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 기업 고객들과 투자자들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볼 문제
• IT서비스 기업들의 AI·빅데이터·클라우드 경쟁력은 인터넷 기업이나 통신사와 비교하면 어떤 수준일까요?
• LG CNS의 상장은 주식시장에서 얼마나 관심을 받을까요? 경쟁사인 삼성SDS나 SK㈜의 주가에 답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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