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했던 국내 스마트폰 eSIM(이심) 도입 속도가 5G 특화망 활성화에 맞물려 빨라질 전망이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개최한 '5G 특화망 전문가 간담회 및 제도 설명회'에서는 eSIM의 본격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잇따랐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5G 특화망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면 eSIM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G 특화망이 스마트폰과 직접 연결되지 못하면 반쪽짜리 망이 된다는 입장이다. 정해관 HFR 그룹장도 "5G 특화망 활성화에는 주파수 상시 공급 체계와 더불어 기존 스마트폰의 eSIM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SIM은 스마트폰에 물리적으로 장착하는 유심카드(USIM)의 소프트웨어 버전이다. 유심은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정보가 담긴 인증 모듈로, 이통사는 유심을 기반으로 자사 가입자를 식별하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eSIM은 심 모듈이 스마트폰에 내장돼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심 정보가 업데이트되며 카드 교체 없이도 통신 서비스 전환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 스마트폰이 유심카드와 eSIM을 함께 지원할 경우 2개의 번호로 각기 다른 이통사 서비스에 가입하는 듀얼심 모드 활용도 가능하다. 다만 국내에서는 eSIM이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이통사들도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아 eSIM 활성화 논의는 지난 수년간 제자리를 멤돌았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5G 특화망 활성화에 eSIM의 구체적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eSIM 도입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5G 특화망은 이통사가 아닌 일반 기업도 토지·건물 등 제한된 구역에 구축할 수 있는 소규모 5G다. 작은 지역에서 한정된 사용자를 대상으로 제공돼 망 품질과 보안성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기기 간 데이터 연동 및 실시간 관제 등이 필요한 스마트팩토리가 5G 특화망의 주 사용처로 꼽힌다.

하지만 5G 특화망이 일반 사용자들의 스마트폰에서 이통사 망과 동시에 연결되려면 듀얼심이 필요하다. 5G 특화망 주파수 및 제공자가 기존 이통사 서비스와 다르기 때문이다. 듀얼심 활용이 불가능할 경우 특화망 내 5G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스마트폰 사용자가 매번 유심카드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낮은 사용성으로 인해 5G 특화망에서 구현 가능한 서비스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5G 특화망 주파수 공급 방안'에서 특화망용 28기가헤르츠(GHz) 주파수를 기존의 10분의 1가격으로 공급하겠다고 했을 만큼 5G 특화망 조기 확산에 의욕적이다. 따라서 듀얼심 미지원 문제가 5G 특화망 확산에 걸림돌이 될 경우 eSIM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7월에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 삼성전자,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 등과 eSIM 도입을 위한 협의체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 조경식 제2차관이 5G 특화망 지원센터 개소식 및 제도 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 조경식 제2차관이 5G 특화망 지원센터 개소식 및 제도 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아직 eSIM을 통해 모든 5G 특화망, 이통사·알뜰폰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5G 특화망이 eSIM 지원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면 이후 일반 환경에서의 eSIM 사용 저변도 자연스레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SIM 사용 환경에도 일반 사용자는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2개의 번호와 통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지며 5G 활용처도 넓어져 이익이다. 또 이통사 이동 간 유심카드를 별도로 구매할 필요도 사라진다.

한편 조경식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날 행사에서 eSIM 도입과 관련해 "검토 후 연내에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내년부터는 국내에서도 eSIM 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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