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데이터와 숫자,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고 누구나 볼 수 있지만 해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숫자 뒤에 숨은 진실을 보는 눈, 데이터를 해석해 스토리를 만드는 힘, 넘버스가 함께 합니다.

<넘버스>가 만난 사람

양대천 중앙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최근 『주식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재무제표 최다질문 TOP 52』 서적을 발간했습니다. 양 교수는 삼일회계법인에서 시작해 KT, 태평양, 교보 등의 기업가치보고(ValueReporting) 컨설팅을 수행했고요. LG전자 본사 기업 M&A, 포스코그룹 적대적 M&A 방어를 위한 특별대책반 책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 양대천 중앙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 양대천 중앙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양대천 교수를 만난 지난 8일은 마침 카카오 주가가 10.06% 폭락한 날이었습니다. 네이버 주가도 그에 못지 않게 7.87%나 급락했죠.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약 1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쇼크였습니다. 카카오의 시장 독점을 비판하는 정치권의 공격에 더해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가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회계학 전문가인 양 교수는 주식투자의 기본 중 기본은 기업 재무제표 분석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입니다. 양 교수는 재무제표 분석을 "논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최소한의 팩트"라고 말합니다. 최소한 재무제표를 보고 해석할 줄 알아야 시장 변화를 감지해 구체적인 가치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양 교수는 네이버·카카오 주가 급락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정부 규제, 정치권의 비판, 은행들의 위기감 고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린 이번 사태의 해답도 과연 재무제표에 있다고 믿을까요. 주식시장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오후 4시30분쯤 서울대입구역 근처 카페에서 양 교수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Q. 처음부터 주식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늘 카카오 주가가 10% 넘게 빠졌는데요. 최근 몇 년간 이처럼 큰 폭의 하락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기업분석 측면에서 이런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요?

단기 악재를 만나면 주가는 출렁입니다. 악재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죠. 오로지 신 만이 악재를 피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 미국의 대형 기술주들)' 기업들도 지금까지 정치적 위험 사업적 위험 돌발 악재들에 자주 노출이 됐습니다. 심지어 애플도 망할 것이라는 악재에 시달린 적이 있었죠. 주가가 폭락한 사례들도 빈번했습니다.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은 그 악재가 터질 때마다 집중적으로 애플을 매수했습니다. 워렌버핏의 투자기법은 단순합니다. 투자 종목은 정해놓고 분석은 오래하죠. IBM도 10년에 걸쳐 분석했다고 합니다. 재무제표를 면밀히 분석해서 기업의 실체를 보다가 단기 악재를 만났을 때 주가가 하락하면 사모으는 식이었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투자자들이 나름대로 가치평가를 해야합니다. 악재가 터져 주가가 하락했다고 무조건 사모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투자는 투자자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죠. 카카오의 가치가 1주당 최소 20만원 이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악재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투자기법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악재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면 매도를 해야하죠. 결국 기업의 가치가 결과적으로 실현될 것이냐. 아니면 장기적으로 악재의 무게를 견디지 못 할 것이냐를 비교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일러두기
양대천 교수가 <넘버스>의 외부 필진(넘버크런처)으로 합류했습니다. '주식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재무제표' 코너를 통해 실시간 벌어지는 복잡하고 어려운 회계 이벤트를 알기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Q. 원론적인 얘기지만 가치투자는 결국 기업분석을 전제로 하는데요. 기업분석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떤 의사결정을 하든 그 판단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들이 필요하죠. 기업에 투자를 한다고 하면 전해들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뉴스일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의 '팩트'가 중요한데 이것이 바로 재무제표죠. 재무제표 속 내용이 100% 진실만 반영하는 팩트냐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 또한 가공된 정보입니다. 합리적인 투자는 가장 신뢰성 있는 정보를 갖고 하는 것인데요. 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가 재무제표인 것이죠. 

투자의 대가인 피터린치는 10번 투자해서 6번 성공하는 사람이 투자의 귀재라고 했습니다. 그 정도로 개인투자자가 높을 승률을 기록하기 어려운데요. 이 확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재무제표 분석입니다.

Q. 그동안 재무제표 중에서도 현금흐름을 봐야한다고 많이 강조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 시장은 현금흐름 중시 경향이 있습니다. 단지 기업의 이익 수치만 보지 않고 현금흐름 지표를 참고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장은 현금흐름이라는 지표가 사실상 무시돼 왔죠.

영업이익, 순이익 등 이익지표는 조정의 가능성도 있고 화장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로는 재무제표만 적당히 조정해도 이익지표가 바뀝니다. 그러나 현금흐름 수치는 조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금고 안에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그대로 보여줍니다. 

특히 영업현금흐름은 사실은 영업활동을 통해서 들어오는 현금과 나가는 현금을 뺀 차익이죠. 본질적인 이익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의사결정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차원에서 이익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Q.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에비타(EBITDA)와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요?

최근에는 영업현금흐름을 보완해서 보려는 투자자들의 노력이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에비타죠. 에비타는 'Earnings Before Interests,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입니다.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를 차감하기 전의 이익을 뜻하는데요. 

주의해서 봐야할 것은 감가상각비 등이 포함된 것이죠. 감가상각비는 실제 현금 유출이 없는 장부상 비용이기 때문에 이익에다 더해주지만, 엄격하게 현금흐름 보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실상 출발 자체가 장부상 이익이기 때문이죠. 여전히 이익이 갖는 왜곡성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지식들
품질보증충당금 : 자동차 등 상품을 판매할 때 품질보증 계약을 맺고 특정 기간 사후 서비스를 약속하죠. 판매 당시에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미리 비용을 반영하는 것이 품질보증 충당금입니다. 회계처리의 정확성을 위해 개발됐다고 합니다.
무형자산 손상차손 : 영업권, 소프트웨어, 기술 등 보유 무형자산의 가치가 갑자기 하락해 회수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 손실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하는 경우 그 차이만큼 비용으로 처리합니다.

Q. 현금흐름 외에 눈여겨 봐야 할 항목들이 있는지요

첫째로는 매출액, 영업이익 등 현금흐름 이전의 이익지표들이 중요하죠. 현금흐름은 이를 보완하는 지표로 활용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이익과 현금흐름 간의 조정차이입니다. 이 항목에서 주가의 움직임을 꿰뚫어볼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이 내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들이 이미 많이 얘기한 카카오의 무형자산 손상차손, 현대차의 품질보증충당금 등입니다. 카카오는 멜론을 인수하는데 웃돈을 많이 줬죠. 이를 소위 영업권이라고 하는데 시간이 흐른 현재, 시장 장악력이 없다고 보고 이를 비용으로 인식한 것일 뿐입니다. 실제 비용이 발생한 것이 아니고 회계적 이벤트일 뿐이죠. 

현대차 품질보증충당금 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한 번에 2조원이 넘는 품질보증충당금을 인식했는데요. 2조원의 현금이 유출된 것이 아닙니다. 회계적으로만 미리 손실을 처리한 것이죠. 물론 그 이후에 실제로 리콜이 진행되며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자들이 어떤 맥락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배경지식이 있으면 향후 추가적으로 나오는 뉴스를 더해 본인만의 정보를 만들 수 있죠.

Q. 현금흐름이 기업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정보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회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물론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식 투자자가 세부적인 회계처리를 무조건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핵심 내용들을 쉽게 보는 것이죠. 핵심 지표들이 어떠한 가치를 갖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식투자를 하는데 있어 쉽게 지표들을 읽는다고해서 그 질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해 볼 문제
• 네이버와 카카오의 투자 급락 상황, 워렌버핏이 애플을 매수했듯 단기 악재로 판단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사모으는게 좋을까요?
• 해답은 재무제표 분석을 기반한 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있다고 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적정 밸류에이션, 얼마일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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