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에코프로비엠)
▲ (사진=에코프로비엠)

2차전지용 양극재 제조사인 에코프로비엠이 SK이노베이션과 10조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에코프로비엠과 SK이노베이션의 납품 계약은 2023년에서 2026년으로 3년 더 연장됐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붐'을 맞아 생산량과 판매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비엠과의 이번 계약(2024년~2026년)은 직전 계약(2020년~2023년)에 비해 계약 규모가 4배 가량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규모도 이전과 비교해 월등히 커졌다는 평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핵심 납품사다. 양사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각각 5위와 6위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12년 삼성SDI로 거래선을 확대하려다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전지사업부)과 납품관계가 끊겼다. 최근 양사는 폐배터리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쌓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에코프로비엠이 LG에너지솔루션과 납품 관계를 회복할지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9일 SK이노베이션과 10조1102억원 규모의 양극재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NCM(니켈, 코발트, 망간) 계열 삼원계 양극재로 니켈 비중이 80%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비엠과 협력 관계를 통해 배터리 성능을 높였다. 2019년 니켈 비중이 90% 이상인 하이니켈 배터리도 개발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의 밸류체인을 강화하는데 에코프로비엠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확장기를 맞으면서 SK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비엠의 사업 규모도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20GWh 규모의 공장 2개를 짓고 있다. 미국 포드와 합작사 '블루 오벌 SK'를 설립해 60GWh 규모의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에코프로비엠→SK이노베이션→포드'로 이어지는 공급사슬(SCM)이 마련됐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 8월 기준 누적 수주 잔고는 180조원(1000GWh)로 약 1500만대 규모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와의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2020년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지분이 60%, 삼성SDI의 지분이 40% 가량이다. 에코브로비엠은 지난해 5만4000톤의 규모의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양극재를 만들기 위해 에코프로이엠에 2820억원을 투자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거래선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5736억원, 영업이익은 4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9년 상반기(3166억원)와 비교해 81.1%(2569억원), 영업이익은 83.1%(212억원) 증가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 (자료=금융감독원)

양극재 부문의 경쟁사인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양극재 매출이 3224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상반기 양극재 매출은 312억원이었는데, 같은 기간 동안 933.3% 커졌다. 글로벌 2위의 점유율을 갖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배터리 업계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LG에너지솔루션과 납품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유심히 보고 있다. 2012년 당시 LG화학은 에코프로비엠이 삼성SDI로 거래선을 다변화하려고 하자 납품관계를 끊었다. 이후 에코프로비엠은 LG화학과의 거래선이 완전히 끊겼다.

▲ (자료=금융감독원 및 각사 IR북)
▲ (자료=금융감독원 및 각사 IR북)

당시 LG화학 전지연구소는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공급사슬 등 주요한 의사결정을 주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 후 계열사의 독립경영이 보장되면서 의사결정에서 사업부의 영향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포스코의 'HY클린메탈'과 에코프로에 맡긴 게 한 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후 에코프로비엠과 납품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9년 만에 거래관계가 회복될 기회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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