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가 기술력 확보를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사를 통해 유치한 투자금을 기반으로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며 시너지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의 목적은 무엇일까.

NFT 그리고 콘텐츠
네이버제트는 올 들어 두 건의 투자를 진행했다. 첫 번째 투자는 지난달 26일 진행한 '슈퍼블록'이다. 네이버제트는 지난달 31일 김재윤 대표가 운영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슈퍼블록의 주식 6579주를 약 4억5000억원에 취득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제트는 슈퍼블록의 지분 5.63%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블록은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인 '디사이퍼'의 창립자인 김재윤 씨가 세운 신설법인으로 관련 기술 연구를 진행중인 스타트업이다. 특히 슈퍼블록은 사이드체인 보조 기술 등을 주로 개발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들과 달리 '메인넷'을 만들고 있다. 메인넷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시스템을 운영하는 메인 플랫폼으로 디지털 화폐 생성이나 디앱(DApp) 출시 기반을 제공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구축 기간이 길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현재 슈퍼블록은 자체 기술 '이타노스'를 기반으로 메인넷을 개발중이며,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사진=네이버제트 홈페이지 갈무리. 편집=채성오 기자)
▲ (사진=네이버제트 홈페이지 갈무리. 편집=채성오 기자)
그렇다면 제페토와 슈퍼블록은 어떤 사업 연관성이 있을까. 양사의 사업 연관성에는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이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NFT의 경우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증서'로, 기존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하는 고유 기술로 인해 위·변조가 불가능하며 소유권도 명확하게 주장할 수 있다. 이런 NFT의 특성을 활용할 경우 게임 아이템은 물론 디지털 사진, 음악, 영상 등 기록물에 고유의 가치를 부여해 수익화할 수 있다. 

3차원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NFT를 활용한 사업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지금도 전 세계 수억명의 사용자들이 가상공간에 모여 '아바타'로 자신을 증명하고 이에 대한 신뢰성을 기반으로 가치있는 아이템을 거래하고 있다. 실제로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는 구찌 디지털 에디션 핸드백이 4115달러(약 481만원)에 거래됐다. 메타버스 고유의 환경에서 '제 2의 나'인 아바타를 꾸미는 것에 지갑을 열고 있는 만큼 고유의 디지털 자산은 새로운 수익화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제페토에서도 아바타 의상 및 아이템 판매가 가능한 만큼 엔터, 유통,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기업들이 플랫폼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목에서 안정적인 블록체인 환경의 도입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슈퍼블록이 블록체인 데이터의 불필요한 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이타노스' 기술을 보유한 만큼 제페토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슈퍼블록에 이어 네이버제트가 눈여겨 본 곳은 '벌스워크'다. 네이버제트는 지난 8일 벌스워크의 주식 3만3333주를 약 7억9999만원에 사들였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벌스워크 지분 40%를 확보했다. 

벌스워크는 지난 7월 국내 최초 메타버스 유튜브 콘텐츠 제작 MCN으로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윤영근 대표는 CJ ENM 다이아TV MCN 공채 1호로, 100만 유튜브 채널 10팀을 육성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스노우 자회사인 '세미콜론 스튜디오'에서 디지털 스튜디오 본부장을 역임한 후 제페토 크리에이터 육성을 담당하는 등 콘텐츠 및 채널 확대에 강점을 보였다. 

▲ (사진=픽시드 유튜브 채널 갈무리)
▲ (사진=픽시드 유튜브 채널 갈무리)
현재 벌스워크는 유튜브 채널 '픽시드'(Pixid)를 운영하고 있다. 픽시드는 '디지털 세상(Meta)과 현실 세상(Universe)에 관한 이상한 영상 만드는 집단'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를 제작·유통하고 있다. 픽시드 채널에서는 화제의 일반인의 근황을 조명하는 'MEME INSIDE', 숨은 1인치를 찾는 'AMONG US', 색다른 콘셉트를 주제로 한 'SPECIAL' 등 크게 세 가지 유튜브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콘텐츠 성격상 메타버스와는 접점을 찾기는 어렵지만 'SPECIAL' 영상에서 '스노우 필터를 끼고 하는 소개팅' 등 네이버 자회사와의 협업을 진행한 바 있어 추후 제페토와의 콘텐츠 콜라보레이션 가능성도 점쳐진다. 

네이버제트의 스타트업 투자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5월 스노우에서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며 제페토 운영주체가 된 네이버제트는 최대주주인 스노우 외에도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투자를 통해 마련한 투자금을 재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출범년도인 지난해의 경우 스노우로부터 60억원을 차입했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빅히트(현 하이브), YG인베스트먼트, YG플러스 등으로부터 약 120억원 △JYP엔터테인먼트로부터 약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 들어 네이버웹툰이 5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 이어 스노우로부터 총 75억원을 차입한 만큼 네이버제트의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타버스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중인 만큼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제페토도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한 때"라며 "인지도 확보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만한 원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메인넷 및 유튜브 콘텐츠 전문 개발사와 손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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