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핫이슈를 보다 예리하게 짚어내겠습니다. 알기 어려운 업계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한 발 빠른 심층취재까지 한층 깊고 풍성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게임인사이드'를 통해 <블로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게임업계의 핫이슈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블레이드&소울2'(이하 블소2)는 출시 전까지만 해도 '리니지M' 시리즈 이상의 흥행이 예상됐다. 원작 PC 게임 '블레이드&소울'의 IP 가치를 감안해 모바일에서도 견고한 수요층을 기대한 바 있다. 실제로 증권업계에서는 746만명 이상의 사전예약자를 확보한 블소2가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뛰어넘는 엔씨소프트의 주 수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넷마블이 마블과 협업한 '마블 퓨처 레볼루션'(이하 마퓨레)도 비슷한 맥락에서 일정 정도의 흥행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두 게임은 매출면에서 업계 예상보다 저조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순위 기준 마퓨레의 경우 14위에 그친 반면 블소2는 4위에 랭크됐다. 리니지M 시리즈 이후 일매출 20억원을 예상했던 블소2나 넷마블의 시그니처 브랜드 '레볼루션'이 붙을 만큼 기대를 모았던 마퓨레도 기대치 대비 낮은 성적을 기록한 모습이다. 

특히 블소2의 경우 리니지2M 출시 당시 비교하면 기대치에 비해 낮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리니지2M은 2019년 11월 27일 출시 이후 5일 만인 12월 1일부터 구글플레이 매출 1위에 올랐다. 그에 반해 블소2는 오픈 8일 만인 지난 3일 매출 3위에 올랐으나 다음날 4위로 한 단계 하락했다. 중국 미호요가 개발한 '원신'이 1주년 기념 업데이트의 영향으로 매출 3위까지 뛰어오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 (사진=엔씨소프트)
▲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비즈니스 모델(BM) 개편 및 콘텐츠 보완으로 민심 되찾기에 나섰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블소2 출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서비스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시즌패스' 상품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영기'의 획득 시스템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영기는 게임 내에서 추가 경험치·재화·아이템 획득률 증과 효과를 부여하는 시스템으로 과금을 통해 획득할 수 있었다. 

이어 지난 1일 엔씨소프트는 인게임 시스템도 개편에 나섰다. 보스 몬스터 처치 시 아이템 획득 및 보상 목록을 개편하는 한편 필드 사냥 보상을 상향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태록림' 중반부 이후 난이도를 하향 조정해 2막 3장 이후 높은 필드 난이도로 전투와 성장이 정체되는 문제를 해소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8일에도 △전투 중 장비 교체 △보스 몬스터 체력 표기 △안전지역 캐릭터 충돌 △광역 무공 판정 등의 인게임 시스템을 개선했다. 1차 무공 개선도 진행해 법종과 도끼가 사용하는 일부 무공의 시전 시간도 조정했다. 다만 이 같은 게임 시스템 개선에도 불구하고 블소2의 매출 순위는 변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연내 출시를 발표한 리니지 시리즈 최초의 풀3D 글로벌 게임 '리니지W'가 예상보다 빨리 서비스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변질된 '페이 투 윈'…문제는?
전문가들은 블소2를 포함한 대형 신작의 부진이 '페이 투 윈' 위주의 BM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았다. 페이 투 윈 BM은 돈을 쓰는 만큼 강해진다는 의미로, 과금 위주의 BM 트렌드를 지칭하는 단어다. 장신구나 캐릭터를 뽑기 위해 과금을 하면 쓰는 만큼 강해지는 결과를 얻어야 하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모순적 구조가 문제점으로 부상했다. 

이런 모순적 구조의 이면에는 페이 투 윈 BM 시스템 주축인 '확률형 아이템'이 있다. 유료 상품을 결제하면 무작위 방식으로 높거나 낮은 가치의 아이템이 나오도록 구성한 제품인데, 그 기준이 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 등급 아이템의 확률을 높게는 5%에서 낮을 경우 소수점을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희귀한 확률로 획득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100만원을 쓴 유저보다 10만원을 과금한 유저가 더 높은 가치의 아이템을 얻는 촌극도 부지기수로 알려졌다. 돈을 쓴 만큼 강해진다는 원론적인 페이 투 윈 시스템에 도박성 짙은 확률형 아이템이 결합하며 그 의미가 퇴색된 것.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특히 모바일게임 산업의 황금기로 불리는 2015년 이후 확률형 아이템 기반의 페이 투 윈 시스템이 보편화 되면서 0.1%도 되지 않는 확률에 기대 과금을 해야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형적인 문화가 자리잡았다. 원작 IP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게임들도 페이 투 윈 시스템을 차용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이 적용된 RPG나 MMORPG만 수익성을 담보하게 됐다. 원작과는 전혀 다른 모바일 게임들이 출시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 기인한다.  

변질된 페이 투 윈 시스템에 유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피로감을 느꼈지만, 주요 게임사들의 BM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즌패스' 등 정기권 도입으로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 과금 행태는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콘텐츠간 진입장벽 격차가 크고 그에 따른 페이 투 윈 BM도 뒤따랐다.

한 때 게임업계에서도 페이 투 윈 BM을 배제한 콘텐츠를 잇따라 출시하며 '과금 유도가 적다'는 문구로 유저 모객에 나섰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실제로 과금 유도가 적을 경우 수익성이 낮아지거나 '패키지' 방식 등 변형된 BM을 채택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 주요 게임사들은 과금 구조 밸런스를 콘텐츠로 상쇄하기 위한 묘안을 내기 시작했다. 흥행 원작을 모바일화 하면서 콘텐츠 주목도를 높여 페이 투 윈 BM에 대한 우려를 낮추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콘솔 게임 산업의 성장세도 이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중심 수요가 PC에서 모바일로 플랫폼을 옮겨갔지만 최근 콘솔 플랫폼 분야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페이 투 윈 BM에 지쳐 상대적으로 과금 요소가 적고 플레이 타임이 긴 콘솔 플랫폼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 국내 게임시장 규모 및 전망치. (사진=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 갈무리)
▲ 국내 게임시장 규모 및 전망치. (사진=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 갈무리)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내년까지 10%대 성장률을 보이는 플랫폼은 콘솔 게임이 유일하다. 매출액 기준 총 매출은 모바일 게임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두 자릿 수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플랫폼은 콘솔 플랫폼이 유일할 것이란 분석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국내 콘솔 게임 예상 매출액은 1조35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 성장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 매출액의 경우 각각 4조9306억원과 11조24억원이며 전년 대비 성장률은 각각 1.0%와 9.8%로 예상된다. 

모바일 게임 산업의 양적 성장이 정체됨에 따라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 등 다양한 대안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기업들의 집중도는 모바일 플랫폼에 쏠려 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봐도 수요층이 가장 많은 데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PC나 콘솔 버전에 비해 개발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게임 커뮤니티의 한 관계자는 "국내 유저들이 초기 비용 투자가 높은 것을 감수하면서 콘솔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것은 극악의 아이템 획득 확률 등 변질된 페이 투 윈 BM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며 "주요 게임사를 포함한 게임업계가 유저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여주기 식 확률 공개에서 벗어나 다양한 BM을 개발하고 신규 IP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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