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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LS전선아시아, 기업 재무의 속살로 불리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재고자산 관리 과정에서 826억원의 돈이 빠져나갔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 기업 재고자산 증가는 꼭 부정적 신호로만 봐야 할까요? LS전선아시아 사례로 공부해 봅니다.
▲ (자료=미리캔버스)
▲ (자료=미리캔버스)

LS전선아시아는 LS전선의 해외계열사 지주회사로 동남아시아 진출 거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미얀마에 법인을 두고 있는데요. 베트남 내 전력케이블 생산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매출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습니다. 2017년 403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5796억원까지 늘었습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3772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죠.

수익성도 흑자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영업이익 161억원, 당기순이익 8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베트남 시장 업황이 개선돼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147억원, 당기순이익 82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됩니다.

그런데 호실적에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의외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실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말 그대로 원재료, 제품, 상품의 구매 및 판매 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거래를 의미합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면 영업활동 과정에서 현금이 오히려 빠져나갔다는 의미고요. 플러스(+)면 영업활동으로 현금이 기업에 유입됐다는 뜻이죠. LS전선아시아의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16억원입니다. 지난해 반기보다 마이너스 폭이 커졌죠.

어떻게 영업활동 현금흐름 마이너스 폭이 더 커졌을까요. LS전선아시아 올해 반기보고서 연결재무제표 주석 내 33. 현금흐름표를 보면 구체적인 영업활동 현금흐름 내역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비용가산, 수익차감, 운전자본의 변동 3가지 항목으로 구분돼 있는데요. ‘운전자본의 변동’이 눈에 띕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변동 폭이 컸는데요. 특히 운전자본의 변동 중에서도 ‘재고자산’ 항목이 크게 변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을 구매·판매하는 과정에서 826억원의 현금이 흘러 나갔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 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는 점을 보면 특이사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지식들
운전자본 : 기업이 영업활동을 할 때 필요한 자금을 의미하는데요. 통상 매출채권, 재고자산, 매입채무의 가감으로 결정됩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입니다. 운전자본의 증가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마이너스 요인이 됩니다.
연결 재무상태표를 보면 올해 상반기 쌓여있는 재고자산 가치는 208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78억원 늘어났습니다. 재고를 급격히 늘리는 과정에서 돈이 빠져나갔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LS전선아시아가 갑작스레 재고자산을 늘린 이유는 뭘까요. 재고자산은 업황과 연관 지어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기업은 업황이 장기간 좋을 것으로 예상할 때 재고자산을 큰 폭으로 늘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공급 부족 이슈 등에 대비하기 위함이죠. 증권가에서는 LS전선아시아 하반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요.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10일 LS전선아시아 리포트에서 “3분기 영업이익은 96억원으로 전년대비 89.7% 증가해 2분기에 이어 호실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세부내역에서도 수요 증가를 대비한 모습을 감지할 수 있는데요. 연결재무제표 주석 내 10. 재고자산을 보면 재고자산을 구성하는 항목(제품, 상품, 반제품, 원재료, 저장품, 미착품)의 장부금액을 살펴봤습니다.

제품, 반제품 등 대부분 항목이 대체적으로 증가했는데요. 그중에서도 미착품 항목의 증가 폭이 눈에 띕니다.

미착품은 주문 후 아직 전달받지 못한 제품이나 원재료 등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말 158억원이던 미착품 장부금액은 올해 상반기 406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하반기 수요 증가를 대비해 평소보다 미리 주문을 넣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죠. LS전선아시아 관계자는 “하반기 수요 증가를 대비해 미리 주문한 건으로 미착품이 늘어난 건 일시적인 지표”라고 설명했습니다.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과 미얀마 지역에서 전력선(초고압, 가공산, 중압 등)을 제조해 판매하는데요. 베트남 전력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수혜가 예상됩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7월 '베트남 전력 산업의 현재와 미래' 리포트에서 오는 2045년 베트남 전력 소비량이 877.1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베트남 전력 소비량은 214.3TWh입니다. 

그러면서 늘어날 전력 소비량을 대비해 베트남 정부가 2045년까지 3200억달러(약 360조원)를 전력시장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자료=국제무역통상연구원)
▲ (자료=국제무역통상연구원)

지나치게 긍정적인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다만 기업 내부의 사정은 외부에서 알기가 힘듭니다. 드러난 수치로 예상해 볼 수밖에 없죠. 드러난 수치로 볼 때 LS전선아시아의 하반기 실적 전망은 꽤 긍정적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물론 늘 반대의 경우도 대비해야 합니다. 미착품 재고가 늘어났다가 제품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기업 세계에서는 허다하니까요. 재고자산 현황으로만 기업을 판단해서는 안되겠죠. 다만 수많은 변수가 존재히지만 지금까지 나온 수치로 보면 LS전선아시아의 재무 현황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생각해 볼 문제
• 전선업은 원재료 비중이 높은 산업에 속합니다. L전선 및 통신케이블 총 생산량의 대부분이 동을 원재료로 하고 있으며 전기동 가격 변동이 수익성과 직결되는 구조죠. 전기동 가격은 자동차 전장, 2차전지 시장 호황과 맞물려 상승세를 띄고 있는데요. 미착품에는 원재료도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 증가뿐 아니라 하반기 원재료 가격 상승을 고려해 주문을 급격히 늘렸다고 볼 여지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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