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 성능을 초월한 양자컴퓨터 개발이 현존하는 암호 시스템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보안 기술 개발도 빨라지고 있다. 그중 LG유플러스가 선택한 방식은 '양자내성암호(PQC)'로, 이는 고성능 양자컴퓨터로도 해독에 수십억년 이상이 걸려 사실상 풀 수 없도록 만든 기술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0일 암호기술 전문기업 크립토랩과 함께 서울 용산 사옥에서 양자내성암호 설명회를 개최하고 주요 원리와 적용 가능한 사례 등을 소개했다.

▲ LG유플러스는 10일 자사의 양자내성암호를 소개하는 기술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이건한 기자)
▲ LG유플러스는 10일 자사의 양자내성암호를 소개하는 기술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이건한 기자)

양자내성암호는 이름 그대로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해킹에 내성을 가진 암호 시스템이다. 양자컴퓨터의 특징은 슈퍼컴퓨터조차 비교 불가능한 수준인 빠른 연산 속도다. 예컨대 2019년 구글이 개발한 53'큐비트(양자컴퓨터 연산 단위)' 양자컴퓨터보다 한참 뒤떨어진 16큐비트 양자컴퓨터만 하더라도 일반 컴퓨터가 6만5536번(2의 16제곱) 연산해야 할 계산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격차를 갖는다.

따라서 통신·보안 업계에는 고성능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 '큰 수는 소인수분해하기 어렵다'는 원리로 만들어진 현행 RSA 암호체계가 양자컴퓨터의 천문학적인 연산 속도로 인해 무너지고 말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슈퍼컴퓨터로도 푸는데 수십년씩 걸렸던 RSA가 양자컴퓨터로는 몇 시간 안에 풀릴 수 있다면 사실상 암호로서의 의미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암호화 통신에 똑같이 도청 불가능한 양자키를 활용하는 양자 키 분배(QKD) 기술도 존재하지만, 양자내성암호는 보다 단순한 관점으로 양자 컴퓨터 공격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쉽게 말해 'RSA는 슈퍼컴퓨터가 풀다 지칠 암호'였다면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마저 지칠 암호'를 만들어낸 것이다.

▲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도 쉽게 풀 수 없는 난제를 암호로 활용한다 (자료=LG유플러스)
▲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도 쉽게 풀 수 없는 난제를 암호로 활용한다 (자료=LG유플러스)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는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도 모든 문제를 쉽게 풀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졌다"며 "행렬로 연립방정식을 푸는 겉으로 보기에 쉬운 문제도 약간의 노이즈만 주면 양자컴퓨터가 풀기 어려운 문제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식을 '격자기반암호'라고도 부르며 현재 LG유플러스 외에도 이 방식의 표준 기술 선점에 나선 해외 경쟁자들이 있다. 천 교수는 "방식은 다 비슷해도 국제학회에 따르면 우리 기술의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술력 우위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양자내성암호는 암호화 및 통신에 양자를 활용하는 물리적 방식이 아니라 기존 암호체계를 업그레이드하는 수학적 방식으로, 뛰어난 확장성이 장점이다. 특히 양자내성암호 기반 양자통신의 경우 사용자는 별도의 하드웨어 변경이나 앱 설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필요 없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자사 망만 양자내성암호 기반으로 변경하면 이를 사용하는 통신 사용자들은 자연히 양자내성암호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내성암호는 기술적 특성상 회선 길이, 거리 제한 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 LG유플러스가 개발한 양자내성암호 적용 통신장비 (사진=이건한 기자)
▲ LG유플러스가 개발한 양자내성암호 적용 통신장비 (사진=이건한 기자)

LG유플러스는 이를 각종 통신 인프라에 녹이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작년 6월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탑재된 광전송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정부 디지털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산업분야 전용회선에 이를 실증해왔다. LG유플러스는 추후 양자내성암호와 함께 양자난수기반 물리복제방지칩(PUF)을 유심카드와 IC카드에 탑재해 전방위적인 개인정보보호 응용 서비스 제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도 양자 생태계에 대한 정책 차원의 개발, 외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미국공군과학연구실과 양자 분야에서 11개의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며, 지난 6월 국내에서는 양자기술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특별법이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미디어에 따르면 국내 양자정보통신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조4000억원 규모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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